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서민 지음 / 다시봄 / 2017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라는 말로 시작할까 하는데, 이것은 많은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 그러니까 과거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었고 요즘은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으로 운을 떼야 하는 그녀들의 고충과 상관 없는 일임을 미리 밝혀 본다. 언젠가 당당하게 "나도 페미니스트다 이 양반들아" 외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그만한 깜냥이 되지 않아 사리는 것 뿐이다. 이를테면, 유치원이나 학교나 기능이 대동소이해도 유치원 다니는 애들을 학생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럼 약속대로,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어디가서 행세하는 건 또 좋아하는 값싼 성격이라, 깨친 남자가 되려고 애를 꽤 쓰는 편이다. 그러나 인생행로가 박복하고 하늘의 뜻이 모질어, 주변에 여자라고는 가족이랑 여친 말고는 정말 1도 없는 퍽퍽한 삶을 오래도 견뎌왔다. 그 결과, 막상 깨친 남자 행세를 할라쳐도 주변 인물군상이 죄 남자 뿐이라 영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다. 편견이라 하시면 반론하지는 않겠지만, 최소 syo의 주변을 표본으로 놓고 보면 과연 대구 놈들이 제일 문제라, 그야말로 맨 오브 맨, 가부장의 가부장들을 상대하자니 나의 얄팍한 깨침으로는 도통 이빨이 박히지를 않는다. 얼마나 막막하냐면, 야 그거 차별인데, 야 그거 혐오발언인데, 이렇게 지적하면 아니 syo야, 도대체 그런 재미있는 농담을 더 하고, 어디 농담 학원에라도 다니는 거니, 하는 식으로 파하하하 웃고 땡이다. 뭐 발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도대체가...... 그러니 syo는 눈알 하나 달린 도깨비들 마을에서 저 혼자 눈알 둘 달고 사는 도깨비가 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막상 눈알 하나 달린 도깨비들이 떼로 들고 일어나, 눈알 둘 달린 놈들 찾아서 하나를 뽑아 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그때도 syo가 당당하게 내 눈알이 두 개요 하며 행세할 수 있을까? 그 지점에서 저자는 존경스럽다. "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무시무시한 칭호가 표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저 책을 열어보면, 실제로 저자가 겪어야 했던 고난들이 눈물을 자아낼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지경에까지 와 있다. 이미 명망이 떠르르한 저자의 유머도 여전히 살아 있는데, 그게 또 아슬아슬하다. 함량은 확실히 여자 페미니스트들 성에 찰 만큼은 아닌 것 같고, 솔직히 머릿말의 기생충 이야기에 좀 뜨악한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응원한다. syo는 아직 "syo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같은 말을 써붙어야 하는 꼬꼬마고, 저자는 스스로 페미니즘을 응원하는 모든 남성들의 총알받이가 되었으므로, syo가 저자에게 줄 것은 결국 사랑 말고는 없겠다. 그리고 사랑은 마침내 구매로 이어지리라. 






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 이사야 벌린 지음, 안규남 옮김 / 미다스북스 / 2012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1

마르크스 평전 / 자카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예담 / 2006


우리말로 번역된 마르크스 평전은 좀 더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이 세 권을 꼽는다. 그러니까 마르크스 평전계의 태희, 혜교, 지현이는 이사야 벌린, 프랜시스 윈, 자크 아탈리 되시겠다. 보시다시피 표지가 다들 어떻게든 빨갛다. 그래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지만, 솔직히 나는 좋다. 마르크스를 좋아하기 전부터 빨간색을 가장 좋아했는데, 운명이란 그런 거지.


왕년에 세 권을 다 읽었었는데, 너무 왕년이라 가물가물 하지만, 이사야 벌린은 차가우면서 고급졌고, 프랜시스 윈은 깊으면서도 유머러스했으며, 자크 아탈리는 정열적이고 선동적이었다. 태혜지와의 매칭은 각자의 손에 맡기겠지만, 그녀들 중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듯, 저 책들도 세 권이 제각기 다 괜찮다. 


하나씩 다시 읽는 중이고, 어제 이사야 벌린을 마쳤는데, 저 양반, 정말 엄청난 사람이다. 저 책은 그의 나이 28세에 쓴 것으로 그의 첫 작품이라는데, 세상에, syo한테는 28년이 아니라 56년, 94년을 줘도 저런 책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확실한 절망감이 엄습한다. 가끔 문장이 너무 좋아서 원문은 어떤가 읽어보면, 영언데 더 좋다. 희한하다. syo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암만 영어를 못해도 그 글 좋은 줄은 알 수 있게, 그렇게 쓴다, 저 사람이.


이사야 벌린은 서문에서 어떤 범죄를 아주 능청맞게 고발하고 있다. "애초에 써 놓은 원고는 이 책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그러나 <홈 유니버시티 라이브러리> 편집자들의 엄격한 요구로,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학적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빼버리고 대신에 주로 지적 전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홈 유니버시티 라이브러리> 편집자 놈들아!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그대들은 "가장 훌륭한 마르크스 평전"이 될 뻔한 글을 "가장 훌륭한 마르크스 평전들 중 하나"로 만드는 역사의 대죄를 저질렀으므로, 불지옥에서 그 죄를 태워 없애야 할 것이다. 그대들은 아무리 뜨거워도 십 년에 한 번만 몸을 뒤집을 수 있고, 영원토록 삼겹살만 지급될 것이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준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모든 것은 눈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래 보아야 어여쁘다. 어여쁜 것들을 꾸짖고 넘어뜨리는 것들이 밉다. 미운 것 역시 오래 보아야 미운 셈이다. 어여쁘고 미운 것들이 시를 짓는다. 그 시는 눈 닿는 세상의 모든 구석에 꿀처럼 술처럼 묻어 있다. 여기저기 고여 있다. 시인의 손가락이 시를 푸욱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달고 쓰고 맵고 시고 온갖 맛이 난다. "아, 달고 쓰고 맵고 시구나." 그러구나, 시구나. 맞다. 그러면 시다. 시인의 그 말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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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9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 것은 사랑밖에 없다니! ❤️

syo 2017-09-29 07: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syo는 그런 남자인 것임니다.

단발머리 2017-09-29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 마르크스, 빨간 책 세권 완전 멋지네요~~~
저는 하나만 고르라면, syo님이 극찬하신 이사야 벌린의 책을 읽어야겠어요.
syo님도 자세히 보니, 분노의 빨간 포도알갱이인데요^^

syo 2017-09-29 09:3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바로 보셨어요. syo가 바로 분노의 ˝빨간˝ 포도알갱이가 맞지요.

근데, 혹시 처음 마르크스 평전을 보시는 거라면 가운데 있는 놈을 권합니다.

