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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千一夜話)와 네버 엔딩 스토리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5
찰스 P. 킨들버거.로버트 Z. 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 굿모닝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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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1910~2003)는 국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력만 33년(1948∼1981)에 이르며, 2003년에 타계할 때까지도 MIT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

그는 경제사에서 유별나게 독특한 지위를 부여받은 '대공황 시절'에는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으며, 2차 세계대전 후에는 마샬 플랜을 입안하기도 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자신의 생애 동안 무수히 경험했던 숱한 '금융위기'만으로도 부족해서 '과거의 기록들'을 세심하게 두루 살피고,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금융위기들까지 연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은 게 1978년이었다. 그 후 3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금융위기'라는 주제를 다룬 책들은 금융위기가 더해질 때마다 홍수처럼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라는 주제를 다룬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이 책은 시기적으로도 다른  저작들보다 훨씬 앞선 1978년에 쓰여졌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면에서도 '금융위기에 대한 고전'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만큼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이후 '끈질기게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인 금융위기는 더욱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위기의 강도도 훨씬 더 거세진 듯하다. 1987년 10월 19일에 터진 '블랙먼데이'는 결국 저자로 하여금 이 책의 제2판(1989년)을 쓰게 만들었고, 1990년부터 붕괴가 시작된 일본의 거품경제와 1994년에 전개된 멕시코 경제위기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제3판(1996년)에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 후 우리에게는 'IMF 사태'라는 미증유의 혹독한 경제위기로 다가왔던 1997년∼1998년의 아시아 경제위기와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LTCM의 파산을 불러온 1998년의 러시아 금융대란이 발생했고, 금융위기에 대한 광범위한 국제적 전염에 대한 새로운 양상들은 결국 제4판(2000년)을 채우게 된다. 그 후 킨들버거가 작고하고 난 뒤 2005년에 시카고 대학교에서 국제경제금융학을 가르치고 있는 공저자(알리버)가 제4판 이후에 새롭게 추가된 금융위기에 관한 내용들을 담은 책(제5판)의 번역본이 이번에 뒤늦게 국내에 처음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이다.

투기적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많은 책들에서도 여러차례 부분적으로 소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도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익숙한 이야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과 연관이 깊은 책들로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 대중의 미망과 광기, 금융투기의 역사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싶은데, 이 책의 특징이라면 다른 책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우리만큼 '학문적이고 깊이있고 분석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점이다.



이 책이 지닌 한가지 아이러니한 측면은 '인간의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기본적인 가정으로 삼아 이론을 전개하는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가 '인간의 비합리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투기적 광기와 패닉,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경제위기를 주제로 책을 썼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의 경계선'을 벗어난 '일탈과 일화와 이야기들'을 흥미로운 오락거리의 수준으로 다룬 책이어서 경제학적 지식과 교훈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대로 '경제학은 역사가 경제학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사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도 공감하게 되고, 전통적으로 지나치게 '이론과 담론'을 추구해 왔던 경제학 보다는 '경제학에서의 비합리성'을 인정하는 '현실적인 경제학'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중요해지리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저자가 '역사의 증언대에 불러 달라고 고함치는 듯한' 흥미로운 표본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집하고 점검하고 분류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저자의 오랜 수련과 탁월한 경력을 바탕으로 그런 작업에서 유형과 규칙성,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솜씨가 놀랍다. 난해하고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너무나 자주 발생하는 비합리적 사태들과 그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태와 제도의 상호 작용들에 대해 저자의 혜안을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닥쳐올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위기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미리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국제적 금융위기에 대한 저자의 해박하고도 깊이있는 논의와 통찰을 바탕으로 쓴 다소 어려운 내용들은 국제금융에 대해 사전지식이 부족한 비전공자들에게는 이해하기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는 '문학적 경제사가(經濟史家)'로 불릴만큼 문장 표현력이 남다르게 뛰어난 경제사가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일반인들이 좀처럼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보여주는 '거대한 중량의 지식을 경쾌하게 날라주는' 문학적이고도 우아한 풍자와 단아한 문장 전개 솜씨 덕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금융 위기의 전개과정에 일련의 규칙이 있음을 밝혀낸다. 국제적 유동성의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이에 따른 자산가격의 상승과 풍요감의 만연,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신용의 팽창 등이 '화염에 기름을 붓는' 투기적 광기의 전개 과정이다. 자산가격의 상승에 따른 경제 호황과 신용 팽창은 필연적으로 '지속불가능한 자금 흐름의 유형'을 만들어내고, 결국 패닉과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제적인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은 '궁극적 대여자의 역할'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일국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에 대한 역할은 각국 중앙은행의 역할과 국제적인 공조(바젤협약을 통해 구축된 통화스왑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문제 해결이 가능한데,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는 (저자가 판단하기에는) 국제적 금융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까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본다는 점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60여년 전에 설립된 IMF가 국제적 차원의 궁극적 대여자 역할을 떠맡아 왔는데, 저자의 지적대로 날로 커져가는 '국제적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지금 현재 수준의 IMF의 재원으로는 궁극적 대여자로서의 역할을 떠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우려는 이미 2010년에 불거진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IMF의 무기력한 대응에서 극명하게 현실화된 바 있다.

저자가 미래를 내다보며 또 한가지 심각하게 우려한 부분은 여태까지(저자가 살아있던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부각된 적이 별로 없었던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문제의 통화'가 되었을 때이다. 이 점에 대한 저자의 우려 역시 이미 우리에게는 '현재진행형'의 금융위기로 닥친 지 오래이다. G20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의제가 바로 '미국달러화 가치의 평가절하 문제'이며 2010년에 이어 2011년 회의에서도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부의 증가, 통신의 가속화 및 저렴화, 국가적 그리고 국제적 금융 시스템의 진화 때문에 앞으로 또다시 다가올 광기와 패닉의 규모와 속도 또한 그에 맞물려서 커지고 빨라지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의 말미에서 '앞으로 발생할 금융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예고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 책의 13장의 제목으로 쓴 '사상최대의 혼란기와 역사의 교훈'이라는 표현은 2008년에 발생한 '사상 최대의 금융위기' 때문에 '너무 일찍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 됐다는 점에서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제5판까지 나온 이 책이 언제 또 '새롭게 추가된 금융위기'를 포함하는 개정판으로 다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또 우리는 새롭게 다가올 금융위기 때문에 또다시 곤경에서 헤어나오기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괜히 '예방접종'을 맞은 듯한 일말의 안도감은 맛볼 수 있다는 느낌도 든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엘슨 MIT 교수가 "이 책을 읽고, 또 읽지 않는다면 5년 안에 후회의 순간을 맞을지 모른다"고 말한 게 엄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보다 더 절실한 건 '앞으로도 또다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금융위기'에서는 이전의 금융위기때 보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이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저자가 애써 발굴하고 정리해 놓은 방대한 내용들 가운데 특히 '밑줄긋기'한 부분들을 따로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제1장 ∼ 제4장
제5장 ∼ 제8장
제9장
제10장 ∼ 제13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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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1장 ∼ 제4장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16 
    그들이 몰랐기 때문에 5역사의 기록을 점검하고, 또 당신 자신이 경험한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하면서 사적인 삶이나 공적인 경력에서 대단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 거의 모두-그들에 대해 당신이 읽었거나 전해들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주의 깊게 생각해 보라; 그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겪은 불행은 형편이 좋았을 때, 다시 말해 가만히 앉아 자족했더라면 그저 좋았던 때를 그들이 몰
  2. 제5장 ∼ 제8장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17 
    과도기간을 묘사하기 위해 쓰인 용어들 164풍요감에 들뜬 시기가 끝나고, 고전파 저술가들이 급반전과 신용경색(즉, 붕괴와 패닉)이라고 불렀던 사태가 시작되기까지의 과도 기간을 묘사하기 위해 쓰인 다른 용어들은 불안, 걱정, 긴장, 절박, 압박, 불확실, 불길한 상황, 취약성이다. 보다 다채로운 표현으로는 "끔찍한 시장의 추락" 같은 것도 있고, "천둥이 칠 듯한 날씨" "폭풍 전야의 숨막힐 듯한 답답함이 다시 느껴진다"는 표현 같이 날씨에 비유한 것들도
  3. 제9장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17 
    축축한 숲속 270부패 발생 건수는 신용 공급과 아주 유사하게 경기순환의 파동이 올라가면 함께 증가한다. 경기가 후퇴하면 대여자들은 개별 차입자들이 채무 상태와 자신들의 신용 노출에 대해 보다 신중해지므로, 곧이어 기업의 성장에 연료를 부어 주던 대출이 감소한다. 신용이 늘어나지 않으면, 축축한 숲속에서 버섯이 자라나듯 부정이 피어 오른다.세계 5대 회계법인의 몇 곳 272 아더 앤더슨 같은 회계법인들은 기업체들이 보고할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수치의 게
  4. 제10장 ∼ 제13장
    from Value Investing 2011-03-03 03:18 
    패닉이 자신의 길을 가도록 332패닉이 자신의 길을 가도록 놓아 두어야 한다는 견해에는 두 가지 요소가 들어 있다. 하나는 투자자 혹은 투기자들이 그드르이 과도함에 대한 대가로 치르게 되는 고통을 즐기는 것-또는 "파괴의 기쁨(schadenfreude)"-이다; 어느 정도 청교도적인 이 시각은 지옥의 불을 지나치게 탐욕적인 사람들에 대한 응분의 보답으로 환영한다. 다른 요소는 패닉을 "유해하고 유독한 열대 기후에서" 공기를 정화하는 폭풍우로 본다. "패
  5. 금융투기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미망을 살펴볼 수 있는 책
    from Value Investing 2012-02-08 23:28 
    이 책의 원제목은 Devil Take The Hindmost(동작 빠른 놈이 장땡)이다. 결국 악마는 제일 뒤쪽의(Hindmost) 끝자락을 놓치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이 책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투기'에 대한 사례들을 두루 분석하면서 '투기적 광기'가 얼마만큼 달아 오를 수 있는지, 그리고 투기의 결과는 언제나 똑같이 '버블 붕괴'로 이어지 뿐이라는 사실을 교훈적으로 들려준다.이 책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들은 튤립투기(1630
 
 
사마천 2011-03-0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책이네요. 좀 보다가 끝까지 완결 짓지 못했는데.. 오렌님 덕분에 다시 일독해야겠습니다.

oren 2011-03-03 14:54   좋아요 0 | URL
저도 몇 년 전에 사두고 '나중에 천천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껴두었던 책이었습니다.

