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해 쓴 책 가운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축축한 숲속 270

부패 발생 건수는 신용 공급과 아주 유사하게 경기순환의 파동이 올라가면 함께 증가한다. 경기가 후퇴하면 대여자들은 개별 차입자들이 채무 상태와 자신들의 신용 노출에 대해 보다 신중해지므로, 곧이어 기업의 성장에 연료를 부어 주던 대출이 감소한다. 신용이 늘어나지 않으면, 축축한 숲속에서 버섯이 자라나듯 부정이 피어 오른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의 몇 곳 272

아더 앤더슨 같은 회계법인들은 기업체들이 보고할 수도 있는 아주 작은 수치의 계산 착오로부터 투자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그들이 제시하는 재무제표의 아주 작은 수치까지 검증하는 일을 맡았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의 몇 곳은 그들이 회계감사를 맡은 기업체들-회계법인에게 수임료를 지불하는 회사들-에게 장악 당했고, 투자자들을 속이는 일을 함께 공모했다. 엔론과 MCI월드컴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 법무법인들은 과연 투자자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없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시장경제에서 삶의 일부 272

사기, 부정행위, 자금 유용, 정교한 사취 수법은 시장경제에서 삶의 일부이고, 어떤 나라들은 다른 다라들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국가들의 부패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핀란드가 청렴도에서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고, 아이슬랜드가 근소한 차이로 다음 순위에 자리잡고 있다; 여러 해 동안 방글라데시, 콩고, 나이지리아가 부패 공급의 선두 그룹 위치를 굳혀 왔다. 미국은 비록 1990년대 주가 거품 기간 동안 주식회사 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광범한 부정과 사기로 인해 순위가 서너 단계 밀리기는 했지만, 순위표에서 바닥보다는 정상에 훨씬 가까운 위치에 있다.

(나의 생각)
MB의 경우도 떠오른다. 2008년 대선 직전 당내 경쟁자이게 끝까지 시달렸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BBK 문제였다.



재고의 과대포장 272

사기의 전통적인 형태로는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 상품 가치의 과대포장을 꼽을 수 있다. 1930년대 말 맥케슨 로빈스 스캔들에서는 위조한 창고보관증이 대출 담보로 사용됐다. 1960년대 텍사스의 무모한 투기꾼 빌리 솔 에스테스는 그가 리스로 쓰고 있던 비료탱크의 숫자를 조작해 가공으로 부풀린 재고자산을 토대로 자금을 차입했다. 1960년대 '샐러드 오일' 탱크를 대출 담보로 사용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게 피해를 입힌 티노 데 안젤리스는 물보다 기름의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이용, 20피트 높이로 채운 물 위에 6인치 두께의 샐러드 오일을 얹는 속임수를 썼다.

(나의 생각)
한국의 경우 한 때 의류업체들이 재고자산 분식회계가 특히 심했다. 없는 CD를 대규모로 허위계상해 왔던 터보테크, 매출과 수익을 엄청나게 부풀렸다가 퇴출당한 네오세미테크 등의 사례도 떠오른다.



투자보고서 271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사기에는 기업이익의 증가나 개별 기업 주식의 목표가격에 대한 투자보고서 등이 이용될 수 있다. 투자보고서의 전형적인 내용은 "아마존 주식의 가격이 7월 4일까지 주당 400달러로 오를 것이다"라는 것인데, 그 표현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기 십상이다: "우리의 목표주가는 주당 400달러다." 또 다른 투자보고서는 "기업이익은 향후 5년 동안 연15%의 성장률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에 등장하는 사기에는 이런 투자보고서를 내는 사람들조차 실현될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업이익과 미래 주가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동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생각)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증권업계에서 꽤 이름이 알려졌던 D증권의 전기전자업종을 담당했던 정** 애널리스트가 작전세력에게 매수되어 돈을 받고 기업분석보고서를 우호적으로 작성한 사실이 발각되어 구속된 사례가 떠오른다.



바람잡이들 273

월 스트리트는 주식을 판매해 많은 돈을 벌고, 개별 기업 주가의 상승 효과를 발휘하는 투자보고서 발표를 그 주된 임무로 하는 일군의 고액 연봉 소득자들과 함께 번영을 누리는 곳이다. 이들은 축제가 열리면 관람객들이 표를 사서 칼을 삼키는 묘기를 구경하도록 만드는 바람잡이들과 비슷하다.