단발머리 2017-09-29 09:32   좋아요 0 | URL
혹시 처음 마르크스 평전을 보려고 하는 1인이거든요.
근데, syo님이 영어문장도 좋다~~ 하시어서 전, 이샤야 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었는데...
초심자에겐 무리일까요? 너무 두꺼운가요? ㅎㅎㅎㅎ

syo 2017-09-29 09:58   좋아요 0 | URL
아뇨, 얇은데, 단순히 페이지 수로 보면 세 권 중 제일 얇긴 한데, 되게 옛날 책이기도 하구요. 진짜 ˝철학적, 경제학적, 사회학적 쟁점˝들은 툭툭 던지고 지나가는 느낌이거든요. 물론 그 툭툭 던진 게 집채만하가는 하지만....

뭐랄까, 마르크스를 잘 알게 된다기 보다는 마르크스를 평하는 모습을 통해 이사야 벌린을 알게 된다는 느낌도 좀 있어서요. 평전은 처음이시지만 마르크스에 대해 좀 아신다면 거리낌 없이 권하겠으나, 그런 게 아니시라면 처음 읽기에는 프랜시스 윈이 제일 낫지 않나 해요. 윈도 문장 괜찮아요. 그리고 믿고 읽는 정영목 선생님 번역.

2017-09-29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9-29 10:04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고구마 사이즈 정도만 던지셔도 전 날아갑니다.
두번째 책은 자세히 안 봐서 몰랐어요. 믿고 읽는 정영목 선생님 번역이면 아무렴요, 시작은 <마르크스 평전>으로 해야겠네요.
심장이 두근두근 하네요. ㅎㅎㅎㅎㅎ

2017-09-29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7-09-2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나는 메갈은 아니지만,˝으로 운을 떼야 하는 그녀들의 고충 - 이 말에 십분 공감합니다. 메갈이 이슈화 되면서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자들의 기세가 더 등등해진 건 아닌지... / 그동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남성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도 참 많은 고난이 따르겠군요.
마르크스-예쁜 빨강빨강이네요! 가을엔 마르크스!인가요ㅎ

syo 2017-09-29 10:2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무릇 가을에는 빨강빨강이 제맛이지요. 단풍과 잘 어울리잖아요. 비록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 이런 건 없지만....

독서괭 2017-09-29 10:53   좋아요 1 | URL
내장산 마르크스 축제라니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해도 망삘인걸요ㅋㅋㅋㅋㅋ
 


1


일기 쓰기의 정신병자, syo의 울증 기간이 도래한 것 같다. 작게는 보름 거리, 크게는 한 계절 거리의 파장을 그리면서 조와 울을 반복하는 의욕이 이번에는 더위와 함께 시원하게 물러간 듯하다. 한 번 다운되면 한두 달씩 한 줄도 안쓰고 그저 산소를 소비하면서 비루한 목숨만 연명하곤 한다. 아무것도 아닌 글이지만 꼬박꼬박 써 보려 했는데 아무것도 아닌 글이라서 쓰기가 싫어진다. 써서 올려 놓은 것들도 다시 읽어보면 한 줄에 한 군데 꼴로 뜯어 고치고 싶다. 뭐야, 이 멍청한 놈은, 이런 땅거지 양말 같은 문장을 써서 올려놨네? 저, 저, 그래놓고 의기양양한 것 좀 보소...... 와, 내는 안 볼란다......




2


읽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다. 희한하게 이런 때일수록 눈은 더 밝아지는 거라, 그냥 못 보고 지나쳐도 됐을 작은 문장들까지도 하나하나 속속들이 발견하여 어찌나 아름답고 뜻 깊고 탐나고 소중한지 감탄에 찬탄을 얹어가며 읽다보면 문득, 저기 저 알라딘 세상 속 슬럼가 어느 후미진 골목에는 syo의 서재라는 곳이 있고, 얼굴이 붉고 거대한 분노의 포도알갱이와, 그 포도알갱이가 어둠 속에서 제조하는 밀주 같은 값싼 글들이 선량한 알라디너들의 정신 세계를 더럽히고 혼탁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그야말로 저 프로필 사진과 똑같은 얼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독서에는 평정심이 조금은 필요하고, 저런 얼굴로는 시위에 참가하거나 홍준표 기사에 소소하게 진심을 담은 악플은 달 수 있어도, 도저히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책도, 책 머리의 먼지도 쌓여만 가고......


결국 syo의 독서라는 게 다 한철 장사라, 울증의 정점이 마음에 도착하면, 막 한 달에 세 권 띡 읽는데 그 중에 한 권은 명탐정 코난 신간인, 독서인으로서는 실형을 선고받아 마땅한 아주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먹는 게 없으니 싸는 것도 없는 거지. 없는 와중에 그래도 좀 있는 것들의 면면은, 아, 이건 정말 쓴 게 아니라 싼 거다, 싶은 글들 뿐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두려운 일이 벌어진다. 최소한 syo에겐, 북한이 보유한 핵이 터지는 것보다 syo가 보유한 중2병이 터지는 것이 몇 배는 무시무시하다. 바로 상상만 해도 손발이 소멸되는 무서운 폭탄, 이제는 나의 존재조차 잊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향해, 그 사람들이 읽고 눈물을 흘릴 일은 없고 그저 알라디너들이 읽고 배꼽을 흘릴 일만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광대역 공용 와이파이 버전의 '자니?' 드립을 터트리고 마는 것이다! 알코올은 냄새도 안 맡았는데! 으아아아!!.....




3


그러니까, 이 모든 묵시록적 결말을 막아내려면, 뭐라도 써야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런 글이라도, 혹시 발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뭐라도 써야 된다.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지금 필요한 건 기세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지금 '자니?'의 "ㅈ"까지 나온 상태다. 하자. 쓰자. 몸부림이라도 치자.






내가 충분히 깊게 나아가지 않은 것, 그것이 문제다.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파고들어야 하고 견뎌야 한다. 냉정한 시작이야말로 최악이다. 그 모든 것을 지나가야 한다. 비통함을 뚫고, 정당한 감정을 뚫고 줄곧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성스러운 도시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향해 가야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게 불러오려고, 그것이 나타나게 하려고 애쓴다. 나는 그것이 거기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당연히 쉽지 않다. 흔들려야 한다. 몸부림쳐야 한다.

_제임스 설터,『스포츠와 여가』



언제나 가까운 데서 찾고, / 다른 데서 가져오려 하지 마세요. / 무엇보다 자기에게 절실해야 해요. / 쓰고 나서 많이 아파야 해요.

_이성복,『불화하는 말들』



너는 속속들이 작가인가. 말하자면 너의 모든 점에서 너 자체가 살아 있고 역동적인 글쓰기인가? 작가에게 던져진 이러한 물음은 얼마나 부조리한가? 그것은 즉시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거나 그의 장례식에서 바보 같은 찬사를 보내는 격이 될 것이다.

_모리스 블랑쇼,『카오스의 글쓰기』



믿음과 행위는 하나다. 만일 행위가 스스로 믿음을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 믿음은 거짓이다. 즉 그 믿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자신이 인정하는 것과 정반대되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이론과 실천은 하나이거나 아니면 하나이어야만 한다.