처음 책을 훓어봤을 때 '어느 정도는 익숙한 내용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나중에 천천히 읽어도 좋겠다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말까지 한국증시로 급격하게 유입되는 '외국자본의 흐름'과 갑자기 풍요감이 만연하는 듯한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번 상승 싸이클이 '미국으로부터 흘러나온 자본 흐름이 야기하는 투기적 광기'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 싶은 예감 때문에 이 책을 급히 읽게 되었답니다. 올해들어 갑자기 불거진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욕구 때문에 증시가 '딸꾹질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듯싶기도 한데, 앞으로의 증시흐름을 내다보는 데에도 충분히 유익한 내용들을 이 책 속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4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의 증가, 통신의 가속화 및 저렴화, 국가적 그리고 국제적 금융 시스템의 진화 때문에 앞으로 또다시 다가올 광기와 패닉의 규모와 속도 또한 그에 맞물려서 커지고 빨라지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는 말씀 공감합니다.
진짜 이런 책은 읽어봐야 하는데, 제 게으름 탓이지요.

일단 구매라도 해야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셔요, 오렌님.

oren 2011-03-04 12:48   좋아요 0 | URL
미래에 닥칠 금융위기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읽을 필요가 있겠지만, 호황기에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 *
재산은 호황기에 만들어지며, 개인들은 부의 증식 과정에 끼어들기 위한 탐욕에 빠지고, 사기범들이 이 탐욕을 이용하려고 등장한다. 호황기에는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신들을 사기범의 희생물로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일 분마다 한 명씩 속아 넘어간다." (本文 中에서)

사마천 2011-04-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시 읽어봐도 정말 정리를 잘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선보이는 수고를 부탁드립니다 ^^

oren 2011-05-03 16:23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책도 자주 그리고 많이 읽고 싶고, 글도 자주 그리고 잘 쓰고 싶은데 그게 그리 쉽지 않네요. ㅎㅎ
사마천님께서 늘 성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miximalism 2017-11-0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를 사서 읽다가 너무 어려워, 이 책으로 먼저 시작해보려 합니다.
올려주신 글 덕분에 <이상과열>, <붐 앤 버블>이란 책도 알게 되어 구매하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Piget me stultitia mea(나의 우둔함은 나를 짜증나게 해)
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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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된다.
뛰어남이란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인생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건 다 마다하고 최고만을 받아들이려고 하면 그걸 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서머셋 모옴

당신이 하는 것, 꿈꾸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으니, 시작하라.
대담함에는 천재성과 힘과 마력이 들어있다.
 - 괴테


 * * *

고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현자들의 너무나 많은 명언들이 널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클리프턴 패디먼은 익히 알려진 명언들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재치있는 답을 내놓는다. "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당신은 그 책 속에서 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발견하지는 않는다. 단지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다방면에 걸쳐 재주가 많았던 사람이다. 대중적으로는 라디오 퀴즈 쇼의 사회자로 가장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낯선 얘기이다. 그의 경력 가운데 내 눈에 가장 띄는 대목은 50년 동안 '이 달의 책' 클럽에서 수석 심사위원을 지냈다는 점이다. 그런 경력의 그가 '평생 독서 계획'도 없이 마구잡이로 책을 읽었을 리는 만무하다 싶고, 그의 평생 독서 경험을 녹여낸 이런 훌륭한 역작을 우리에게 남겨줘서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 책은 초판이 나온지도 이미 60년이 흘렀다. 그래서 이 책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청소년 시기를 보낸 미국 학생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 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정판을 거듭해 오다가, 저자가 생애 말년에 췌장암에 걸려 병마와 싸우면서도 마지막 심혈을 기울여 손을 본 결정판이 1999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나서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어쨌든 그만큼 오랜 세월의 테스트를 훌륭히 견뎌낸 덕분에 이 책은 '고전을 설명하는 고전'이라는 부제가 따라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고전을 설명하는 책들은 대개 천편일률적이어서 내용도 따분할 뿐만 아니라 읽기에도 지루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책이 지닌 독특한 매력의 가장 큰 이유는 저자의 재치있는 말솜씨에 있다. 그 나머지들은 그의 풍부하고도 오랫동안 축적된 독서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책이 '고전을 설명하는' 책이니 만큼, 이 책 속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걸작들을 남긴 위대한 저자들을 거의 대부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패디먼은 이 위대한 역사적 인물들을 필요한 대목이나 장소마다 자기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기가 막히게' 불러내는 재주가 있다. 그의 글들을 읽노라면 그냥 막연히 위대해 보이기만 하는 걸작들의 저자들도 금방 우리의 주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쉽게 말해서 고전 걸작들의 저자들도 패디먼의 펜 끝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서 많은 애로를 겪는 '생활인'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너무 가까이 다가온다. 물론 가끔씩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찌 되었건 수십 년 혹은 수천 년의 세월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 전세계의 곳곳에서 저마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다가 떠나간 위대한 작가들을 걸핏하면 여기저기서 불러내어, 키가 컸다느니 작았다느니, 결혼생활이 행복했다느니 불행했다느니, 여자관계가 복잡했다느니 혹은 평생 숫총각으로 살았다느니, 돈 걱정이 없었다느니 혹은 늘 가난했다느니 하면서 이들 작가들의 인생을 여러모로 대비시켜 주는 저자의 솜씨는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으리만큼 독특하고도 읽는 재미가 넘쳐나게 만든다.

패디먼의 글은 저자들의 '실제적 삶'에 대한 흥미로운 대비가 특히 매력적이지만, 그들이 남긴 걸작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졸작들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작가들에 대한 대비와 더불어 작품들에 대한 시공간을 뛰어넘는 대비들도 무척 흥미롭다. 어떤 작가의 걸작들이 어떤 세월을 거쳐 걸작으로 올라서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대목들을 읽어보면 그 작가와 작품이 마치 주가가 오르내리듯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갖게도 된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걸작들에 대한 온갖 솔직한 비평들을 종횡무진으로 쏟아내고 있는 저자의 얘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앞선 시대의 걸작들에 대한 열렬한 애독자 신분이었던 또다른 걸작들의 저자들에 관한 얘기도 수없이 만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이들 작품들을 '어린이용'으로 만났건, 교과서 속에서 만났건, 혹은 인생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된 이후에 만났건 간에, 가장 중요한 독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자신들'을 이 책 속에서 지속적으로 꾸준히 마주치게 된다는 점에서 '고전다운' 매력을 느껴볼 수도 있다.

'고전'에 대한 이야기의 범위를 단지 책에만 국한시키기엔 다소 아쉽다. 인류가 남긴 무수한 걸작들의 목록에는 책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조각, 건축, 공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런 위대한 작품들을 우리가 어떻게든 접할 수는 있겠지만 그 작품들의 위대함을 온전히 제대로 알고 느끼기에는 참으로 힘든 여러 현실적 난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명음악과 명연주에 대해서는 멋진 해설서가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아무리 이해하기 힘들고 듣기 어려운 클래식의 명곡과 명연주라도 그런 해설서들을 거치고 나면 그 작품들을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해설서들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본들 명연주 한 곡을 직접 귀로 듣는 데에는 결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의미도 '명곡 해설서'와 닮은 것 같다.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위대한 걸작들에 대해 그 어떤 책들보다 흥미롭고도 깊이있는 이야기를 명쾌하고도 재미있게 들려 주는 책이다.

책에 관한 설명을 담은 책은 그런 책을 쓴 저자의 관심분야와 독서편향에 특히 과도하게 의존하기 마련인데 패디먼은 너무나 풍성한 독서경험을 쌓은 인물이고 특히 문학 분야에서는 그런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그래서 이 책은 '세계 문학의 거대한 지형을 굽어볼 수 있을 정도로' 드넓은 시각을 자랑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고전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온갖 거목들과 울창한 수풀과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소리만 들려주는 게 아니라, 수시로 높은 하늘로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시원한 바람을 뚫고 드높이 날아올라 거대한 산맥들을 내려다 보는 것 같은 장쾌한 광경을 보는 느낌도 안겨준다.