시장전략가 274

주가는 보통 통계적으로 한 번 떨어지면 두 번 오르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시장전략가들'은 틀릴 확률보다 맞을 확률이 더 높다. 시장전략가들은 주가지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를 꺼려하는 게 전형적인 모습이고, 개별 종목에 대해서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왜냐하면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분개해 시장전략가가 속해있는 투자은행에 증권발행 인수 업무를 맡기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쓸 만큼 쓴 소모품일 뿐 274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강력한 매수 권고가 막 나갔는데 주가가 떨어져 이 호객꾼들이 고용주에게 골칫거리가 되면, 투자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그들에게 돈도 많이 준 데다 그들은 쓸 만큼 쓴 소모품일 뿐이다: "이보게, 이건 비즈니스라 어쩔 수 없네. 그동안 수고 많았네." 교체할 사람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나의 생각)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집스럽게 약세 마인드를 굽히지 않았던 국내의 대표적인 증권사였던 S증권의 호객꾼이 생각난다. 그는 결국 짤렸다.



훨씬 더 빨리 275

부패 행위는 거의 모든 경제에서 그 일부 요소다. 도덕적인 규범과 법률적 규범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거래 건수는 1990년대처럼 풍요로운 호황기에 증가한다. 역설적이지만 주가와 부동산가격, 상품가격이 서너 해 동안 연 30∼40%씩 상승하면서 개인적인 부가 증가할 때, 훨씬 더 빨리 부를 늘리고자 하는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부정행위의 증가가 유발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도 존스 집안처럼 풍족하게 누리고 싶어지고, 그래서 그를 위해 진실을 가리고 원칙을 벗어난 지름길을 만들어내는 일이 일어난다.


붙잡히더라도 275

일부 기업가와 관리자들은 보상 대 위험 비율이 현격하게 커 보이기 때문에 부정행위의 경계선 끝에 바짝 붙어서 스케이트를 탈 수도 있다; 원칙을 벗어난 지름길을 건너고, 규칙을 어기고 대중을 속임으로써 늘릴 수 있는 재산이 체포, 벌금, 탄로의 위험에 비해 극히 커 보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규정 위반이 발각되지만 않으면 큰 부를 챙길 수 있다고 계산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붙잡히더라도 그 절반은 챙길 가능성도 있다. 감옥에 갈 확률은 낮으며, 화이트컬러 범죄자가 갇히는 감옥은 우중충한 복장으로 지내는 조악한 컨트리클럽과 비슷하다.


재주껏 도망쳐야 한다 275

패닉과 붕괴로 인해 "재주껏 도망쳐야 한다(sauve qui peut)"는 좌우명에 짓눌릴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파산이나 재정파탄을 피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 오늘의 조그만 부정으로 내일의 파국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황이 끝나고 손실이 명백해질 때, 거꾸로 성공하기만 하면 당장의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서 더 큰 도박을 시도하는 경향이 생긴다.


'닉 리슨'의 경우 275

런던의 유서 깊은 상업은행인 베어링 브라더스의 싱가포르 지점 소속 5∼6명의 직원 가운데 닉 리슨은 평범한 트레이더였다. ······ 리슨이 속한 부서의 어느 담당자가 명백한 거래상의 오류를 저질러 리슨의 거래계정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리슨은 런던의 베어링 본사에 이 같은 오류를 보고하지 않았고, 닛케이 주가 풋옵션을 추가로 매도했다; 그의 계산은 풋옵션의 추가 매도로 버는 프리미엄 수입으로 거래 오류로 인한 손실을 메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베 지진이 발행하면서 도쿄 주가가 폭락하자 그의 풋옵션 매도는 프리미엄 수입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야기했고, 거래계정의 손실은 더욱 불어났다. 이 때 그는 거래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두 번째 내기도 실패했다. 그의 신규 포지션이 손실을 보탤 때마다 이번에는 그가 성공할 차례라는 희망으로 매번 판돈을 두 배로 늘리는 "두 배 걸기:를 했다. 이런 사태가 이어져 마침내 리슨의 거래계정에 누적된 손실은 베어링의 자본금 총액에 맞먹을 정도로 불어났다.