_이사야 벌린,『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고독 속에서 읽고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도우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책의 힘, 그리고 책에 담긴 타인의 힘을 빌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뭔가에, 누군가에 의지해서 애쓰고, 어렵게 알아내고, 그리고 그 가치를 허투루 여기지 않는 사람만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관대하고 타인에게도 잘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_정혜윤,『삶을 바꾸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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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7 2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syo님 너무 열심히 독서를 하셔서 피곤을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을 불태우고 싶을정도로 읽기 싫을 땐 책을 덮고 잠시 꽃만 바라봐도 책 읽는 것보다 의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syo 2017-09-27 22:45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님 말씀이니까, 믿고 한 번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하면서요. 감사합니다 ㅎㅎ

서니데이 2017-09-27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기쓰기의****이라고 하셨으니 매일 쓰셔야 합니다. ^^ 일기는 매일 쓰지 않으면 주기와 월기와 연기가 됩니다. ^^
하지만 그렇더라도. 연기도 좋고 월기나 주기도 좋으니 쓰고 싶을 때 써주세요. ^^
늘 재미있게 또는 기분좋게, 때로는 여러가지 생각하면서 읽고 갑니다.
syo님 좋은밤되세요.^^

syo 2017-09-27 23:07   좋아요 1 | URL
매일 꾸준히 쓰시는 서니데이님은 정말 대단하신 거예요. 게다가 기복도 안 느껴질만큼 안정적인 글..... 저는 그런 게 안 되더라구요. 맨날 빡쳐 있고ㅜ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서니데이 2017-09-27 22:52   좋아요 1 | URL
저는 잡담을 쓰니까 그렇고, syo님은 책읽은 느낌을 잘 전해주시잖아요. syo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그러니 마음편하게 쓰셔도 좋을거예요.
네. 고맙습니다. 좋은밤되세요.^^

秀映 2017-09-2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문을 글을 잘 어떻게 하면 쓸수있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syo 2017-09-27 22:50   좋아요 0 | URL
정말 미지의 세계입니다. 방법을 알게 되시면 꼭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2017-09-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극히 정상?이십니다. 웃겨서 댓글을 안달 수가 없군요.^^^^
그래도 읽으시니 됐습니다.

syo 2017-09-28 07:41   좋아요 0 | URL
정상일 수가 없습니다만 쑥님의 응원(?)에 힘 입어 힘껏 정상인 척 버텨보겠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17-09-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럼프를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syo님의 읽기에는 슬럼프가 왔어도 쓰기에는 아직 안 온 듯. 약간 취해서 쓰신 듯한 느낌도 괜찮은걸요 ㅋ

syo 2017-09-28 16:28   좋아요 0 | URL
안 취했는데!! 일기에서 술냄새 나요?? ㅎㅎㅎ

독서괭 2017-09-28 16:52   좋아요 0 | URL
˝자니?˝의 ㅈ에 취하신 거 아니었나요?ㅎㅎㅎ

syo 2017-09-28 17:48   좋아요 0 | URL
콜라 마시고 쓴 건데..... 제로콜라....

이하라 2017-09-28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증일 때 눈이 더 밝아지신다니 울증도 부러움을 사실만하네요 저는 글솜씨가 없는데다 언젠가부터 책을 읽고나면 그저 읽었다는 표시를 해두려고 리뷰를 남기는 거라 남다르게 잘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울뿐입니다^^

syo 2017-09-28 20:05   좋아요 2 | URL
글솜씨가 없다는 그런 거짓말을 하시다니.... 이하라님이 읽고 올리시는 책이 제 관심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눈으로만 읽고 댓글은 달지 않고 있지만, 글솜씨 없다는 말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이하라 2017-09-28 20: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란 말씀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는 칭찬이시네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1


그리스는 최초로 민주주의를 발명했다. 시민들이 직접 광장에 나와 의견을 내놓고 조율하여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 이 위대한 체제를 벌써 몇 천년 전에 그들이 고안해냈다. 비록 그 '시민'은 일정 연령 이상의 남성으로, 여성이나 노예는 '시민'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때는 다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1776년 미국은 독립과 동시에 스스로 위대한 나라임을 뽐내기에 충분한 진리를 독립국의 이념으로 선언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양도할 수 없는 몇몇 권리들을 부여하였으며....." 그 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한 최초의 국가였다. 비록 흑인은 그 '사람' 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때는 다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 시대의 상황에 맞게 평가해야 한다.


1848년 2월, 프랑스 노동자들은 혁명을 일으켜 기어코 선거권을 쟁취해냈다. 신분과 경제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가 시민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비록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보통'의 범주 밖이라고 생각되어졌지만, 그때는 다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그 시대의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위대한 혁명의 결과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한계가 있었다"로 마무리되어야 할 것들이 "한계가 있었으나", "한계에도 불구하고"로 서술되는 수없이 많은 예들, 그것은 어쩌면 객관적 진리를 말하는 모양새 뒤로 주관적 관점이나 기득권을 가리려는 시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2




 "이제 네 소식을 어떻게 듣지? 놈들이 널 죽여도 내가 모를 텐데. 놈들이 널 해칠 수도 있는데. 네 소식을 어떻게 듣지?"


 톰이 불편한 웃음을 터뜨렸다.


 "뭐, 케이시 말처럼, 사람은 자기만의 영혼을 갖고 잇는 게 아니라 커다란 영혼의 한 조각인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뭐, 톰?"


 "그렇다면 문제 될 게 없죠. 저는 어둠 속에서 어디나 있는 존재가 되니까. 저는 사방에 있을 거예요. 어머니가 어디를 보시든,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걸 달라고 싸움을 벌이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경찰이 사람을 때리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케이시 말이 옳다면, 사람들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러댈 때도 제가 있을 테고, 배고픈 아이들이 저녁 식사를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제가 있을 거예요. 우리 식구들이 스스로 가꾼 음식을 먹고 스스로 지은 집에서 살 때도, 저는 거기 있을 거예요. 아시겠어요?"


_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 2』


절망에 빠져 있는 민중을 구하기 위해, 민중 스스로 자신들을 구원하도록 하기 위해, 스타인벡은 그 민중 가운데에서 두 명을 뽑아 각각 임무를 맡긴다. 톰은 광야의 시련을 겪고 돌아온 예수처럼, 어두운 동굴에서 혼자 긴 시간을 고뇌한 끝에, 민중 속에 스며드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깨닫는다. 그는 영혼의 투쟁을 맡았다. 그는 이제 동굴에서 나와 사람들 사이를 걸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되고, 생각이 되고, 믿음이 되고, 이념이 될 것이다. 배고픈 사람, 얻어맞는 사람, 분노하는 사람들은 모두 톰을 가지게 될 것이다. 톰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주인공, 톰의 여동생 로저샨 또한 같은 임무를 받는다. 사람과 사람을 엮는 다리,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의 고난과 배고픔을 나누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게 하는 일. 로저샨의 임무는 결국 '톰'의 임무와 같다. 그러나 방식이 다르다. 로저샨이 여자이기 때문이다. 스타인벡은 그녀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다. 헛간에서 죽어가는 노인에게, 처음 보는 노인에게 젖을 물리는 일. 그녀는 기꺼이 그 일을 받아들이고, 젖을 빠는 노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기까지 한다. 그렇게 소설이 마무리된다.




