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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 인간의 비전이 3,000년의 역사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그는 미망의 어둠 속에서 헤메이면서, 그 시대의 한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 괴테
돈은 단일한 실체이다. 돈은 인간에게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하는 사랑과 같은 반열이고, 인간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죽음과 같은 선상에 있다. -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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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Money)'라는 말이 로마 신화의 여신 유노의 별칭인 모네타(Moneta)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에서 부터, 금융투기 및 공황과 관련된 현대의 언어 가운데 매니아는 마에나드스에서, 패닉은 신의 이름인 판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등에 비춰보면 '돈'에 대한 얘기 또한 '신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아내가 저지르는 불륜에 대한 화풀이로 밤마다 처녀와 하룻밤을 자고 나면 처형을 하게 되는 페르시아의 왕이 있었고, 그런 왕과 결혼하여 1001일 동안 밤마다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듣고 싶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바로 세헤라자데라는 지혜로운 이야기꾼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온갖 기쁨과 탄식 가운데 '돈'에 얽힌 문제만큼 '절박한 것'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지난 1000일 동안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다우존스지수와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서, 그 격심했던 변동이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킨 '돈'에 관한 숱한 문제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다급해진 상황을 앞두고 여러 등장 인물들이 겪게 되는 절박함들이 시시각각 펼쳐지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실제 몸으로 겪었던 1000일 동안의 격동이 여러 사람들을 절박한 상황에 빠뜨리게 만들었던 힘은 한 나라의 젊은 처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데 그친 고대 페르시아 왕의 절대권력보다 아마도 수백만배 혹은 수천만배는 더 위력적이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림 1> 1000일 동안의 미국 증시의 급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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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글을 작성중인 지금 현재(2010/11/05, 00:10)의 미국 다우존스 지수 또한 급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연중최고치를 갱신하는 중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 가서 '돈'을 마구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기필코 막겠다는 언급 때문에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미 FRB 의장께서 어젯밤에도 수천억달러의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발언을 해주신 덕분에 아마도 오늘밤 미국 증시가 '돈의 힘' 때문에 자꾸만 더 붕붕 뜨는 모양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해 둘 만한 이야기 하나를 잊지 말았으면 싶다. 날지 못하는 '연못 속의 오리' 얘기가 그것이다. 워렌 버핏과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찰리 멍거(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가 들려준 말인데, 그는 상승시세가 투자자를 자만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당신이 만약 연못 속의 오리라면, 폭우가 쏟아지면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올라가는 것은 연못의 물이지 당신이 아니다."
<그림 2> 1000일 동안의 한국 증시의 급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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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4, 木) 마감한 한국 증시 또한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가을 무렵, 900P 마저 무너지면서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아우성을 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동안 한국의 기업과 경제가 과연 저렇게나 급속하게 좋아졌다는 말인가? 정말 종합주가지수 그래프처럼 저렇게까지 나빠졌다가 좋아진 건 물론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은 늘 '침소봉대'를 좋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2년 전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 보면 그 당시는 '달러'가 부족하여 환율이 얼마나 무섭게 치고 올라갔던가? 그리고 꼭 그런 국면만 되면 '혹세무민'하는 얼치기 전문가가 나타나서 반드시 한 술 더 뜨게 마련인데(밤에 우는 부엉이 흉내를 냈었다!), 더욱 한심한 건 그런 얼치기 전문가의 견해에 대해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치는 주장들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입에서도 속절없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허무맹랑한 근거를 들이대며 분위기를 부추기는 사이비 전문가의 말에 속아 정말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00P 조차 깨질지 모른다고 지레 겁먹고 공포에 내몰려 역사적 바닥 국면에서 주식을 마구 내동댕이친 순진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2007년 하반기 무렵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 피크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릴 때 새로운 '통찰'을 내세우면서 순진한 부화뇌동 투자자들의 자금을 마구 끌어모아 버블의 꼭대기를 형성하는 데 크게 일조한 국내의 금융전문가들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하긴 1929년의 대공황을 앞두고 미 증시가 연일 상승을 거듭할 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던 어빙 피셔 또한 아직까지도 인용되는 너무나 유명한 '선례'를 남겼으니 너무 탓할 것도 못될지 모른다. "미국이 낳은 최고의 경제학자" 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갖고 있던 그는 1929년 10월 24일 투자자 모임에서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고원(高原)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역사적 대실수'를 저질렀다.