샤브샤브 레스토랑 280

오사카의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온 스미토모 은행 지점에서 빌렸다. 은행의 부동산 가치 감정인들 중에는, 별 위험 없이 은행을 터는 방법이 담보로 설정할 부동산의 평가가치를 부풀려서 대출을 받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한 야쿠자들에게 뇌물-혹은 협박-을 받았던 이들도 있었다. 서너 개 대형 지방은행의 고위급 임원들은 은행 경영진이 소유한 토지를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매수하도록 그들에게 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젊잖은 재무부의 고위공직자 서너 명은 바닥에 거울이 설치된 "속옷까지 벗은 샤브샤브 레스토랑"에서 향응을 즐겼다.(해당 공직자들이 향응 제공자들에게 임박한 금융규제 변화에 대한 사전 정보를 흘려주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의 생각)
최근에 상영되었던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돈 만드는 기계 284

밀켄은 돈 만드는 기계를 가지고 있었다. 드렉셀은 고객 기업이 신규 정크본드를 발행할 때 받는 인수수수료, 이 채권을 뮤추얼펀드에 매도할 때 받는 거래수수료, 뮤추얼펀드의 지분을 일반 대중에게 판매할 때 받는 판매수수료, 그리고 뮤추얼펀드 운용으로 받는 운용수수료를 벌었다.

메릴린치-소위 "천지 사방에 손길이 뻗어있는 메릴"-가 저축기관들에게 예금계좌를 소개하는 일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와 사우스웨스트의 저축기관들이 아주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수천 명에 달하는 메릴의 중개인 부대가 미국 전역의 자금을 밀켄의 친구들이 통제하는 이 저축기관들로 이동시켰다. 이 저축기관들이 판매하는 예금계좌는 미 재무부가 보장하는 것이었고, 이 점이 이들 계좌를 매수하는 예금자들이 확인하고자 하는 전부였다.

(나의 생각)
2007년의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인사이트 펀드 판매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샘 아저씨'의 돈 285

밀켄이 자금을 조달해 준 기업사냥꾼 가운데 실제 현업 경험이 많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샘 아저씨'의 돈-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예금계좌의 판매로 확보한 자금-을 5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그들은 이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종종 "비싼 가격"을 지불했지만, 그 때 그들이 지불한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 샘 아저씨의 돈이었다.

엔론의 두 날개가 급속히 확장하는 데는 시설과 장비, 유통 거점,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막대한 금액의 투자가 필요했다. 엔론은 거액의 채권을 판매해 투자은행들인 메릴린치와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게 막대한 수입을 안겨 주었다. 그 절정기에 이 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의 시가총액은 2500억 달러에 달했다; 엔론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주당 100달러를 기록했을 때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가 넘었으며, 일반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의 시장가치는 400억 달러 규모였다. 제네럴 일렉트릭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비길 바는 아니지만 천문학적인 숫자였다.

(나의 생각)
2011년 1월 현재 애플의 시총은 3000억불, 엑손모빌이 약 3500억불로 뉴욕증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엔론의 위상이 짐작이 간다.


'갈 데까지 가는' 전략 290

엔론은 SFV의 차입으로 확보한 현금을 자사 주식의 주가를 떠받치는 데 사용했다. 이것은 닉 리슨이 썼던 "갈 데까지 가는" 전략의 일종이다; 만약 엔론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이 합자회사의 가치도 하락할 것이고, 그들은 "물에 잠기게" 된다.


아더 앤더슨의 종말 290

엔론의 붕괴는 과거 미국의 대형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곳이었던-지난 수 년간 아리조나 침례병원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아더 앤더슨의 회계감사 고객업체들 중 결딴난 회사의 채권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시달리기는 했지만-아더 앤더슨의 종말을 가져왔다. 엔론의 자금조달 과정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가 시작된 뒤 앤더슨은 서류 폐기 혐의로 피소됐다.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형국 292

에버스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채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월드컴의 주가를 높게 유지하려면 주가가 낮은 다른 회사들을 계속 인수해야 했다. 여러 차레에 걸친 인수의 결과로 월드컴의 덩치가 커짐에 따라 순이익이 증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갈수록 더 규모가 큰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기업인수를 통해 주당 순이익을 증가시키는 회사들의 공통된 문제-는 월드컴의 덩치가 커져 가면서,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남아 있는 통신업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295