3


나는 스타인벡이 도저히 다른 도리가 없어서 그런 식으로 임무를 분배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중 인물들 가운데 톰이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해낼 것처럼 보이는 인물은 톰의 어머니다. 로저샨의 일도 마찬가지다. 나는 '젖'이 나눔과 희생을 표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톰이 엉덩이나 허벅지의 살을 끊어내 구워 먹이는 선택지를 만들 수도 있었다. 나는 스타인벡이 이 결말을 놓고 한차례 정도는 고민했으리라고 보지만, 톰이 맡은 일을 로저샨에게, 로저샨이 맡은 일을 톰에게 줄지를 고민하진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렇게 나눠줬을 것이다. 이념은 남자의 몫이고 모성은 여자의 소유다. 투쟁은 남자가 하고 희생은 여자가 한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보면 우습고 화가 나는 역할분담이지만 그때는 다 그랬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더 큰 그림, 작품이 하나의 커다란 전체로서 주장하는 가능성을 봐야하지, 지엽적이고 소소한 작품 내적 표현의 문제들을 따지는 것은 이 위대한 걸작을 대하는 방법으로 옳지 못하다.


나는 이 작품에 별 다섯 개를 던질만큼 좋아하고, 저 충격적인 결말을 고려하고서도 반드시 한 번은 읽을 책으로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닐 것이지만, 젖을 물리는, 그러면서 미소를 짓는 저 결말만큼은 아무래도 똥이다. 그땐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똥이다. 그땐 그랬으니까 그때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난 모른다. 그저 내겐, "그땐 어땠을지 알 수 없는 지금의 똥"이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한계요 진실은 이것이다-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그때, 거기가 아니다.


_이언 매큐언,『넛셸』




4


과거와 오늘날의 현실을 비교하며 작품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아무에게나 그런 권리가 있지 않다. 일제 강점기, 어떤 일본 군인이 본인의 의사에는 어긋나지만 상부의 명령과 시대 현실에 굴복하여 식민지 여성을 성 노예로 착취하는 일에 동참했다고 할 때, 만에 하나 그 군인의 행동에 자발성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평가하거나 용서해 줄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피해자에게만 있다. 그 어떤 경우든,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그 어쩔 수 없는 일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니라면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고, 입에 올려도 아무런 사회적 의미가 없는 말이다. 그저 그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의 개인적 의식을 드러낼 뿐이다. 그땐 어쩔 수 없었으므로, 나라도 같은 상황이었으면 아마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하는 정도의.




5


고전이란 시대를 건너며 생명을 유지하는 작품이라는 정의는, 새 시대에는 새 시대의 기준으로 다시금 고전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윤리적인 부분에서는. 과거에 발표된 어떤 작품이 비윤리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그 작가가 그 글을 쓸 무렵 비윤리적인 인간이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그 작가가 갑자기 오늘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다시 똑같은 작품을 발표한다면 그 작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비윤리적인 인간으로 취급당할 수 있다는 말일 뿐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뒤는 어떨까. 수많은 오늘의 고전들이 내일의 똥이 될 것이고, 수많은 어제의 똥들이 새로운 고전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작품은 별자리처럼 어느 시대에 떡하고 박혀 있는 화석이 아니다. 그저 쓰려고 쓰는 게 아니라, 읽으라고 쓰는 작품이라면, 우리가 오늘의 안경으로 읽었을 때 똥인지 된장인지,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의 한 순간을 살며 오늘 읽고, 그때는 똥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부차적인 역사일 뿐이다. 오늘 다시 읽어야 한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역사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나와 당신들의 오만하고 이기적인 수많은 역사들이 존재할 뿐이다.


_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한 순간만 하세요. 우린 단 한순간만 다룰 겁니다. 순간을 연기하세요. 이 순간에 당신이 뭘 연기하건 그것만 연기하세요. 그리고 다음 순간으로 넘어갑니다. 어떻게 될지는 중요치 않아요. 그런 걱정은 접어 두세요. 그저 순간, 순간, 순간, 순간으로만 인식하세요. 우리가 할 일은 다른 걱정은 접고, 이 다음에 어떻게 되든 이 순간 안에 존재하는 겁니다.


_필립 로스,『전락』


하나의 문장은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장을 다른 맥락 속에 위치시킬 때, 다른 문장들과 만나게 할 때, 완벽함이 생각만큼 대단한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_금정연,『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과거의 사유를 그저 답습하고 되뇌는 사람은 그것이 마음의 빗장이 되어 세계와 존재의 의미가 들어오는 통로를 스스로 막아 버린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_김종엽,『하이데거의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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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25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이 시간 쯤이면 페이퍼가 올라와 있지 않을까 와봤는데 있다!! ㅎㅎ
읽었으므로 나는 잡니다. 굿 나잇.

syo 2017-09-25 22:30   좋아요 0 | URL
전 이제 놀기 시작합니다 ㅎㅎㅎ 다락방님은 새나라의 어린이시군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아 걔는 일찍 일어나는 애였지;;

단발머리 2017-09-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바야흐로 판결의 시간.
똥과 된장의 시간이 왔네요.
이 와중에도 가슴을 파고드는 필립 로스의 문장. 아, 나는 이런 사람을 사랑했네ㅠㅠ

8시간 전에 공지영 작가님을 만나고 왔어요. 북콘서트 주제가 ˝가장 소중한 것˝이었는데 자신이 깨달은 소중한 건 3가지는..
지금, 여기, 그리고 나 자신...
이라고 하더라구요.
<전락>의 순간, 순간, 순간과 닿아있네요.
나도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했어요.
일단 고정팬 2인 확보^^

syo 2017-09-25 23:26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단발머리님하고 다락방님이 요즘 필립 로스의 똥들에 대해 논하고 계셨었죠.....

고정팬 2인 감사합니다. 첨 가져보네요, 그런 멋진 건^^

cyrus 2017-09-2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고등학생 때 배운 국어교과서에 축약된 <분노의 포도>가 실려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왜 배워야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틀에 박힌 해석(답)을 찾도록 요구하는 우리나라 교육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 소설을 가지고 비판적 독서를 시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syo 2017-09-25 23:28   좋아요 0 | URL
제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는 ˝수레바퀴 아래서˝가 있었는데..... 이 세대차이 뭐죠? 슬프다ㅠ

cyrus 2017-09-25 23:43   좋아요 0 | URL
고등학생용 국어교과서가 한 종이 아니라 10종이 넘을 정도로 수가 많아요. 교과서 종류가 다양하니까 교과서에 실린 문학 작품들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와 syo님이 같은 세대라고 가정하면 저는 ‘분노의 포도‘가 있는 국어교과서를 사용했고, syo님은 ‘수레바퀴 아래서‘가 있는 교과서를 사용했던 것이죠. ^^

syo 2017-09-25 23:42   좋아요 0 | URL
명쾌하군요. 위안이 됩니다.