여러모로 훌륭한 책이지만, 주례사 서평으로 그치기엔 뭔가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수정판을 거듭하면서 서양 문학에 집중되었던 예전 판본들에 비해서 전 세계 문학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 중심적' 시각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사정은 역자가 책 말미에 붙여놓은 '참고문헌'만 보더라도 명백한데, 133명의 작가들에 대한 판본들을 살펴보면 국역본이 없는 작가들이 무려 10%를 초과한다(절판된 책까지 포함하면 대략 15명의 작가에 대해 아직까지 국역본이 없다). 아쉬운 점을 하나만 더 더 보태자면, 문학에 치우쳐 역사와 철학, 좀 더 좁게는 과학과 경제 분야의 고전이 (인류에 미친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너무 빈약하게 담긴 게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든다.

서평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세운 제사(題詞) 문구에 걸맞는 다소 '까칠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이 서평글을 마치고 싶다. 양주동 선생님의 고칠현삼제(古七現三制)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런 책의 결론은 너무 명백하다. 결국 오래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일 테니까 말이다.

한겨울 추위처럼 잠에서 확~ 깨게 만드는 소로우의 얘기부터 꺼내자면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더욱 과격하다. "좋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문맹인 사람보다 나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책이 별로 없었을 것 같은 시대에 살았던 세네카 조차 "마음만을 즐겁게 하는 평범한 책들은 지천으로 깔려 있다. 따라서 의심할 바 없이 정신을 살찌우게 하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라고도 말했다. 그렇지만 아나톨 프랑스의 말대로 "모든 사람이 칭찬하고 존숭하는 책, 그런 책은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의 지침을 따를 필요가 있다.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야말로 좋은 책을 읽기 위한 조건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이 대목에서는 러스킨도 맞장구를 친다. "인생은 짧다. 이 책을 읽으면 저 책은 읽을 수가 없다." 물론 괴테처럼 오래오래 살면서 파우스트처럼 "만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서럽기만 하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책과 마주하고 있으면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했던 소로우는 "내가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끝내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본 일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 소로우가 곧바로 이어서 한 말이다. "한 사람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얼마나 많은 새로운 시대와 만날 수 있는지!"(Henry David Thoreau)

패디먼도 이 책에서 강조했지만 좋은 책을 일생 동안 천천히 여러번 읽을 필요가 있다. 루소는 "읽은 것을 아는 것이라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한번 읽은 것은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지나친 독서는 주제넘은 무식꾼을 만들어 낼 뿐이다."고 지적했다. 괴테는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잘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고 너무 지나친 겸손을 떨었지만, "독서의 참다운 즐거움은 몇 차례고 거듭하여 읽는데 있다."고 말한 D.H. 로렌스의 말에 많은 공감이 느껴진다. 세네카는『인생이 왜 짧은가』라는 책에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철학을 하라'고 했지만, 좋은 책만 읽어도 우리는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머슨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좋은 책을 읽을 때면 나는 3천년은 더 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쇼펜하우어가 지적했듯이 "악서는 읽지 않으려 해도 자주 접하게 되지만, 양서는 반드시 읽고자 해도 기회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 많은 독자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평생 독서 계획에 포함된 수많은 걸작들이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벅찬 독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왜 그것을 읽고 또 배워야 할까? 늦었더라도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 들어 그 가르침의 선견지명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평생 독서 계획』의 원대한 취지이다."

소로우가 했던 말로 서평글을 끝맺고자 한다.

부드러운 이슬비가 한번 내리면 풀밭은 한층 더 푸르러진다. 우리 역시 보다 훌륭한 생각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전망도 훨씬 밝아지리라. 우리가 항상 현재에서 살면서 자신의 몸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작은 이슬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여 커가는 풀잎처럼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일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과거에 잃어버린 기회에 대해 애통해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복 받은 존재가 될 것이다. 

 * * *

'이런 리스트가 늘 그러하듯이 이것 역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만큼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이 자유롭게 이 리스트를 줄일 수도 있고, 아니면 늘릴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더 줄여본 '평생 독서 계획'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제1부 : 호메로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제2부 : 성 아우구스티누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
제3부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장 자크 루소
제4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제5부 : 지크문트 프로이트 ∼ 치누아 아체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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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1부 : 호메로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2 
    제1부 (1∼21) 2. 호메로스, 기원전 800년경,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인간의 가장 우둔한 행위인 전쟁을 아주 장엄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서사시의 주인공은 아킬레스이다. 이야기의 주된 라인은 그의 분노, 그의 시무룩함, 그의 야만 행위를 추적하다가 마지막에 그의 고상한 성품을 확인한다. 그는 서구 문학에 등장한 최초의 영웅이다. 지금껏 호메로스의 수준에 육박한 또
  2. 제2부 : 성 아우구스티누스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베드라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3 
    제2부 (22∼38) 22. 성 아우구스티누스, 354∼430, 고백록 이 책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책은 자기 고백의 걸작이고 진실한 인간이 어떤 단계를 거쳐서 인간의 도시로부터 신의 도시로 나아가는지 보여 준다. 심리학자들에게, 그리고 윌리엄 제임스[95]가 말한 종교적 체험의 다양성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한히 흥미로울 것이다. 2
  3. 제3부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장 자크 루소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4 
    제3부(39∼61) 39. 윌리엄 셰익스피어, 1564~1616, 전집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은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것과 약간 비슷하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등정의 결과가 달라진다. 그는 인간이었지 반신半神이 아니었다. 그는 콜리지[65]가 말한 것처럼 "일천 가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매슈 아놀드가 말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4. 제4부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4 
    제4부(62∼97) 6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 파우스트 그는 평생 동안 성장, 변화, 분투 노력, 활동, 세상에 대한 이해와 정복을 강조했다. 괴테는 파우스트적 인간이었고 현대 서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삶의 느낌들을 전형화하는 인물이었다. 제1부는 파우스트 개인의 영혼을 다룬다. 그의 지적인 환멸과 야망, 모든 것을 부정하는 메피스토펠레
  5. 제5부 : 지크문트 프로이트 ∼ 치누아 아체베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5 
    제5부(98∼133) 98. 지크문트 프로이트, 1856∼1939, 꿈의 해석, 성욕에 관한 3논문, 문명과 그 불만, 기타 작품들 정신분석은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주장한다. 하나는 정신분석이 과학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심리 이론이고 노이로제 환자를 치료하는 특수한 기술이다. 이론과 기술은 몇 개의 근본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정신
  6. 평생 독서 계획 점검
    from Value Investing 2017-05-03 01:46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 자리 잡으면,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서두르는 법이 없듯이, 이 책들도 서둘러 읽어서는 안 된다. 이 리스트는 "단번에 슥 훑어보는" 그런 리스트가 아니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의미가 담겨 있기에 평생에 걸쳐서 캐내야 하는 광산 같은 것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 &l
  7. 텍스트와 주석의 관계
    from Value Investing 2017-07-08 15:35 
    "모든 말은 결핍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모든 말은 과잉이다. 내가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 * * 때로는 간단한 대사 한 구절이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령 "이 한심한 화상아!(Alas, poor caitiff)"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4막 1장에서 나오는 말인데, 나는 이 대사로부터 위안을 얻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결혼 후 고부 갈등으로
 
 
양철나무꾼 2010-12-26 0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가지고 있는데, 녹록하지 않아서 몇번 들었다 봤다 하게 되더라구요.
이 리뷰를 보니, 또 다시 펼쳐보고 싶어 집니다.

소로우의 참다운 독서는 의미심장 하던걸요~^^

oren 2010-12-26 20:30   좋아요 0 | URL
196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영미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 왔던 책이라는데,
2010년에야 겨우 국내에 번역·소개된 게 다소 의외더군요.
이 책은 생각날 때마다 틈나는대로 천천히 읽기에도 좋은 책이더군요.

소로우의 말대로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를 멀리 할려고 애써 보지만,
'깨어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에 쏟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루체오페르 2010-12-26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전 정말 좋아합니다!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는 완소입니다.ㅎㅎ

오렌님,2011년 새해 즐겁게 맞이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oren 2010-12-26 22:32   좋아요 0 | URL
저도 월드북 시리즈가 쬐끔 있는데 그 '리스트'와『평생독서계획』의 리스트를 비교해 보니, 제가 서평글을 쓰면서 느꼈던 부분이 확연하게 드러나네요.『평생독서계획』에는 빠져 있지만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에는 포함된 철학,역사,정치,경제 분야의 인물들이 꽤나 많습니다.

눈에 띄는 인물만 대충 열거해 봐도 세네카(4), 몽테스키외(13), 베이컨(14), 아담 스미스(21), 칸트(22), 에드워드 기번(23), 헤겔(26), 쇼펜하우어(27), 키에르케고르(33), 조지 프레이저(39), 러셀(43), 프롬(45), 토인비(46), 플루타르코스(53,54), 이솝(55), 보카치오(56), 아인슈타인(59), 토머스 불핀치(61), 오르테가(67), 야스퍼스(71), 베르그송(74), 카이사르(77), 스피노자(78), 막스 베버(81), 존 듀이(82), 위고(83), 클라우제비츠(88), O.헨리(90), 비트겐슈타인(92), 간디(99), 하이데거(100) 등이네요. 문학 분야에서도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가 좀 더 우리에겐 친숙한 리스트처럼 느껴집니다.