2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집단인 타이코의 대표 데니스 코즐로프스키와 재무담당 최고 임원 마크 슈와츠는 연방 정부에 의해 수억 달러의 회사 자금을 두 가지 방식으로 사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취 방식의 하나는 타이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타이코 주식을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자신들에게 부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의 개인적인 생활비를 쓰기 위해 타이코의 공금을 유용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에서 코즐로프스키의 두 번째 부인을 위한 6000달러짜리 샤워커튼과 200만 달러어치의 생일잔치를 벌이는 일까지 저질렀다. 타이코가 이 잔치 비용의 50%를 부담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파티에서 연출된 중요한 장면 가운데 하나는 조각상의 중요한 신체 부위로부터 보드카를 받아 마실 수 있도록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얼음조각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나의 생각)
최근 검찰에 의해서 기소당한 후 결국 유죄판결을 받은 태광그룹의 경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뮤추얼펀드 스캔들 298

2003년에 대형 뮤추얼펀드 집단의 다수-아마도 20대 뮤추얼펀드 운용사 중 절반 정도-가 몇몇 헤지펀드에게 이례적인 거래 특혜를 제공해 뮤추얼펀드 지분 소유자(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해당 헤지펀드가 거액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헤지펀드와의 거래 가운데 일부는 합법적이었으나 대부분은 불법이었다; 또 뮤추얼펀드 지분 소유자 모두를 동등하게 처우한다는 뮤추얼펀드와 그 주주 간의 암묵적 계약은 헤지펀드와의 모든 거래에서 무시됐다. 미국의 모든 뮤추얼펀드는 자신의 거래 규칙을 명시한 계약서-허용되는 행동과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기술한 문서-를 SEC에 제출해야 한다. ······ 펀드 판매계약서의 또 다른 표준적인 문구는 뮤추얼펀드가 어느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경우, 펀드 운용사의 임원들은 해당 주식을 매수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펀드 임원들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경우에도 임원들은 '선취매(front-run)'-뮤추얼펀드가 동일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기 이전에 임원들이 그들의 사적인 이해를 위해 그 기업의 주식을 미리 매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펀드들의 공통적인 관행은 각 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에 대한 정보를 매 분기 말에만 공개하며, 분기 도중에는 개개 유가증권의 매매에 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CD 사기 301

이탈리아의 파르마에 본사를 둔 유제품 및 식품 제조업체인 파르말랏(Parmlat)-파르마(Parma) 시와 우유란 뜻의 라떼(latte)의 합성어-은 자신의 자산을 40억 달러 규모로 과대 포장하기 위해 위조된 예금증서(CD)를 이용했다; 위조된 CD는 복사기를 사용해 한 문서가 다른 문서에 겹쳐지도록 하는 수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사기-일반투자자와 투자은행에 대한 속임수-는 10년이 넘도록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나의 생각)
CD 사기는 우리나라에서도 '터보테크'라는 회사가 저지른 수법이었다. 허위계상을 지속했던 기간이 꽤나 이어졌고 회계학을 전공한 내 친구도 이 회사에 투자한 이후 분식회계가 드러나는 바람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이 회사의 오너였던 장흥순 회장은 벤쳐기업협회의 회장을 지낸 인물로도 유명하였다.


깔끔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 301

보일러샵(boiler shop)은 사기 형태의 하나다. 퍼스트 저지 시큐리티즈의 로버트 브레넌은 고단수의 보일러샵 운영자였다. 보일러샵의 중개인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들에게 난데없이 어떤 주식-이를테면 샤잠 로켓트 주식이 있다고 하자-에 관한 혹하는 얘기를 꺼내는 전문가들이다. 샤잠 주식은 보통 주당 2∼5달러에 거래되는 저가 주식이고, 애당초 이 주식 물량의 다수는 보일러샵을 소유한 내부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 내부자는 자기들끼리 주식을 사고 팔아서, 예컨대 주가를 2달러에서 3달러로 올리며 주가 상승을 관리한다. 주가를 올려 놓고 나서 안면부지의 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6주 동안 샤잠 주식의 50%에 달하는 주가 상승에 대해 얘기한다; 이들은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급등 주식을 매수하려는 욕구가 훨씬 크다는 것을 배웠고, 또한 깔끔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저가 주식을 선호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 증권방송과 증권 카페 등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는 수법이다. 감독당국의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다.