독서괭 2017-09-26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와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며 ˝여성에 관한 부분은 맘에 안 들지만 그땐 다 그랬으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던 저를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이 부분에선 똥내가 나지만 그래도 훌륭한 작품이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은 훌륭하지만 저런 부분은 명백한 똥이다˝라고 말해도 되는 거였어요. 깨달음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 결말 좀 충격적이네요. syo님 스포 덕에 안 읽게 될 듯.. ㅋㅋㅋ

syo 2017-09-26 06:58   좋아요 0 | URL
와.... 전 그냥 결말은 똥이다. 그리고 오늘의 똥은 그냥 오늘의 똥이다. 뭐 이런 말을 한건데, 독서괭님의 해석이 훨씬 고퀄이시다.... 꿈보다는 역시 해몽이죠!

그나저나, 스포라고도 할 수 없는게, 마지막 장면이긴 하지만 저건 사실 결말이라기보다는 결말 다 난 뒤의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장면이라고 보이거든요. 저런 결말을 향해 전개가 차근차근 흘러가는 게 아니라 그냥 갑툭튀다보니.... 솔직히 이 책은 사람들이 빨리고 분노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가치가 있습니다.

독서괭 2017-09-26 07:3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럼 언제 읽을지 기약은 없지만 보관함에 넣어둬야겠습니다ㅋ 그리고 여기 고정팬 1인 추가입니다.

syo 2017-09-26 08:06   좋아요 0 | URL
3번 고객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데 나보다 한 열 걸음쯤 앞서서 한 검은 청년, 그러니까 피부가 검은 것은 아닌데, 검은 신발에 검은 바지에 검은 가방에 검은 티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의 청년인지라 도저히 검은 청년이라고밖에는 달리 부를 도리가 없는 검은 청년이,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검은 티셔츠 등판에 어떤 이의 상반신 사진이 정말 커다랗게 박혀 있었는데, 엇, 저것은 프로이트잖아? 아무리 봐도 영락 없이 프로이튼데? 세상에, 프로이트 티셔츠라니. 그러니까,


 

정확히 이 사진이었다. 와, 신기하다, 프로이트 티셔츠라니, 내가 체 게바라 티셔츠는 봤는데, 하며 검은 청년의 등짝프로이트와 눈을 마주치며 계속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주까지만 해도 열심히 프로이트를 읽던 syo가 조금 흥미가 떨어진 거라, 다음 주부터는 융이나 라캉으로 슬쩍 옮겨 타려고 책을 빌려다 놓은 참이었던 것이다. 야, 너, 이제 나 안 읽을 거지? 그치? 아니, 그게...... 맞잖아, 안 읽을 거잖아. 아,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솔직히 말해 봐 내 책 빌려 놓은 거 있어? 아니,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집에도 니 책 있고, 나, 니 전집도 가지고 있는데..... 가지고 있으면, 읽냐? 니가? 허, 어이가 없네, 야, 나야 나, 이게 지금 누굴 속여 먹을라고, 나 프로이트야 임마, 무의식의 지배자, 니네 엄마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해치우고 싶어하는 니 무의식을 지금 당장 까발려 준다? 어디, 마음 한 번 심하게 불편해 볼까? ......나 지금도 불편해, 이 미친 영감아, 그만 좀 꼬라보라고, 나 그래도 너 읽을만큼 읽었단 말야. 니가 날 안다고? 고작 입문서 몇 권 띡 읽고? 그럼 말해봐, 지금 니가 내 눈을 보며 제 풀에 마음이 불편하고, 나랑 이 말도 안 되는 마음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이 심리 상태를, 내가 뭐라고 불러? 그건......


생각이 안 났다! 검은 청년이 도서관에 들어서고, 4층까지 계단을 올라오고, 열람실로 들어 와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최선을 다해 머릿속을 헤집어 엎었으나, 생각이 안 났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6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프로이트 책을 한 권 더 빌릴 수 밖에 없었다. 안녕, 융아. 안녕, 라캉아. 우린 아직 만나기에 이른 사이였나 봐. 가련한 융아, 니가 왜 저 영감에 학을 뗐는지 나도 알 것 같아.


검은 청년은 왜 검은 가방을 양쪽 어깨로 매지 않았나, 그랬다면 저 매서운 눈과 마주칠 일이 없었을 텐데, 검은 청년이 나빴어, 이게 다 검은 청년 탓이야. 프로이트는 요런 방어기제를 "투사"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늦었다. 장학퀴즈 끝나고 벨 누르기다. 심지어 질문의 답도 아니다. 여러분, 날림으로 책 읽으면 이 꼴 납니다. 조심하세요! 


물론 syo만 조심하면 된다.




170918-170922 : 32권


마르크스 : 4권



1. 자본론 공부

: 이제 드디어 종이와 펜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별로 복잡할 것 없는 놈들이지만, 그래도 수식이라고 오랜만에 보니까 설레는구만. 자본론 공부하면서 김수행 선생님 책 한 권 안 보고 지나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2.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 귀엽잖아.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술술 읽기에 좋다. 뒷쪽에 알찬 추천도서 목록이 있어서 전의를 불태울 수 있다.


3. 오늘『자본』을 읽다

: 김수행 선생님에게 "강"이 있다면 강신준 선생님에겐 "유"가 있다.『자본론 공부』와 이 책을 나란히 놓고 보면, 동일한 주제, 같은 서술 방식임에도 각각의 존재 가치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본』의 한 구절 한 구절을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에 딱딱 매칭시키는 기가막힌 능력.


4. HOW TO READ 마르크스

: 이 시리즈를 입문서라고 생각하고 덤비는 사람들은 반드시 엉엉 울며 돌아선다. 얘네들은 저자가 대상 철학자들을 읽어내는 본인들의 철학적 방법과 관점을 제시하는 명백한 철학서들이다. 어렵고 깊이가 있다.




철학 / 정신분설 일당 : 3권



5. 현대 철학 아는 척 하기

: 이런 책의 딜레마는 두께에서 온다. 컨셉상 얇아야 미덕일 것 같지만서도 암기가 아니라 이해로 끌고 가려면 어느 정도의 분량을 확보해야만 흐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500쪽쯤 되는데, 200쪽짜리보다는 확실히 낫다.


6. 융

: 정신없는 그림과 서술. 이 시리즈가 대부분 그렇지만 유독 이 책은 심하게 파편화되어 있어서 융에 대한 선명한 그림을 그리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7. 나는 누구인가

: 아, 꼴랑 프로이트 쬐끔 알고 읽을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 알고 읽었더라도 아, 굳이 읽을 책은 아니었다, 했을 것 같다.