루체오페르님도 2011년 새해 더욱 건강하세요~

마녀고양이 2010-12-2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쇼펜하우어의 글 '악서는 읽지 않으려 해도 자주 접하게 되지만, 양서는 반드시 읽고자 해도 기회가 뒤로 밀린다는 것이 많은 독자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거 완전히 제 얘기네요. 매일 차일피일 미루는... ㅠㅠ

저는 이 책을 사놓고, 아직 못 다 읽은 책이 산적하여 쌓여있는 방을 둘러 보고,
이 책에서 다시 책 욕심만 잔뜩 나서 구매만 잔뜩 하는 악순환이 두려워...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정말 읽을 책이 너무 많은데, 이런 것으로 조급해하면 안 되겠죠?
좋은 연말 되셔요!

oren 2010-12-26 20:48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고전이기 때문에' 대부분 친숙한 작품들이어서 '서둘러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다른 책들에 비해 다소 덜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이 책은 틈나는 대로 천천히 펼쳐 읽기에도 좋은 책이고, 이 리스트에 포함된 책들 가운데 진작에 미리 사두고 읽지 못한 '고전'부터 천천히 읽어 나가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물론 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0-12-2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oren님. 이 책 반정도 읽다가 잠시 옆에 나두었는데, 이제 시간을 내어 끝을 내야겠습니다.
조금 간략히 전해주는 그의 얘기가 제게는 좀 신선하게 다가올 때도 있더라고요.
기대만큼의 책인데, 이와 비슷한 성격의 책들도 다시 펼쳐보면서 여기에서 다룬 책들을 다시 좀 살펴봐야겠습니다.

2010년의 마지막 일요일 잘 보내시고요!

oren 2010-12-26 22:39   좋아요 0 | URL
네.. 저자의 재치가 책 속에 철철 넘쳐나서 고전 속으로 마구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책이죠. ㅎㅎ
그러고 보니 오늘이 벌써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이네요. 바람결님도 올 한 해 잘 마무리하세요~

stella.K 2010-12-2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도 소로우지만 마크 트웨인의 말도 정말 정수를 쪼개는 말이네요.
이미 제 서재에도 이지성 작가의 강연회에 대해 쓰기도 했지만,
온갖 종류의 책들이 나오니 옥석을 가리는 게 쉽지 않고 공해인 책들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인문고전을 공부했다는 학자나 소설가 조차도 고전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하니
어쩌려고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딴지일보의 김어준도 한마디 보태던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이 마이크 잡으면 힌소리 할 사람만 많아지지 않을까요?
저 책은 정말 일부러라도 사봐야겠네요.
그런 점에서 오래 전부터 고전 탐독을 해 오신 오렌님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는군요.^^

oren 2010-12-27 21:26   좋아요 0 | URL
'고전읽기'의 중요성을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겠지요. 그러나 좋은 책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라고 봅니다.

책읽기에 관한 고전 중에 고전으로 꼽히는 책인『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서 모티머 J. 애들러는 "서양 역사에서만 수백만 권의 책이 씌어졌는데, 그 중 99% 이상이 책 읽는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미흡한 책들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읽는 법과 인생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 이런 책도 100권 중에 1권, 아니 1,000권 중에 1권, 아니 10,000권 중에 1권 꼴도 안될 것이다. 저자들이 신중을 기해 쓴 훌륭한 책들로, 인류가 영구히 관심을 가지고 있을 만한 주제에 관해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깨달음을 전해주는 그런 책이다. 모두 합해야 겨우 몇천 권 정도 되는 이 책들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며, 한번쯤은 분석적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만일 책을 잘 읽는다면, 그 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전읽기의 중요성은 1970년대부터(초등학교때 고전읽기 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부터) 익히 알았지만, 책과는 담쌓고 지낸 시기가 너무 오래여서 읽은 책이라고는 빈 수레 한 대조차 불필요할 정도랍니다. ㅎㅎ

* * *

"몇천 권 안되는 그런 책들 가운데, 아무리 훌륭하게 읽었다 해도 다시 읽을 때마다 우리에게 뭔가를 주는 책들이 있다. 아마 100권도 채 안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책을 알아낼 수 있을까?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지만, 최상의 능력을 발휘해서 그 책을 모두 분석하며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는데도 뭔가 더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는 책이 있다. 놓치고 지나간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즉시 그 책을 꺼내 다시 읽어보면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잊혀지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마침내 다시 꺼내 들고, 거기서 또 다른 놀라움을 맛보는 그런 책을 말한다."

"단순히 책을 더 잘 읽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면, 책은커녕 글 한 줄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자신의 능력 안에 있는 책을 읽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능력 밖에 있는 책, 당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좋은 책은 열심히 읽으면 그 대가가 있다. 가장 좋은 책이 가장 좋은 것을 줄 것이다. 책으로부터 받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어렵고 좋은 책을 붙잡고 씨름한 대가로 책을 읽는 기술을 향상시켜준다. 둘째, 좋은 책은 이 세상과 독자 자신에 대해 가르쳐준다. 이것이 훨씬 중요한 대가일 것이다. 인생을 배우는 것, 즉, 더 지혜로워진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만 제공해주는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더 지혜로워진다는 것은 인생의 영원하고 위대한 진리를 보다 깊이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 모티머 J. 애들러,『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中에서

2011-01-19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6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아나 2014-08-16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유원님이 추천하신 책이고 oren님께서도 추천하시기도 하시고, 고전에 관심이 가서
이 책을 한번 사게 되었습니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베스트셀러도 읽지만 조금씩 고전에 가까워져보려합니다.

저번에 방명록에도 남겼지만, 고전을 바라보면 정말 호미정도가 아니라, 숟가락 하나가지고 산을 파는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꾸준히 조금씩 보려합니다.

oren 2014-08-16 23:2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저에게도 참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인 듯해요. 물론 앞으로도 쭈욱 도움이 될 듯하고요.

이 책에 담긴 고전들은 아마 평생을 두고 읽어도 다 읽기 어려울 듯한데, 자그마한 호미나 숟가락 하나만 가지고도 그 거대한 광산을 조금씩 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일이 아닐까 싶어요. 꾸준히 조금씩 파고 들어가다가 깊숙히 숨어 있던 보석들을 마주치는 기쁨이야말로 독서의 진정한 기쁨이자 보람이겠지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2021-10-3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증권분석 - 제3판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 지음, 이건 옮김 / 리딩리더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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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이 `지금까지 나온 투자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단언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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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의 ‘참된 인격‘에 관해서 다양하고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현대 투자기법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 지음, 박동욱.하상주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만약 사고의 명확함이 요구되면, 그에게 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만약 격려나 조언이 필요할 때면, Ben이 그곳에 있었다.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다른 사람이 그 나무 아래서 쉬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면
Ben Graham이 그런 사람이었다.


 - 워렌 버핏,《Financial Analysts Journal》기고문(1976년) 中에서

 * * * * *

지금으로부터 116년 전인 1894년에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895년 부모님을 따라 뉴욕으로 이주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60대와 70대의 노년에 캘리포니아의 비버리 힐즈와 라호야, 엑상 프로방스, 마데이라 등 여러 곳에 살았지만, 82세를 일기로 1976년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삶을 뉴욕과 월스트리트에서 보냈다.

'월가의 스승'으로 불리는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내가 기억하는 일들"이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던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정확하게' 써놓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날짜와 사실들, 숫자와 퍼센트는 개인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회고록을 저술할 때 조차 "올바로 아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집필한 회고록 역시 단순한 인생의 기록이 아니라 '삶에 대한 정직한 평가'를 추구했다.

그의 인격의 특징은 주로 솔직함, 겸손함, 정직함, 창조성, 관용, 영리한 재담가, 진지한 노력 등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과의 로맨스를 인생의 참된 경험으로 여기며 즐길 줄도 알았다.

사생활 측면에서 그레이엄은 바람둥이의 특징이 시사하는 모든 천박함을 지녔다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1988년 4월 미국 경제인 명예의 전당에 그가 사후 등재된 데 대한 언론의 헌사는 동정적이었다. 한 작가는 그를 "어떤 면에서 정에 약한 사람인 그는 세 번 결혼했으며, 알프스의 산양이 이 봉우리, 저 봉우리를 뛰어다니듯이 금발에서 금발로 뛰어다녔다"라고 말했다. 그의 친구이자 제자인 워렌 버핏은 좀 더 관대하게 그의 이 같은 성격을 묘사한다. "사생활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벤은 여자들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들도 그를 좋아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품위가 있었다." 버펫은 그레이엄이 매일 창조적인 일, 어리석은 일, 그리고 관대한 일을 하기 원했다고 덧붙였다.  - 벤저민 그레이엄 - 월가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회고록 中에서

이 책의 저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얼핏 생각해 보면,『증권분석』이라는 몹시도 딱딱하고 읽기 어려운 책을 쓴 저자로서의 그의 인생을 특징지울 수 있는 단어는 고작 몇 개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월스트리트, 증권분석, 현명한 투자자, 워렌 버핏의 스승, 투자 등등. 그렇지만 그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그레이엄을 통해 오래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수많은 유명 인물들과 그들이 쓴 훌륭한 저작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는 위대한 저자들의 열렬한 독자였고 많은 저자들을 원어로 읽었다: 호머, 유리피데스, 버질, 키케로, 호러스, 루크레티우스, 타키투스, 카툴루스, 단테,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베이컨, 밀턴, 데카르트, 포프, 필딩, 기번, 레싱, 맥콜리, 쉴러, 칸트, 디킨스, 드 퀸시, 에밀리 브론테, 테니슨, 니체, 위고, 휘트먼, 톨스토이, 하우스만, 보들레르, 입센, 콘라드, 프로스트, 카프카, 릴케, 스베보, 그리고 특히 이 책과 관련해 벤저민 프랭클린과 루소, 라 로슈코프, 샤또브리앙, 공쿠르 형제 같은 회고록의 저자들이다. ······ 문학과 연극, 오페라 그리고 콘서트 홀에 항상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 벤저민 그레이엄 - 월가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회고록 中에서