노상강도보다 1만 배 더 나쁜 죄 301

사기는 신뢰를 악용한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절도와 다르다. 다니엘 디포(Daniel Defoe)는 주식사기꾼은 아는 사람들-종종 그 친구나 친척-을 등치면서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식매매 사기를 노상강도보다 1만 배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사기는 정부 공직자의 뇌물수수나 한 업체 직원이 다른 업체 직원에게서 받는 뇌물수수와 구분돼야 한다. 이들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거래는 특정 집단간의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신뢰를 악용하고, 또 침해하는 것이다.


후진성과 구별되는 한 가지 특징 303

도덕적인 행동과 비도덕적인 행동을 구분하는 경계선은 옛날보다 지금이 덜 희미하다. 현대성이 후진성과 구별되는 한 가지 특징은 도덕성이다. 사회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규율이 가문 안에서만 존중과 신뢰의 대상이었다. 이런 여건하에서 이방인이라는 존재는 절도면허증을 가진 사람과 진배 없기 때문에 제 식구를 감싸는 인사가 효율적이었다.

(나의 생각)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트러스트』라는 책에서도 '신뢰의 가치'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다.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 305

부정행위는 경제가 호황기일 때 증가한다. 재산은 호황기에 만들어지며, 개인들은 부의 증식 과정에 끼어들기 위한 탐욕에 빠지고, 사기범들이 이 탐욕을 이용하려고 등장한다. 호황기에는 스스로 제 털을 깎이려고 줄지어 서 있는 양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신들을 사기범의 희생물로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일 분마다 한 명씩 속아 넘어간다."

(나의 생각)
통렬한 풍자이다.




사기가 호황기에 증가하는 이유 306

사기가 호황기에 증가하는 것은 마치 부의 증가가 탐욕의 증가를 촉발하는 것인 양, 탐욕이 부보다 더 급속히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코즐로프스키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지만, 6000달러짜리 샤워커튼과 그의 아파트에 비치한 여러 장식물들의 매입 자금을 그의 회사 타이코에서-회사 임원진이 모르는 사이에-빼냈다. 사기는 자산가격의 하락을 유발하는 신용 시스템의 긴장으로 인한 금융 불안 국면에서도 증가한다; 이 단게에서는 재정 파탄을 피하기 위해 부정행위가 감행된다.


폰지의 사기수법 309

폰지는 예금이자로 45일 동안 40%를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할인된 시장가치로 매수한 해외 통화로 국제우편연합의 쿠폰을 사고 공식환율로 이 쿠폰을 미국 우표로 교환한 다음, 이 우표를 액면가치로 다시 파는 방법으로 파격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폰지가 이런 유형의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이야기는 장식용에 불과했다; 1922년 8월 체포됐을 때 그는 이미 790만 달러를 챙긴 상태였는데, 그의 사무실 안에 우표와 우편쿠폰은 61달러어치밖에 없었다.


부도덕의 극치 312

스프라그의 인용과 번역이 정확하다면, 호레이스(Horace)는 그들의 자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어라; 할 수 있다면 정직하게 돈을 벌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라." 남해회사 거품에 대한 조나단 스위프트의 언급도 이와 마찬가지로 냉소적이다:

돈, 돈을 계속 벌어라.
그리고 나서 혹시 미덕이 스스로 따라오겠다고 하면, 그리 하라.


발자크는 마지막 한 방이라고 부를 만한 말을 남겼다: "가장 미덕 있다는 상인들이 당신 앞에서 가장 노골적인 자세로 부도덕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말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나쁜 일에서 잇속을 챙겨 나온다."



돈 맛에 물든 언론 314

투기에는 일반적으로 언론도 일조한다. 언론계 구성원 가운데 일부는 장사치고, 일부는 비판적이며, 일부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다니엘 디포는 남해회사 주식이 120파운드에 거래되던 1719년 11월에는 주식중개인들을 통렬히 비난했는데, 1720년 8월 주가가 1000파운드를 기록하며 정점에 도달했을 때는 입장을 바꿔 그들을 두둔했다.