<그림 3> 800일 동안의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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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저렇듯 마치 성난 황소의 등에 올라탄 것처럼 난폭하게 움직이는 '시장' 위에서 '고삐'를 단단히 부여잡고 제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과 기업과 금융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나아가 각국의 경제제도와 국가체제와 국제기구는 또 저런 급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과연 얼마나 갖추고 있을까?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꼬박 지난 지금 현재 조차도 세찬 요동 이후에 뒤따르는 후유증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남아 있는 것 같고, 게다가 어쩌면 또다시 새로운 금융위기가 발발할 경우에 대비하여 대단히 튼튼한 새로운 국제공조 기구 등을 마련키 위해 지금도 당대의 석학들이 머리를 쥐어짜듯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옳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불과 며칠 후에는 극동아시아의 머나먼 이곳 한국 땅에서 'Group 20'이라는 특별한 동아리에 소속된 수장들이 모두 모여서 화폐의 교환비율(환율)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로 이미 작년부터 약속을 잡아 두고 있었다. 이번 모임이 어떤 식으로 끝이 나고 또 어떤 표정들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게 될지 아마도 전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 대한 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자꾸만 '월스트리트'로부터 너무 먼 데까지 벗어나는 것 같다. 물론 이 영화 속에서도 FOMC 회의가 진지하게 열리고, 회의장 테이블에서는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미국이 무너지면 중국과 한국도 위험하다는 식의 언급도 나오는데, 국제공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G20 정상회담에 대한 얘기 또한 이 영화와 전혀 동떨어진 성질의 것도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사실 9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하더라도 '월스트리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을 통해서나' 접해볼 수 있는 거대한 선진 자본시장이거나, 혹은 '영화 속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무대'처럼 어느 정도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듯 싶었는데, 그 이후 두 차례의 금융위기(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제는 정말 바로 이웃 동네에 있는 시장처럼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진 1> 월스트리트와 관련된 책들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게도) 작년 5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월스트리트'를 직접 가볼 기회를 가졌었는데,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되었던 데다가 호된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계 초일류 강대국의 심장박동에 해당되는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현장에 다가가서도 '이젠 너네들도 예전처럼 마냥 거대해 보이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었다.
<사진 2> 월스트리트의 뉴욕 증권거래소
(Shooting Date/Time 2009-05-10 23:09:47, 한국시간)
어쨌든 물리적으로 따져봐도 월스트리트를 잠시나마 '내 발 아래' 두고 굽어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진 3> 뉴욕 맨하탄의 모습
(Shooting Date/Time 2009-05-11 03:33:27, 한국시간)
'여행지에서 만난 월스트리트' 얘기를 할려는 게 아닌 만큼, 다시 저 '끔찍한 변동'에 대한 얘기로 되돌아 가보자.
저기 '1000일' 동안의 극심한 요동과 부침 동안 도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의 '목숨'이 달랑거렸을까를 생각해 보면,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의 1000일 동안의 격렬한 요동이 훑고 지나간 저 그림 속에는 '탐욕과 공포'라고 표현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햄릿이 말한대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이야기만 하더라도 '돈' 때문에 '피와 살'을 얼마 만큼의 무게로 도려내야 하는가를 따지지 않던가. 베니스와 멀지 않은 도시인 피렌체에 살았던(나중에는결국 쫒겨나서 되돌아오지도 못했지만) 단테는 그의 작품인 '신곡'에서 '돈' 때문에 온갖 다양한 죄악(절도죄, 사기죄, 횡령죄 등등)을 저지른 나쁜 인간들이 온갖 다양한 스타일의 지옥 속에서 얼마나 끔찍한 형벌로 고통받고 있는가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단테는 지상에서의 범죄가 운좋게 죽을 때까지 덮어져 드러나지 않는 요행을 누린다 하더라도 결국 삶이 끝나는 그 너머에서부터 시작되는(never ending) '지옥에서의 가혹한 형벌'을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신의 섭리'를 들먹이며 우리의 도덕적 감정들을 지배해 왔다.
'돈 때문에' 목숨을 내던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는 이 영화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겠다 싶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가 스승처럼 존경해 마지 않던 월스트리트의 거물(거대 투자은행의 회장)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투자은행을 살리려 백방으로 애를 써보지만 (표면적인 이유에서나마) 주당 단돈 $1를 더 얻어내지 못한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출근길에 뉴욕의 지하철에 몸을 내던지고 만다.
