어제의 촉촉한 사랑 오늘의 마른 오징어
며칠째 엄마가 아프다. 감기 들면 대차게 앓는 우리 엄마 덕분에 감기가 구토는 물론 근육 경련이나 심지어 악몽까지 포괄하는 그야말로 증세의 메트로폴리탄이라는 사실을 매번 느낀다. 차도는 있다. 엄마는 이제 먹다가 토하러 뛰어가지도 않고 뽀시락 뽀시락 잘도 움직인다. 지금은 병원 가려고 고양이세수를 하고 있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이 문단을 쓴다. 기왕 가는 거 이번에는 수액까지 맞히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계속 붙어서 간병한 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엄마가 아프면 간병 말고도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이 생긴다. 이 가정의 살림살이가 n빵 되지 않고 몰빵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집안일도 일이지만, 그것보다 다른 가족들까지 기운이 빠지고 집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해지는 것이 문제다. syo만 해도 그렇다. 찾아올 듯 말듯 모퉁이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고 기회만 엿보던 슬럼프는 맞춤한 시기를 만나 몸통을 드러냈다. 냉방병은 방법을 찾아내 억누르고 있지만 완전히 퇴치한 것은 또 아니라서, 가끔 머리가 띵하다. 문득 우리 집에 종이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확 다 불 싸질러버리면 어떨지를 생각하고, 이 마당에 또 욕구불만 사이클의 하이피크가 도래하여(얜 심심하면 도래한다, 도래이 같은 놈…) 만사가 불만이다. 대구 날씨는 연일 대구스럽고, 어느 지역에 떨어졌다는 빗물 폭탄 소식은 어느 타국의 진짜 폭탄 소식만큼이나 멀기만 하다. 심지어 이러다 못 먹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산 복숭아는 보통 이하의 맛이고…….
늘 예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던 활자의 손길이 이젠 치근덕거리는 걸로만 느껴진다. 아, 각방 쓰고 싶다.
--- 읽은 ---
+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77 ~ 160
+ 이거 보통이 아니네 / 김보통, 강선임 : ~ 255
+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 그레고리 맨큐 : 77 ~ 293
--- 읽는 ---
= 근대 유럽의 역사 / 김진호 : ~ 64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 문태준 : ~ 180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 88
= 슬픈 열대를 읽다 / 양자오 : ~ 180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98 ~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