투자자 칼럼 316

투자자 칼럼을 통해 주가를 띄우기 전에, 친구에게 귀띔해 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진 수법이지만, 오늘날에는 내부자 정보에 기초한 주식매매를 포함해 이런 불법적인 행위는 보다 쉽게 발각된다. 어떤 종목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가 나오기 전에 행해진 해당 주식과 그 주식의 콜옵션과 풋옵션에 대한 수상한 거래들은 이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된다. 이 기법 덕분에 친구에게 사전 정보를 제공한 『월스트리트저널』의 투자평론가 포스터 위넌스와 자신이 이사로 일하고 있는 회사에게 닥칠 일을 친구에게 일러준 전직 국방부 차관보 테이어(ThYER)가 체포됐다.(테이어의 친구는 이 정보에 따라 주식에 투기했고, 위넌스는 1986년 세인트마틴 출판사가 발간한 『거래의 비밀: 월스트리트저널에서의 유혹과 스캔들』을 써서 자신의 경험을 또 다른 기회로 활용했다.)


17세 소년 317

아주 최근에는 인터넷이 주가 조작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됐다. 17세 소년 조나단 레벡은 자신이 보유한 거래량이 극히 적은 종목들에 대한 '뉴스'를 인터넷 대화방에 올렸다. 해당종목의 주가는 상승했고 조나단은 자신의 보유 물량을 매도했다. sec는 조나단에게 벌금 50만 달러를 부과했다.

MSNBC는 비즈니스 뉴스 전문 TV 방송이다. 이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자들 다수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을 추천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성적표를 보자. 1980년대에 이 회사는 엉터리 저축기관들에게 예금을 알선해 주는 일에 깊숙이 관여했다. 헨리 블로짓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는 정보를 오히려 부추겼고, 메릴린치는 엔론의 나이지리아 소재 발전 선박에 시장가격 이상을 지불해 엔론의 재무제표 조작을 도왔다.

(나의 생각)
메릴린치는 결국 2009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수많은 전조들이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밀켄의 경우 327

마이클 밀켄이 석방됐을 때 밀켄의 가족은 은행에 20억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얼마의 재산이 밀켄의 금융혁신을 통해 합법적으로 번 것이며, 또 얼마가 불법적인 행위로 번 것인지 계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가족 재산의 절반이 불법적 거래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밀켄은 이런 지적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 보라: "당신은 1000일 동안 교도소에 있었고 10억 달러를 챙겨서 교도소를 나왔다. 따라서 당신은 교도소에 있으면서 매일 100만 달러를 지급받은 셈이다."

(나의 생각)
최근에 개봉된『월스트리트2-Money never sleeps』라는 영화에서 주가조작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마이클 더글러스가 출옥후 결국 '숨겨둔 거액의 재산'을 바탕으로 보란듯이 재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존속살해급의 유죄 328

경제학자들은 화이트칼라의 금융사기 범죄에 대해 처벌의 적정성 여부를 논할 만한 입장에 있지 않다. 남해회사 거품 때 하원의원이었던 모울스워스(Molesworth)는 의회가 남해회사의 경영진을 존속살해급의 유죄로 선언해야 하며, 이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고대 로마에서 집행했던 가혹한 처형방식-이들 각각을 원숭이와 뱀 한 마리씩을 집어넣은 마대 주머니에 함께 넣어 물에 던져버리는-에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드라이저의 소설 『거인The Titan』에 반향을 남겼다: "이제 먼저 교살한 뒤 동반자 없이 자루에 넣고 꿰맨 다음 보스포러스 해협에 던지는, 여자친구를 기만한 자들에 대한 처형을 집행한다." 25년 후에 쓰여진 『모든 나라의 상회』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이슬람의 술탄이 부도덕한 부인에 대한 처벌로 그녀를 묶어 살쾡이 두 마리와 함께 자루에 처넣고 보스포러스 해협에 빠뜨렸던 것을 상기시킨다. 이런 처형방식은 지나칠 정도로 무자비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가뿐하게 빠져나오는 것처럼 보이고, 그들 대부분은 부정하게 획득한 재산의 대부분을 그대로 가져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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