여태껏 있어왔던 숱한 금융위기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의 강도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지혜로 무장한 채 '담대한 희망'을 가지고 저 험난한 고비를 정말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건너온 사람들도 어쩌면 분명히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여기까지 용케 버텨온 것 같다는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생각보다' 금융위기로부터 너무나 빨리 회복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줄곧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문제이다. 첫째는 인간으로서 도대체 피할 수 없는 굴레처럼 느껴지는 '탐욕과 공포'를 앞으로는 또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와 거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극심한 변동의 폭과 거기에 대한 대응은 또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사진 4> 붐과 버블을 다룬 책들
두 번째는 이 영화에서 올리버 스톤 감독도 깊이있게 살펴보고자 나름대로 애썼던(그러나 대체로 그런 시도가 별다른 감흥도 없이 싱겁게 마무리된 것 같은) '돈과 인생에 관한 문제'이다.
<사진 5> '돈'에 대한 철학을 다룬 책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고든 게코는 '탐욕' 때문에 결국 감옥에 간다(그는 '탐욕은 좋은 것이다'란 제목의 책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련한 투자가이다). 그렇지만 오랜 형기를 마치고 그가 감옥 문을 나설 때 이 세상에서 반겨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보란듯이 재기하기 위하여 딸과 사위될 사람마저 속이지만, 결국 나중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액의 돈을 포기한다.(혹은 딸과 사위를 위해 '투자'한다).
이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바로 이 대목인데 '생각보다 너무 싱겁게 뻔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는 것이다. 뭔가 좀 더 거장다운 솜씨가 발휘될 여지는 없었을까 싶은데 내가 생각해봐도 막상 별달리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돈'에 관한 철학적 문제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좋은 결론'은 워렌 버핏의 견해를 차용하는 것이다.
돈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나는 나의 돈을 사회에 돌려줘야 할 수많은 보관증이라고 본다. 이 작은 종이 조각들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만 명쯤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내 초상화만 그리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CNP(국민총생산)는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상품의 유용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만명의 노동력을 고용하여 AIDS 치료약을 개발하도록 하거나 교사나 간호사로 활동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보관증을 별로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물질적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그 보관증은 아내와 내가 죽은 후에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염두에 두었던 두 가지 문제 가운데 나머지 한 가지는 '탐욕과 공포' 그리고 '극심한 변동'에 대한 대처방법인데, 그 점에 관해서라면 월가의 위대한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한테서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6> '벤저민 그레이엄'과 관련된 책들
당신이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당신이 투자에 투입하는 지식과 노력 그리고 투자 도중에서 만연하는 어리석은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있을 것이다. 시장의 움직임이 더 어리석을수록 실제 투자에서 더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 Graham을 따르라. 그러면 당신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고 그것에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워렌 버핏)
기본적으로 가격 변동은 진정한 투자가에게 있어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의미만을 갖는다. 그것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을 때 현명하게 사고, 엄청나게 상승했을 때 현명하게 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격언 가운데 두 가지가 다시금 생각난다. 욕심많은 돼지에 관한 유명한 격언은 나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고 또 가끔씩 인용하는 말인데 이 영화에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자막'으로 등장하여 깜짝 놀랐었다. 두 번째 격언이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훨씬 더 중요할 지 모른다. 요즘들어 부쩍 '낙관론'이 점점 더 득세를 하는 분위기인데, 머지 않아 여러 투자자들이 '행복감'에 도취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러면 강세장은 언제 또 그랬냐는 듯이 '어김없이' 사라져갈 테니 말이다.
"황소나 곰은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축당할 뿐이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고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감 속에서 사라져간다"
천일야화 속의 세헤라자데는 훌륭한 이야기 솜씨 덕분에 마침내 '삶과 죽음의 기로'와도 같았던 아라비안 나이트로부터 벗어나 페르시아의 왕과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게 된다. 매일 밤마다 천일야화의 속편을 계속해서 들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속편은 '절실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1편 보다 분명 재미가 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결코 잠들지 않는다는 이 영화의 부제처럼, '시장' 역시 문을 닫는 일은 결코(혹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장'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또다시 거대한 파도처럼 심하게 요동치며 우리를 덮쳐올 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거듭 강조하는 바이지만 나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중요하며, 또 같은 말이지만 '비관과 낙관'에 빠지지 말고 거기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이 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돈이 잠들지 않는 속성을 최대한 살려 '돈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월스트리트'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그대의 정신을 억제하라’는 유명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이 아폴론처럼 '이성적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너무 싱거울 것이다. 무척이나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던 시장도 인간의 탐욕과 공포가 휩쓸게 되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날뛰는 디오니소스처럼 되고 만다.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느 곳이 되었건 '시장'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