그의 회고록을 읽어보면 그는 마치 평생독서계획을 쓴 클리프턴 패디먼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의 회고록 속에는 그가 깊은 감동을 받았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 호머의『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유리피데스의『비극론』, 키케로의 『전집』(특히, 『웅변술』, 『우정론』, 『노년에 관하여』), 베르길리우스의 『전집』과 『아이네이스』, 루크레티우스의 『우주론』, 프랜시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입센의 『희곡집』(특히 『인형의 집』), 알렉산더 포프의 『비평론』과 『인간론』, 헨리 필딩의 『톰 존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란츠 카프카의 『심판』과 『성』등은 곧 평생독서계획의 책 내용과 '아이템들'이 너무 닮았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문학적 자질 덕분에 어려서부터 유난히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안 '매우 즐겁게' 공부를 했다. 오랫동안 많은 희곡을 썼고 몇몇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되기도 했지만 끝내 '한 번의 커튼 콜도 없어'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만 했을 뿐이었다. 그가 위대한 문학작품을 남기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어쩌면 그 자신이 그토록 도달하기 위해 애썼던 높은 문학적 성취보다 (덜 향기롭기는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저술을 남김으로서 당대 뿐만 아니라 후세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남긴 위대한 저술이 바로 1934년에 발간한『증권분석』과 1949년에 발간한『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이다.

수학을 전공했던 벤저민 그레이엄은 1914년 6월에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에 들어가자 말자 그리스 로마 고전 문학과 언어, 문학, 역사, 철학에 매료된 그는 인문학 분야의 졸업생 명예클럽인 피 베타 카파 회원이 되었고, '유능한 대학생들을 재계로 내보내려는 강한 의도를 가졌던' 케펠 학장의 조언에 따라 금융 분야 직업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졸업 당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철학, 수학, 영문학 등의 관계자로부터 잇따라 교수직이라는 '거절하기 힘든 대단한 제의'를 받았으나 그는 결국 월스트리트로 발걸음을 내디뎌 뉴버거라는 중개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학부생일 때 경제학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월가에 입성한 그는 채권거래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금융의 기초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채권이 가장 바람직한 투자 종목이었고 주식은 투기 종목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타고난 천재적 지능과 탐구심에 힘입어 채권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그는, 몇몇 채권거래와 차익거래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의 최초의 참담한 실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공동으로 투자했던 파트너십이 저조한 성과를 내면서 마진콜(margin call: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을 당하게 된 것이다. 당시 그가 월가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그 부족분을 메우기 어려워 그는 야간학교 교사와 가정교사 일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잡지사에 실을 기고문을 쓰기 시작했는데, 1917년 9월부터 1927년 1월까지〈매거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잡지에 꾸준히 글을 싣게 된다.(11년간의 기고문을 담은 책은 국내에서도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읽기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훗날『증권분석』이라는 책을 쓰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 잡지는 당시 경제잡지 가운데 업계 수위를 달리는 곳이었고, 그의 기고문은 반응이 매우 좋아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해에는 잡지사 측에서 편집장 자리를 제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뉴버그에서 일을 계속하게 된 그는 결국 1923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투자회사를 직접 차렸고, 그 이후로는 자신의 다양한 기업활동을 통해 월가에서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하였다.

1927년 가을 학기부터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증권분석'과정의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 때 『증권분석』의 공저자가 될 데이비드 도드를 대학원생이자 조교로 만나게 된다. 컬럼비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불러모은 증권분석 강의는 그 뒤 1954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한편 1923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활동으로 시작한 '투자 활동'은 1929년에 이르러 펀드 자본금이 250만 달러로 늘어났는데, 때마침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인해 1929년 한 해 동안에 20%의 손실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1930년에는 믿기 어려운 50%의 기록적인 손실, 1931년에는 16%의 손실, 1932년에는 3%의 손실(당초의 자본금 250만 달러 중 이 때까지 누적적으로 70%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투자원금의 70%가 사라졌을 때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는 42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런 참담한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계속하는 한편, 1932년에는〈포브스〉에 "미국 기업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는 게 더 가치있는가?"라는 주제로 3회 연재물을 발표하기도 하고, 1933년에는 두 편의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리고 1934년에 마침내 역사에 길이남을 이 책의 초판을 맥그로-힐에서 발간하게 된다.(그 후 1940년, 1951년, 1962년, 1988년에 개정판을 냄)

그는 오랜 증권분석 강의와 펀드 운용 경험 등을 통해 깨달은 내용들을 바탕으로 1949년에 일반투자자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책을 쓰게 되는데, 그 책이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이다.(1954년에 2판, 1959년에 3판, 1973년에 최종판이자 4판을 워렌 버핏의 도움을 받아 출간했다.)

『증권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책은 컬럼비아 대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쓰여진 '대학교재'의 성격을 지닌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증권분야의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할 수 없고, 증권과 금융에 관한 전문 용어와 기초적인 개념 정도는 알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경영학이나 경제학 또는 회계학이나 투자론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읽히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너무나 가치가 뛰어난 책이다.
 
총 7부로 나눠 다루고 있는 책 내용 가운데 전부 읽기가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재무제표의 분석을 다룬 부분(5부와 6부)과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를 다룬 7부의 내용만 읽어도 얼마든지 그레이엄의 훌륭한 지혜를 느껴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증권분석』이라는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이 폭넓고 다양하다.

개별 종목을 분석하는 방법뿐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것이며, 투자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애널리스트는 어떤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도 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우리는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건전하고 적용 가능한 안전성 검정 방법과 채권, 우선주, 보통주 투자자의 권리와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한다. - 벤저민 그레이엄, '저자의 말' 中에서

이 책이 쓰여진 시대는 경제사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대단히 불안정한 시기였다. 그레이엄이 월가에 진출했던 그 해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유럽전쟁에 미국이 참전한 이후 뉴욕 증시는 전례없는 장기호황 국면을 지속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역사적 대공황 국면으로 진입하기도 했으며, 철도산업을 비롯한 유틸리티 산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때였고, 숱한 기업들이 극심한 경기변동에 따라 흥망과 성쇠를 반복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증권 발행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조달하던 월스트리트에서는 온갖 불법과 사기가 판을 치는 도박장과 같은 분위기가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

이렇듯 온통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금융시장과 헛점 투성이인 회계제도와 증시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투기와 한탕주의와 탐욕만이 난무할 뿐 합리적인 투자 판단 기준들이 거의 전무하던 시대에 그레이엄이『증권분석』이라는 훌륭한 저술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다. 물론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부터 11년에 걸친 잡지 기고와 7년 동안 컬럼비아 대학에서 증권분석 강의를 했던 경험을 갖추고 있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대를 뛰어넘어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에 관한 원칙과 기준들을 확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천은 그가 실제로 대공황의 혹독한 시기 동안에 투자활동을 영위하면서 겪게 된 엄청난 고통 덕분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만약 더 일찍 책을 냈더라면 큰 실수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그에게 있어서도 실패가 결국 성공에 이르는 지혜의 열쇠를 제공해 줬던 셈이다.

이 책이 출간된 이래 오랜 세월이 흘렀고 투자를 둘러싼 제반 경제환경 역시 지금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투자 분야의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벤저민 그레이엄이 인류가 남긴 지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고전 읽기를 통해 얻은 혜안, 즉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덧붙여 그의 빈틈없이 정확한 사고와 부단한 학문적 탐구 노력과 풍부한 실제 투자 경험 등이 제대로 조화를 이룰 수 있었기에 이 책은 발간 이래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투자 분야의 최고의 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단점 가운데 한 가지는 책에 소개된 사례 연구 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너무 낯설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례 분석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내용들도 요즘 우리가 투자대상으로 검토하는 기업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부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대개 사소한 단점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레이엄의 분석이나 접근방법은 결국 가치를 판단하고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판단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논리적 고찰 과정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조금의 빈 틈도 허락하지 않는 '분석적 엄밀성'을 독자들에게 훌륭하게 펼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던 때는 24년 전인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학과 학부생들에게 '전공필수'였던 '재무관리' 과목을 배우면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접했는데, 주가를 결정하는 여러 이론 가운데 그레이엄과 도드가 제시했다는 '그라함·돗드 모형'이라는 게 교재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와서 살펴보니 그 책의 주석에 1962년판 책 제목과 저자가 짤막하게 한 줄로 인용된 게 전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수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투자론 과목의 내용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실제' 투자 현실에서는 좀처럼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 중심이어서 늘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워렌 버핏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그는 심지어 다음과 같이 말할 정도였다.