경제학 첫발 떼기 : 6권



8, 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9. 작은 자본론

: 제목은 이래도 마르크스의 이름은 한두 번 나올 뿐이고, 자본론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불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고 있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21세기에 자신들의 사상을 퍼뜨릴 사도 바울 후보 명단에 저자의 이름을 올린다면, 나는 그에게 한 번 배팅해 볼 생각이다.


10. 경제 선생님, 스크린에 풍덩


11. 저는 경제공부가 처음인데요


12.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

: 단지 만화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청소년 문고에 집어 넣었다. 이 도서관 청소년 문고에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국가. 정체』,『리바이어던』이런 게 막 꽂혀 있다. 좋은 책을 청소년 문고에 넣으면 성인이 안 보고, 어려운 책을 청소년 문고에 넣으면 청소년과 성인이 모두 안 보니까, 청소년 문고의 존재 가치는 참 역설적이다. 이 책이 썩 좋은 책이라는 말입니다.


13. 경제학은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




문학 : 11권




14.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 톨스토이가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왜 도스토옙스키를 그렇게 많이 읽고 레스코프를 읽지 않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가 진짜 몰랐을까? 두 작가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라면, 솔직히 난 바로 알겠는데?


15. 문학 소녀

: '문학 소녀'나 '소녀 감성'을 멸칭 비슷하게 썼던 그들, 20세기에는 그렇게 '여성들의 이성 부족 감성 과잉'이라는 택도 없는 이데올로기를 마술지팡이처럼 휘둘러 자신들의 공감 능력 부족을 어찌저찌 덮거나 부인할 수 있었겠으나, 어쩌냐, 이제 20세기 끝났다, 20세기들아.


16. 산책

: 희한하다. 리듬. 쉴 새 없이 헤매고 방황하고 혼란스러운데, 그게 다 아름답다.


17. 분노의 포도 2

: 한 동안 인생책이 될 것 같다. 서재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분노의 포도 알갱이" 컨셉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성형 수술을 결심할 정도의 대작인 것이다. 아직 안 읽으신 분들, 두껍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진짜 금방 넘어가요. 


18. 상속자들

: 익숙해지기까지 60페이지. 그 시간만 잘 버텨내면, 그 이후에는 골딩의 손이 놀리는 펜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된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라도 정신줄 놓치면 그 길로 바로 안드로메다 직행이다......


1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 읽는 데 며칠이 걸린 걸까. 의식의 흐름은 진짜 요물이다. 내 의식이 내 바깥으로 흘러 나간다. 그렇게 실컷 싸돌아다니던 의식은 책상에 엎어져 침을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쓰윽 다시 내게 복귀하고.


20.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 리뷰를 한 번 해보겠다는 호기로운 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안녕. 별이 되어 사라진 나의 기억들아. 주인공은 불쌍한 놈이고, 누가 나쁜 놈인지도 알겠는데, 그것 말곤 아무것도 모르겠다...... 훌쩍.


21. 젊은 예술가의 초상

: 세상에다 퍼붓고 싶은 자기 생각을, 아무리 등장 인물의 입을 빌렸다지만 이렇게까지 대 놓고 쏟아내는 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문장이 이렇게까지 웅장해버리면 따질 말을 잃는다.


22.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2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24.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완간 기념 정주행 중. syo는 벌건 피가 범벅이기 일쑤인 추리물을 선호하지 않지만, 잘려나간 사지 육신이 아니라 책이 사방에 춤을 추는 이야기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내 모자란 친구의 칠칠맞은 형의 모니터 앞에 피규어로 놓여 있는 그 가슴 큰 여인이 누군지 이 책의 표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읽기 / 젠더 / 인문일반 : 6권



25.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 제목 덕을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저자의 센스를 짐작할 수 있는 문체는 매력적이고, 서술 대상으로 삼은 항목들도 참신하다. 그러나 확실히 가볍고,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인문학" 책에 가깝겠다.


26. 월경독서

: 목수정을 처음 알게 된 책이다. 추억 돋네. 오랜만에 봤더니 어쩐지 내 문장이 그녀의 문장과 좀, 아주 쪼오오끔 닮아 있다. 사랑하면 닮는 법이지.


27. 음악 혐오

: 솔직히 내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지. 하지만 그 다음이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온통 모르겠다.


28.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

: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을 읽고 내친 김에 한 번 읽어 보았는데, 아뿔싸, 무슨 최면에라도 걸린 것마냥 이 책을 반납함과 동시에 두 권 1000페이지가 넘는『미국 민중사』를 대출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보니 좀 무섭다.


29. 헬페미니스트 선언

: 『나쁜 페미니스트』를 540명이 읽은 동안,『헬페미니스트 선언』은 syo 포함 9명이 읽었다. 60배. 왜 사람들이 '나쁜 조선' 혹은 '배드 조선'이 아니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 같다. '헬'의 농도가 '나쁜'의 60배는 되기 때문이다! 알아요, 아무말인 거. 이 책, 좋으니까 읽어보자구요.


30.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읽으면 한없이 부끄러워 질 거, 알았잖아, 알면서, 왜 또 읽고 말았니...... 그러나 취미로 하건 업으로 하건, 리뷰 쓰는 사람 중 장정일과 마주하여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그 외 : 2권



31. 굿바이 그래머

32. 시사인 522




-『자본론』세트(6권, 12만원)를 사 버렸다! 잘 한 짓일까? 그건 앞으로 하기 달렸다. 그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예측해 보면, 똥 됐다. 또 책장에 벽돌을 쌓는 데 돈을 썼구나. 


- 마르크스는 한동안 더 읽게 될 것 같다. 오늘 내 코피를 터뜨린 건 검은 청년과 프로이트였지만, 언젠가 마르크스가 등짝에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빨간 청년이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 말도 있잖아. "적과 흑".


- 미국 민중사를 책상에 올려놨는데, 책등에 저자인 하워드 진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살인미소"를 날리고 있다. "살인(나기 싫으면 어서 읽는 게 좋겠지 꼬마야? 라는)미소".


- 빌려는 놨지만, 솔직히 프로이트 쟤 별루야. 읽을수록 비참해져. 라캉이는 안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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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7-09-2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지금도 불편해, 이 미친 영감아.... 부분에서 빵 터졌네요 ㅋㅋㅋ 두번 읽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멋진 벽돌을 쌓고 계신 겁니다.. 네.

syo 2017-09-22 19:55   좋아요 0 | URL
새빠아아아알간 벽돌이에요.....

다락방 2017-09-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분노의 포도 다 읽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 이렇게 되었습니다.

syo 2017-09-22 20:18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저는
??????!!!!!!!!!....... 요렇게 되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9-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은 다독가이시군요.^^: 부럽습니다.

syo 2017-09-22 20:42   좋아요 1 | URL
잘 먹지 못해서 많이 먹는 거예요.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아도 못 끊는 폭식증 같은 거 아닐까요 ㅎㅎㅎ 1도 부러울 일 아닙니다. 겨울호랑이님쯤 되는 고수는 더더욱이요.