성공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여러분은 베타계수, 시장의 효율성, 현대포트폴리오이론, 옵션가격, 신생시장등을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들은 아예 모르는게 상책입니다. 물론 이것이 대부분의 경영대학원에서 주장하는 지배적 견해는 아닙니다. 경영대학원의 금융커리큘럼은 그러한 과목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투자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단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것인가'와 '시장가격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을 비롯한 그의 제자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투자자의 반열에 올라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간파해 낸 투자의 지혜가 담긴 『증권분석』과 같은 책들은 한사코 외면한 채, 벤저민 그레이엄이 가능한 피하고자 했던 '투자자가 활용하기 힘든 기준이나 복잡한 기술적 방법'이 현대적 투자이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우리의 주된 목적은 현상을 단순히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개념, 분석의 방법론, 기준, 원칙 등과 무엇보다 논리적인 고찰 과정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았다. 우리는 이론 자체보다는 현실 속에서 이론의 가치를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너무 까다로워 투자자가 활용하기 힘든 기준이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복잡한 기술적 방법은 가능한 피하고자 했다. - 벤저민 그레이엄, '저자의 말' 中에서

1930년대에 처음으로 체계적인 증권분석 이론을 수립한 이 책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오늘날 증권 분석에서 가장 기본적인 지표로 사용되고 있는 주기수익비율(PER)과 부채비율, 장부가치 등이 모두 이 책에서 처음으로 일반화한 개념들이다. 컬럼비아와 UCLA에서 증권분석 강의만 40년 이상을 했던 그는 워렌 버핏을 비롯한 숱한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그의 가치투자 이론은 존 보글과 마리오 가벨리, 마이클 프라이스, 존 네프 등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제자들 가운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그리고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과의 관계는 유달리 특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레이엄은 1951년부터 증권분석 강의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으로 옮겼는데 마침 그 무렵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이 워렌 버핏이었다. 당시 워렌 버핏은 고향인 네브라스카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했다가 거절당했는데(하버드대가 워렌 버핏을 불합격시킨 일은 하버드 역사상 최악의 실수 가운데 하나라고 불려진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알고 지원한 곳이 바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이었다.

"적절한 우상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충고하건대 가능한 한 소수의 우상을 선택하라. 적절한 우상을 선택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라고 버핏은 말한다. 1950년에 그레이엄을 스승으로 만난 버핏이 처음부터 곧장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버핏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그레이엄에게 급료를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버핏은 MBA를 마친 후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면서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투자 원리' 수업을 강의하기도 했는데, 1954년에서야 비로소 버핏과 그레이엄이 다시 만나 함께 뉴욕에서 일하게 되는데, 한 사람은 그레이엄의 투자조합인 그레이엄-뉴먼 투자회사의 사장이었고 또 한 사람은 그 회사의 직원 신분이었다.

1956년에 그레이엄-뉴먼이라는 회사를 해산하면서 그레이엄이 월스트리트에서 은퇴한 후 UCLA 경영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15년 동안 보수없이 강의를 하게 되자, 워렌 버핏도 그의 고향인 오마하로 돌아가 자신이 직접 투자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다.

스승인 그레이엄과 제자인 버핏의 투자방식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다룰 만한 내용들이 얼마간 있지만 그 부분까지 다루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한다. 다만 워렌 버핏 스스로 자신의 스승과 대비시켜 언급한 대목-좋은 기업에 좋은 경영진이 있다면 20년전 그랬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벤은 통계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무형의 것을 많이 보게 된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실제로 워렌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위대한 투자가들로부터 '차용한' 이론들을 훌륭하게 결합함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위대한 투자성과를 이룩했다. 다소 장황하기는 하지만 그가 차용한 이론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벤저민 그레이엄(사업전망에 근거한 투자), 필립 피셔(훌륭한 기업은 매도할 필요가 없다), 로렌스 블룸버그(소비자 독점기업), 존 버 윌리엄스(어떤 회사의 가치는 미래에 그 회사가 벌어들일 수익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 존 메이나드 케인즈(집중투자의 우수성), 에드거 스미스(일정기간 이상 유보된 이익은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킨다는 개념), 찰스 멍거(합당한 가격에 우수한 기업을 구입하는 방법) 등이다.

1999년 6월《비즈니스 위크》지는 "가치투자의 영웅들"이라는 인물 소개 기사를 실었는데 오직 다섯 사람만이 영웅에 포함되었다. 그 명단의 맨 위에는《증권분석》의 저자들인 벤저민 그레이엄데이비드 도드가 있었다. 그 다음은 존 버 윌리엄스였다. 그는《가치투자론》에서 배당할인모형을 소개하였고 '가치'의 정의를 "미래 현금 흐름의 할인된 현재 가치"로 격률화한 사람이다. 가치투자의 네번째 영웅은 워렌 버펫이었고 버펫 다음이 빌 밀러였다.

벤저민 그레이엄을 비롯한 가치투자의 영웅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레이엄도 한 때는 '20대에 고객을 포기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버나드 바루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나중에는 좀 더 관대한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레이엄은 그의 회고록에서 "나의 결정은 바루크보다 더 명예로운가? 나 역시 돈버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적어도 일반대중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고 있었던 중개회사를 떠날 예정이었다. ······ 그리고 나는 돈을 필요로 하는 친구와 친척들을 위해 상당한 수익을 올려 주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는 투자 관리업을 '저급한 직업'이라고 한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한다. "워렌과 나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는 점과 자본을 기업에 할당한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케인스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돈을 벌어주고 국익에 이바지함으로써 속죄했다. 나는 속죄하기 위해 대외 활동을 하고 있고, 워렌은 투자 성공담을 이용해 훌륭한 스승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일찍이 우리가 젊고 가난했던 시절 우리를 믿어준 사람 들을 위해 돈 버는 걸 좋아한다."

비록 저명한 경제사가였던 찰스 P. 킨들버거는 그의 저서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를 통해 '금융에의 몰두' 현상을 시니컬한 어조로 비판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가치투자의 영웅들'이 알게 모르게 좀 더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든 투자 행위는 곧바로 '자산을 어디에 배분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도 함께 말하고 싶다.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렌 버핏과 같은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없었다면 증권시장(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도 포함하는)은 지금보다 훨씬 더 수준낮은-따라서 온갖 투기와 사기와 협잡과 어리석음 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행하는-단계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레이엄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들의 윤리를 끊임없이 강조했으며,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에 대해서는 특히 혐오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회계제도와 증권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었다.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본질 또는 투자가들이 경제의 미래에 대한 수익을 요구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식시장은 전세계 자본의 배분을 추진하는 힘이며, 경제성장, 기술발전의 핵심엔진이 된다.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또는 새로이 생겨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식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 제러미 시겔,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 中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벤저민 그레이엄이라는 훌륭한 인물로부터 배울 수 있는 투자와 삶에 관한 지혜는 너무나 많다. 진부한 얘기가 되겠지만 우리에게 최종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는 언제나 똑같다.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만 남는 것이다.

벤 그레이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의 이론을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투자원칙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그것에 관해 영업보고서에서 자세하게 쓴다. 우리의 투자원칙은 쉽게 배울 수 있다. 따르기도 쉽다. 하지만,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오늘 당장 어떤 주식을 사느냐?'는 것 뿐이다. 그레이엄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를 따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 워렌버펫의 투자 격언(Warren Buffet Speaks) 中에서 

기나긴 서평글을 이제 마무리할 차례이다. 우리가 그레이엄의 성격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재발견하는 것은 그가 책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 특히 실수로부터 배우려고 했던 일생 동안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참으로 진지하게 즐기고자 애썼던 삶에 대한 훌륭한 태도일 것이다. 그는 바로 이러한 부분에 관해 그 자신의 짧은 묘비명에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한다.

이 사람은 모두가 잊어버린 것을 기억했고
모두가 기억한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그는 오래도록 공부했고, 열심히 일했으며, 많이 웃었다.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살찌웠고, 사랑에 마음을 빼앗겼다.

(끝)

 * * *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운 많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밑줄친 내용들>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① 제1부 ∼ 제4부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② 제5부 ∼ 제6부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③ 제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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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써 작성한 리뷰글을 내려야 하다니......
    from Value Investing 2010-12-26 21:59 
    벤저민 그레이엄의 불후의 명저인『증권분석』(1934년판) 국내 번역본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군요. 초판본은 역사적인 책이기도 하고 희귀본이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도 1,00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고 하고, 초판의 국내 번역본(박동욱, 하상주 역) 역시 출간 2년여 만에 '너무 일찍' 절판된 이후, 중고서적 매매가격이 한 때 2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희귀본' 대접을 받았
  2. 60년 전에 쓰여진 투자에 관한 가장 훌륭한 고전
    from Value Investing 2011-03-16 17:28 
    만약 사고의 명확함이 요구되면, 그에게 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만약 격려나 조언이 필요할 때면, Ben이 그곳에 있었다.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다른 사람이 그 나무 아래서 쉬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면Ben Graham이 그런 사람이었다.-워렌 버핏,《Financial Analysts Journal》기고문(1976년) 中에서* * * * *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인 1894년에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895년 부모님을 따라뉴욕으로 이주한 벤저민
 
 
마녀고양이 2010-12-2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굉장한 리뷰네요. 내리기는 아까운 리뷰구요.

벤자민 그레이엄이나 워렌 버핏은 가치 투자를 강조하죠.
그런데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유동성이 넘쳐나서 돈놀이로 전락하는 현 투자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인걸까요.
아,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 투자를 해야 하는거겠죠.
공부해야 하는데 하고 매일 끙끙거리기만 하고, 실제는 노는 제가... 아하하.