겨울호랑이 2017-09-22 20:49   좋아요 1 | URL
사람마다 독서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내에 저 많은 책을 읽으시려면 책에 대한 속도도
속도지만, 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는 편이라.ㅋㅋ syo님의 책에 대한 열정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고수가 아니라 더욱 그렇구요^^: syo님의 재치는 다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오늘 배우고 갑니다.

syo 2017-09-22 20:53   좋아요 1 | URL
과찬이세요.
제 눈에도 저건 다독이긴 한데, 제 생각에는 뭔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는 것이 다독의 조건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해야 할 일˝이 없고, ˝별다른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이렇게 읽는 것 같습니다. 열정이고 재치고 이런 것들, 저 없어요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9-22 20:56   좋아요 1 | URL
^^: 마음을 비우는 것이 가장 어렵다잖아요. syo님 <자본>의 멋진 리뷰를 기대해 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9-2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수행님의 <자본론>에 발 디딛셨군요.
부럽습니다.

syo 2017-09-22 20:59   좋아요 0 | URL
아직 안 디뎠어요, 북다님. 그저 사 놓고 좋아하기만 하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17-09-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나 댓글 날아갔어요~~ ㅠㅠ
혹시 syo님 북플에 로그인 안 한 댓글 있으면 그게 제 꺼예요. 방금 전에요.

전 항상 끌리는대로 정체없이 읽는 편이라 syo님처럼 한 개의 주제를 가지고 쭈욱 읽어가는 독서가 부러워요.
특히 그 대상이 마르크스라는 것도 흥미롭네요.
일단 저는 저기 위에, 귀여운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를 읽는 걸로 하고요 ㅎㅎㅎ

syo 2017-09-23 07:43   좋아요 1 | URL
저한테도 댓글 왔다는 알림만 뜨고 댓글은 사라졌어요. 금요일, 아멘,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ㅎㅎㅎ 북플 이 크레이지어플리케이션같으니라구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추천합니다. 일단 표지 좀 보시라구요...... 도저히 거부가 안 된다.


단발머리 2017-09-23 08:12   좋아요 1 | URL
아하..... 그랬군요. 제가 로그인해서 댓글달려고 금방 삭제했어요. 근데 붙여넣기가 안 되더라구요.
북플을 미워하지 마세요. ㅋㅋㅋ

syo님 책 중에서 제가 읽은 것 4-5권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제일 중요한 이야기는...
저번주 금요일에 올리신 ˝자매님~~ ˝글이 너무 좋았다구요.
제가 금요일에, 교회가서 노래하고 기도하고 아멘하고 집에 딱! 와서 북플을 열었더니,
˝자매님~~ ˝이런 글이 있는거예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겠지만, 교회에서 방금 돌아와 완전 자매모드였던 제가,
제일 많이 웃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읽으신다면 아무래도 도서관 많이 이용하실 듯해요.
저도 도서관 많이 이용하지만, 많이 이용하면 아무래도 반납일을.... 못 지킬 때가 좀... 많습니다.
syo님은 어떠신지요~~~~~~ ㅎㅎㅎ
참, 즐거운 주말되세요~~ 날은 좀 흐릿하네요.

syo 2017-09-23 08:05   좋아요 1 | URL
와, 그 글은 써 놓고 이거 신앙인 비하로 비치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잔망 떤 거라, 좋은 반응은 예상도 못했었는데....

제가 읽고 있는 책 중 제 소유인 책은 10퍼센트 채 안되는 것 같아요. 도서관은 ♡입니다. ㅎㅎㅎ

단발머리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1


빨갱이는 되는 것이 아니다. 되어지는 것이다. 제아무리 마르크스부터 레닌, 트로츠키, 마오, 심지어 주체사상까지, 짝퉁 포함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사회주의 사상에 통달해 있다 하더라도, 밥 숟가락을 뜨기 전이면 항상 식사기도 대신 김일성 삼대를 찬양고무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나타나서 와, 저 빨갱이 새끼, 하기 전까지는 결코 저 혼자 힘으로 빨갱이가 될 수 없다. 이게 바로 빨갱이 생성 법칙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월화수목금토를 일하게 하시고 보시기에 좋았으므로, 빨간 날 노는 놈들을 보고 와, 저 빨갱이 새끼, 하셨다. 그러자 기적처럼 빨갱이가 있게 되었다. 이것이 빨갱이 탄생 신화다. 물론 신화는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혐오를 담은 모든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은 달라도 같은 방식으로 발생한다. 누가 그 이름을 붙여주기 전까지, 그는 밉고 더러워도 그저 두루뭉수리하게 밉고 더럽다. 이름 붙는 순간 허상이 덩치를 키워 실체가 된다. 알아야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내게 와서 똥이 된다. 그리고 정정하자면, 혐오를 담은 모든 단어가 같은 방식으로 발생하듯이, 가리키는 대상도 결국 다르지 않다. 내가 가진 권능에 근거가 없으니 내어 놓으라는 날강도 같은 자, 그리고 그런 몹쓸 생각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전염병 같은 자.





"하인즈 씨, 제가 여기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러는데요, 그 망할 놈의 빨갱이라는 게 뭐죠?" 그랬더니 하인즈가 대답을 했지. "우리가 시간 당 25센트를 주겟다고 할 때 30센트를 달라고 하는 개자식들이 다 빨갱이야!" 이 젊은 친구는 그 말을 좀 생각해보다가 다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지. "세상에, 하인즈 씨, 전 개자식이 아니지만 만약 빨갱이가 그런 거라면 저도 시간 당 30센트를 받고 싶은 걸요. 다들 그래요, 하인즈 씨, 그럼 우리는 전부 빨갱이에요."

_존 스타인벡,『분노의 포도 2』


이 땅은 '가해자의 땅' 입니다. 가해자가 계속 권력과 영화를 누리는 땅이고, 그 가해가 한 번도 제대로 정리되어보지 못한 나랍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물적 토대를 장악하고 있고, 재생산 구조를 아주 강건하게 가진 그런 구조 속에서는, 인간의 탈을 쓰고 과연 그러한 것을 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의 행태도 반성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혐오의 뿌리를 그런 데서 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_천정환 홍세화,『홍세화의 공부』



2


솔직히 나는 '보수'라는 말이 웃긴다. 진보는 욕심의 이름이다. 진보는 더 가지려 한다. 현재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진 다음, 더 많이 나누려 한다. 보수는 가지려 하지 않는가? 보수도 가지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더 가지려 한다. 그런 인간상은 보수가 선호하는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기본적 인간형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보수라고 한다. 자신들이 보전하여 지킨다고 한다. 더 가지고 싶다는 말을 숨긴다. 그리고 숨길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를 보전하여 지키기만 하여도, 미래에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비열한 판이 이미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양심이 있어서 차마 더 가지고 싶다는 말을 못하는 건지, 양심이 없어서 부러 더 가지고 싶다는 말을 숨기는 건지는 알고 싶지도 않지만.