감사드려요. 좋은 연말되셔요.

oren 2010-12-23 14:11   좋아요 0 | URL
가끔씩 '광기'가 발동하는 비이성적인 장세가 만연할 때면, 가치투자자들이 '바보' 취급을 당할 때도 많았었지요.(작금의 우리 증시는 탐욕과 광기가 만연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지난 세기말(1999년)의 엄청난 버블 장세때만 되돌아 보더라도, 그레이엄의 제자이자 세계 최고의 가치투자자인 워렌 버핏조차 각종 언론으로부터 거의 매일이다시피 꾸준하게 조롱당했었지요. 심지어 2007년에는 그 당시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던(그래서 너무 기고만장했던) 某자산운용사의 회장으로부터도 '구닥다리 Ford식 투자방식을 고집하는 인물'로 조롱당하기도 했었죠.

* * *

모든 진실은 세가지 단계를 밟는다

첫째, 조롱당한다.
둘째, 격렬한 저항을 받는다.
셋째, 명백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 Arthur Schopenhauer

2015-09-17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7부 증권분석의 추가적인 요소 : 가격과 가치의 불일치

옵션 워런트의 부정적 측면 657

기업이 신규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주에게 신주 청약권을 주는 행위는 어느 모로 보나 사리에 맞지 않고, 단지 사람들을 뭔가 매력적인 것을 제공받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나의 생각)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소위 '유상증자 주의보'가 내려진 적이 있었다. 악덕 대주주들이 '순전히 도둑질을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으며, 상당수 기업들은 실제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교묘한 방법을 통해' 빼내간 것도 사실이다.



도덕 불감증의 극치 664


1933년에 이루어진 주식 공모의 특징을 보수적인 증권분석 입장에서 보면 도덕 불감증의 극치를 이루고 있음이 재확인된다. 명망 있는 투자은행도 이제는 과거 실적이 없는 신설 회사를 완전히 미래 수익 전망에만 의존하여 공모하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투자은행이 일차적으로 주식 매수자의 편에 서서 주식 공모를 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신설 기업은 독립적인 실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할 돈을 가진 고객을 대변하는 여러 투자은행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등하게 협상할 수가 없으며, 또한 투자은행은 이 신설 기업의 주식 판매회사이면서 동시에 일부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투자은행은 자기 자신을 위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셈이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도덕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시기가 여러 번 있었다, 1987년∼1988년의 버블 시기, 1999년의 버블 시기, 2007년의 버블 시기 정도가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1999년의 버블 시기때 도덕불감증은 특히 대단했는데 그 사례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이와 같은 '도덕 불감증의 극치'는 다시 면연할 것 같다.



'그 좋았던 시절'의 사기적인 주식 판매업자들 667


'그 좋았던 시절'의 사기적인 주식 판매업자들은 판매 권유를 할 때 막강한 판매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였고,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사전에 알려주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갱도가 하나도 없는 광산주식을 팔 수도 있었고, 고거 헨리 포드 파트너가 이미 큰돈을 벌었던 발명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주식도 팔 수가 있었다. 여기에 현혹되었던 투자자는 사실상 아무 가치도 없는 '블루 스카이(가치없는 주식)'를 산 희생자였다. 비즈니스 감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업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사업설명서의 그럴듯한 번쩍거리는 용지만 보아도 판매 제안이 사기라는 것을 간파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나의 생각)
최근의 사례 가운데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는 단연 2007년 하반기에 출시되었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일 것이다. 그 외에도 ELS펀드 등 '불완전 판매'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 같다.



양심 불량의 정도와 비례 668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새로운 산업도 주식 공모의 매력이 있는 분야이다. 새로운 산업에 초기 진출한 기업이 보여준 이익이나 혹은 주식 공모한 기업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순이익을 보고 그 이익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거나 장래에 증가할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을 하기 쉽다. 그러므로 주식 판매에 있어서 유리하게 과대평가하는 정도는 전적으로 주식 인수 공모 담당 기관의 양심 불량의 정도와 비례했다. 따라서 주식 공모를 실시한 기업들의 공모가를 보면 완벽한 적정가에서부터 거의 완전 사기라고 할 만한 가격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나의 생각)
찰스 P. 킨들버거의 지적이 떠오른다.(금융에는 '사기'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고)



피라미드형 자본구조 670


기업의 피라미드형 자본구조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지주회사를 통해 형성된 주기적인 자본구조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피라미드형 자본구조의 목적은 소규모 자본 투입이나 혹은 전혀 자본 투입 없이 대기업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고, 그 기업의 잉여이익과 계속 기업으로서의 가치 상승 대부분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 수법은 지배 주주가 지분에서 발생하는 투기적인 수익을 챙기면서(cash in), 동시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주로 활용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그 성공적인 자금 조달의 귀재는 추가적으로 다른 기업에 대한 지배력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의 폐해 673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는 여러 면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해한 것이다. 첫째, 비우량 상위 증권이 대량으로 발행되어 대중에게 공모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이때 발행된 지주회사의 보통주는 경기 호황기에는 수익력이 급속히 늘어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결국 격렬하고 위태로운 대중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셋째, 실제로 돈을 투자하지 않은 기업 인수자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따라서 무책임하고 불건전한 경영 정책을 조장할 소지가 많다. 넷째, 끝으로 지주회사라는 제도는 호경기에 수익 실적, 배당 실적, 혹은 장부가치를 부풀리는 관행을 부추기고, 이 때문에 투기 열풍이 일어나고 주가 조작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 7년 평균과 추세 가운데 어느 것 689


당기 순익 실적, 7년 평균 순익, 그리고 순익 트렌드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중시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애널리스트의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 세 종류의 항목에서 모두 뒷받침되면 애널리스트는 제시하는 결론에 더욱 확신을 가질 것이다.


증권분석 작업 692


증권의 상대적인 인기도와 활발한 거래는 내재가치와 무관한 요소이지만 시장가격 형성에 막대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애널리스트는 이 요소를 전혀 무시해서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거래가 활발하고 인기있는 종목에만 집착하다 보면 그의 증권분석 작업이 무책임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종목 교체를 권고하는 것 692


애널리스트가 종목교체를 권고하는 것은 신규 투자 종목을 추천하는 것보다는 훨씬 조심스럽다. 그 이유는 투자 목적으로 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원래 종목 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특히 종목 교체 후 주가 움직임이 역으로 나타나면 종목 교체가 현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명되어 대단히 원망스러워 한다. 투기적인 증권 보유자는 애널리스트의 권고를 당연히 시장의 단기적인 움직임에 따른 결과로 평가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 본성을 감안하여 애널리스트는(교체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주 종목 교체를 추천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적어도 50% 이상 692


우리 소견으로는 투자자가 종목 교체로 적어도 50% 이상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서 종목 교체를 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의 생각)
존 템플턴의 견해와 정확히 일치한다.



동질성이 낮은 업종일수록 질적인 요소에 보다 각별한 주의 요망 694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는 이질적인 업종 내에서 어떤 기업이 지니고 있는 상대적인 우월성은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인 원칙으로서 동질성이 낮은 업종일수록 질적인 요소에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의 오류의 세 가지 기본적인 원인 695


시장 평가는 1장에서 밝힌 대로 자동적이거나 기계적이지 않고 시장 참여자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므로 다분히 심리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시장의 오류는 개인이 집단 또는 대중을 형성하여 저지르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오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원인 중 하나 이상의 원인에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과장, 지나친 단순화, 혹은 핵심 사항에 대한 무관심이 세 가지 기본적인 원인이다.


비주력주나 소외 종목 698


주력 종목의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는 증권시장 등락 주기의 특정 시점에 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비주력주나 소외 종목은 증권시장의 등락 주기와는 상관없이 항상 과소평가되기 쉽다. 시장의 주력 종목이 싸지면 비주력 종목은 더욱더 싸지기 일쑤이다.


소외종목의 주가는 ······ 실적 변화를 극단적으로 반영한다. 699


1. 주력 종목의 주가는 기업의 실적 변화에 항상 신속하게 반응하므로 연도별 실적 변화에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2. 소외 종목의 주가는 전문적인 시장 참여자들의 이 종목에 대한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만약 이들의 관심이 부족하면 주가는 실적과 크게 괴리되어 형성된다. 그러나 만약 이와는 반대로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시세 조작 의도이든 아니면 정당한 평가이든 주가는 실적 변화를 극단적으로 반영한다.

(나의 생각)
이런 이유 때문에 드라마틱한(또다른 표현으로는 환상적인) 수익률은 대개 소외종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간 요소는 부수적인 고려 사항 710


알다시피 증권분석의 본질적인 특징에서 시간 요소는 부수적인 고려 사항이다. 따라서 우리가 매매 '적기(right time)'를 판단함에 있어서 '적절한(approximately)' 시기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대개 몇 달 정도의 여유 기간, 때로는 이보다 더 긴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비안정 증권을 기피하는 이유 713


실제로 이런 비안정 증권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도 지나치게 떨어지기 일쑤이므로 이런 경우 오히려 매력적인 매입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가치와 가격의 격차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시장에서 비안정 증권을 기피하는 이유는 종목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지 단지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안정성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기 불황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자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안정 증권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종묙 교체 권고에 따르는 특별한 책임 715


종목 'A'가 'B'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정 시세에서 종목 'A'의 매수가 매력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종목의 비교·분석을 설명하는 장에서 종목 교체 권고에 따르는 특별한 책임을 언급하고, 계량 분석의 결과에 대한 맹신을 경고한 바 있다. 미래는 과거의 통계 수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법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경고를 다음과 같이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애널리스트는 (1) 종목 자체가 매력적이거나, (2) 비교하는 두 종목 사이에 명확한 상호 계약상의 연관성이 있는 경우 외에는 종목 교체를 권하지 말아야 한다.