사람은 누구나 좌파로 살거나 우파로 살 자유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선택을 일생에 걸쳐 일상 속에서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하는 일인 것 같다. 좌파로 사는 일은 우파로 사는 일에 비할 수 없이 어려우며, 어느 시대나 좌파로 살 수 있는 인간적 소양을 지닌 사람은 아주 적다. 우파는 자신의 양심을 건사는일만으로도 건전할 수 있지만, 좌파는 다른 이의 양심까지 지켜내야 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_김규항,『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우리는 왜 위로만, 그리고 슬금슬금 오른쪽으로만 향하는가. 우리에게는 왼쪽으로 그리고 아래로도 세상을 탐험할 권리가 있으며, 바로 그러한 자기 확장을 통해서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더 높은 곳으로만 향하는 지루하고 어리석은 경주를 거부하고, 상하좌우로 온전히 세상을 경험하며 자아를 확장할 수 있었던 사람들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렸으며, 그들만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환골탈태하는 도약을 경험했으리라.

_목수정,『월경독서』


사장이 고용인에게 말한다. "젊은 친구, 이 회사에서 아주 빠르게 출세했군. 2년 전 사환으로 시작해서 두 달 뒤 사무직원이 됐고, 판매요원, 부지배인, 지배인을 거쳐 어느덧 부사장이네. 소감이 어때?" 고용인이 대답한다. "고마워요, 아빠."

_버텔 올먼,『마르크스와 함께 A학점을』


국가권력 사유화와 헌법 파괴, 부정부패, 직무유기에 가까운 태만의 실상이 분명하게 드러난 시점까지 박근혜 정부는 국가주의 국가론을 다르는 일부 국민들의 견고한 지지를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국민들이 집권 보수여당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단언하기는 어렵다. 자유주의 국가론이나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념형 보수'를 무식하다고 경멸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현실과 희망사항을 잘 구별하지 못한 소치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생명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끈질기다.

_유시민,『국가란 무엇인가』


지배계급들은 이성이 확산되면 머지않아 전 세계 민족들이 자신들이 주모자가 되어 펼치고 있는 어마어마한 사기극을 알아차리게 되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전 세계 민족들은 교회의 신성함, 왕의 신적 권한, 민족적 자부심, 혹은 부나 권력의 소유 등과 같은 허구에 사로잡혀 자신들이 타고난 권리를 포기한 채, 특권을 요구할 아무런 권리도 없는 소수계급을 부양하기 위해 불평없이 노력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위계구조 속에서 상층에 자리잡고 있는 계급은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자연적 인식이 자기 계급이 갖고 있는 권위의 자의적 성격을 폭로할 위험이 있을 때는 언제나 그런 인식의 발전을 저지한다. 

_이사야 벌린,『칼 마르크스 - 그의 생애와 시대』



3


읽고 또 읽고 있는데, 간혹 과속방지턱처럼 나타나는 문장들이 의욕을 확 꺾는다. 요새 것들 염색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유행이 개성인 줄 착각한다, 개성은 마음 속에 있는 본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하는 식의 문단을 보면 네이버에 저자의 나이를 검색하게 된다. 76년부터 책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발견되면, 역시 그렇지, 하는 생각에다 이어서 읽어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포개진다. 그 뿐일까. 여성의 특성이 돌봄 노동에 적합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여성이 돌봄 노동을 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는 식의 글을 읽고 나면, 혹시 저자의 메일 주소 같은 것이 없나 책날개를 뒤지게 된다. 만사 시장에 맡기면 무조건 오케이라는 말은 보이는 족족 그냥 다 찢어버리고 싶다. 보이지 않는 손, 이 손 이거는 아주 보이기만 해라, 내 눈에. 니빠로 손톱을 다 뽑아버릴라니까.


요는, syo의 좌편향된 사상이, 자꾸만 독서를 왼쪽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이런 충고들은 대놓고 쓰라리다. 




독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쌓아 온 선입견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지, 그래서 반성적 자아를 키우는 대신 완고한 자아의 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도서는 오히려 세상이 인정한 권위 있는 책과 저자를 내세워 스스로의 부족함을 가리려는 허위의 몸짓이 될 뿐입니다. 자신의 앎과 실천이 아니라 읽은 책의 목록을 훈장으로 삼는 허영의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_김이경,『책 먹는 법』


끊임없이 책을 읽는데도 안정된 판단력과 정신을 갖추지 못하는 사람은 책에는 조예가 깊을지 몰라도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_조지 스웨인,『공부책』


일상적인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확고한 견해를 가진 인간으로 텍스트를 읽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텍스트 쪽이 우리를 '그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주체'로 형성합니다.

_우치다 타츠루,『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4


자, 이만하면, 나도 충분히 빨갱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syo를 빨갱이로 만들어 주실 분을 찾습니다. 자격요건은 딱 하나 뿐입니다. 한국 공인 빨갱이 자격증 발급을 독점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당원이신 분. 댓글로, "와, 저 빨갱이 새끼"를 올려주세요. 비댓도 환영합니다. 당신이 나를 빨갱이라 불러 주었을 때, 나는 당신께 달려가 아주 새애애빨간 빨갱이가 한 번 되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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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9-20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공부책, 표지가 조금 특이하지만, 읽어보고 좋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해보면 절대 쉽지 않을 책이긴 했지만요.^^;
syo님, 좋은밤되세요.^^

syo 2017-09-20 23:10   좋아요 2 | URL
유유는 사랑입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꿈 꾸셔요^^

꿀꿀이 2017-09-21 10:09   좋아요 2 | URL
저도 유유책 좋아해요.^^
반가운 마음에 불쑥!!

독서괭 2017-09-21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혐오는 이름 붙이는 순간 실체가 된다는 것, 현재를 보전하여 지키기만 해도 미래에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비열한 판이 이미 짜여져 있기에 ˝보수˝라는 것- 공감합니다.
분노의 포도를 왜 강추하시는지 점점 더 알 것 같네요.

syo 2017-09-21 06:49   좋아요 0 | URL
분노의 포도는 진리입니다. 책은 또 어찌나 퍼뜩퍼뜩 넘어가는지 몰라요....

다락방 2017-09-21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부터 빨갱이였습니다. 저를 빨갱이로 칭하였으므로 저를 빨갱이로 만든 사람은 바로 우리 아빠였지요. 아빠...
아빠 말에 대들면 빨갱이, 밤에 늦게 들어오면 빨갱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빨갱이, 빨갱이...
그러니까 이를테면, 제가 아빠가 하라는대로 하지 않으면 빨갱이였던 셈입니다.
그건 지금까지도 그래요. 저는 여즉 빨갱이란 말을 듣고 삽니다. 아빠로부터...

여기있습니다, 빨갱이.....

syo 2017-09-21 08:38   좋아요 1 | URL
우리 아버지도 살아 계셨으면 지금의 저한테 빨갱이라고 하셨을 겁니다. 제가 채 빨갱이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참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