점성술이나 주술과 마찬가지 723


사실 지난 10년 동안 이러한 '기술적 분석'이 유행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분석이 1927년 이후 그 권위를 지속적으로 상실해 온 데 반해 차트 리딩은 긴 불황기에도 그 추종자 수가 늘어났다. 많은 회의론자들은 차트 리딩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마치 점성술이나 주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실 지난 수십년 동안 차트를 믿는 추종자들이 자꾸만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증권방송들을 보면 전문가들이 너무나도 한결같이 대부분 '차트'를 가지고 떠들고 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노릇이고 한 국가의 '증권분석의 질적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늘 안타깝다는 생각 뿐이다.


오로지 과거의 주가 움직임을 연구하면 미래를 예측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의 의미 723

오로지 과거의 주가 움직임을 연구하면 미래를 예측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각의 의미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검토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1. 차트 리딩은 과학이 될 수 없다.

2. 지금까지의 성과를 살펴본 결과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이라고 증명되지 않았다.
3. 그 이론적인 근거는 잘못된 논리이거나 아니면 검정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4. 차트 리딩이 유행하는 것은 유해한 투기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이점도 추종자가 많아지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지배하는 경제적 현상 724


차트 리딩이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만약 과학이라면 그 결론은 믿을 수 있는 원칙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내일 혹은 다음주의 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제때에 사고팔아서 계속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지배하는 경제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란 세상에 없다. 바로 이 예측을 '믿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유발한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예측이 빗나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단수 차티스트는 어떤 차트 리딩 기법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극히 제한된 사람만 이 기법을 알고 있어야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의 생각)
차트를 믿는 바보들이 시장에 너무 많은 것 같다.

[버튼 말킬은 그의 베스트셀러인 「월스트리트에서의 임의보행(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에서 기술적 분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20세기 초반부터의 양대 주요거래소의 주가데이터를 사용하여 기술적 법칙들을 세밀하게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는 주가의 과거 움직임은 미래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식시장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챠트분석의 중심내용은 명백히 거짓이며, 이를 따르는 투자가는 높은 거래수수료 이외에는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안전마진이라는 보호장치 개념 725


증권분석이든 시장분석이든 둘 다 사실상 미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없는 과거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서로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차이점은, 증권분석에는 시장분석에서는 없는 안전마진이라는 보호장치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은 그레이엄의 또다른 명저인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불치에 가까운 병 725


주식시장의 투기 거래자에게는 차트 리딩의 매력이 불치병에 대한 특효약과 같다. 주식 투기자는 사실 거의 불치에 가까운 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치료는 투기를 끊는 것이 아니라 투기로 돈을 버는 것이다.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는 투기로 돈을 벌 수 있고 번 돈을 잘 간수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목적을 위해서라면 모든 그럴듯한 수단을 탐욕적으로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시도한다.

(나의 생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월든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미국 속담이 떠오른다.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기 위해서는 우선 톱날을 열심히 가는 게 우선일 것이다. [수레를 말 앞에 매는 식의 본말전도는 아름답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다.]


이중의 오류가 내재되어 있다
 725

우리의 생각에는 차트 리딩이 그나마 유용성이 있는 것은 "손실은 짧게 끊고, 이익은 최대한 확실히 챙긴다"는 도박의 원리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갑자기 큰 손실을 보는 것을 예방하고, 때로는 큰 이익을 안겨주기도 한다. 따라서 그 결과는 '시장 풍문'에 따라 무작정 매매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러한 이점이 있는 것을 아는 투기 거래자들은 차트 리딩 기법을 조금만 더 발전시키면 지속적인 이익을 보장해 줄 정도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믿음에는 이중의 오류가 내재되어 있다. 룰렛 게임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원칙에 따라 한 판의 손실 규모는 제한하고, 딸 때는 큰돈을 벌 수 있도록 게임에 임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조금씩 잃은 돈의 합계가 몇 번의 큰 이득보다 많음을 알게 된다.(수학적인 확률상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면 그들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투기 거래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투기 거래의 대가는 언제나 그들이 부담하게 된다. 두 번째 오류는 차트 리딩 인구가 늘어나면 실패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 규모는 커지고, 성공한 거래에서 획득하는 이익의 규모는 작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이들이 동시에 매수 신호를 보고 경쟁적으로 매수하게 되므로 평균 매입단가가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반대로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손절매나 이익 실현을 위해 매도하기로 하면 평균 매도 단가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손절매'가 전에는 투기 거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적 도구였으나 그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보호장치로서의 유효성이 손상되었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에서도 (오류가 내재되어 있는) '손절매의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너무나 많다.



성공을 보장하는 비법이란 이 세상에 없음을 인정한다 726

보다 현명한 차트 신봉자들은 이와 같은 이론적 취약성을 인식하고, 시장 예측이란 재능, 판단력, 직감, 그리고 기타 개인별 자질이 요구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성공을 보장하는 비법이란 이 세상에 없음을 인정한다.


증권분석에 비해 시장분석이 불리한 점 727


우리는 증권분석이 시장분석보다 몇 가지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어서 적절한 훈련을 쌓으면 지혜로운 사람들에게는 보다 성공적인 성과를 안겨줄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증권분석은 예상외의 사태에 대비하여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 우리는 이 보호장치를 안전 마진 확보 또는 가격을 훨씬 초과하는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확보한다. 밑바닥에 깔린 생각은 만약 매수한 증권이 보기보다 별로 매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그 매수가 나름대로 타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분석에 있어서는 안전 마진이라는 것이 아예 없고, 즉 '도 아니면 모'이다. 그래서 틀리면 바로 손실로 연결된다.

(나의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증권분석보다 시장분석에 너무나 치중'하고 있다. 그레이엄의 설명이 맞다면 '도 아니면 모'에 목숨을 거는 것과 다를바 없는 셈이다.



감각적인 경쟁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 728


세 번째로 불리한 점으로, 시장분석은 기본적으로 감각적인 경쟁에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투기 거래에서 얻은 이익은 대부분 똑같은 식으로 거래하는 다른 투기 거래자의 손실의 대가로 실현된 것이다. 투기 거래자는 당연히 거래가 활발한 종목을 선호하고, 이 종목들의 가격은 같은 식의 투기 거래를 하는 많은 투기 거래자들의 활발한 매매에 의해 변동한다. 시장분석 애널리스트는 오직 경쟁자보다 더 교활하거나 혹은 운이 좋을 때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나의 생각)
다른 책에서 읽은 내용이 여럿 떠오른다. 대표적인 내용 한 가지만 덧붙여 보면 다음과 같다.

[그것이 복권이든, 룰렛이든 또는 증권시장이든 나는 학문의 가죽을 뒤집어 쓴 이 게임가들을 그들이 어떤 도구를 이용하든지 상관없이, 미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증권시장의 챠트분석가들도 어느 정도는 미친 사람에 속한다.]


특별히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만 선정 728


증권분석 애널리스트는 시장분석 애널리스트보다 훨씬 많은 종목을 커버하고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종목 리스트 중에서 시장가격이 특별히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만 선정한다. 이런 종목들은 시장이 가격 불일치를 간과했거나 아니면 일시적으로 불리한 요인을 시장이 침소봉대함으로써 나타난 것이다.


왕도는 없다 729


시장분석은 증권분석보다 훨씬 쉽고, 그 성과도 훨씬 빨리 실현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장기적인 성과를 보면 더욱 실망하기 쉽다. 월스트리트에서든 혹은 세상 어디에서든 쉽게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단기 전망을 근거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 729


우리가 보기에는 단기 전망을 근거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투기적 센스로 증권을 선정하는 것을 너무 쉽게 여기는 듯하다. 이 논리의 약점은 가까운 장래 전망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이미 현재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전망치가 필요 이상으로 과잉 반영될 것이다. 어떤 주식이 내년도의 수익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매수 추천되었을 때 이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는 내년도의 수익 추정이 틀릴 수 있는 위험이고, 둘째는 비록 수익 추정이 맞는다 하더라도 이미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거나 심지어 과잉 반영되어 있을 위험이다.


다음 분야에 한정해서 판단을 시도하는 것이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731


우리는 개별 종목의 단기 주가 전망을 하는 애널리스트의 능력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애널리스트의 예측의 근거가 기술적 분석이건, 일반적인 경기 전망이건, 혹은 개별 회사 특유의 전망이건 간에 회의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애널리스트가 다음 분야에 한정해서 판단을 시도하는 것이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엄밀한 안전 테스트를 통과하는 전형적인 상위 증권 선정
2. 투자 등급의 상위 증권이면서 가치 상승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종목의 발굴
3. 보통주나 투기적인 상위 증권 중에서 내재가치에 비해 훨씬 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종목 발굴
4. 서로 관련 있는 종목 간의 교체 매매, 헤지거래, 혹은 아비트리지 거래가 가능할 정도의 가격 불일치 현상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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