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

 

어떤 위대한 인물들은 다른 인물들보다 유난히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경우란 대개 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 사람이 쓴 책을 감명깊게 읽었거나, 혹은 그 사람의 발자취에 아주 가까이 다가갔거나.

 

위대한 과학자들 가운데 내가 직접 그 사람의 발자취를 더듬을 정도로 가까이 찾아간 최초의 인물이 바로 갈릴레이였다. 2001년에 난생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갔을 때였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이었던 두 아이들은 이름난 여행지마다 끊임없이 마주치는 비둘기떼 꽁무니만 좇을 뿐, 엄마와 아빠의 설명은 들은 체 만 체 했다. 비싼 경비 들여서 큰 맘 먹고 열흘 이상 짬을 내어 멀리 유럽까지 장거리를 떠나 온 데다, 로마 시내를 비롯한 여러 관광지마다 뙤약볕 아래 하루 온 종일 걷다시피 했던 터라, 도무지 애들한테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 고생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었다.

 

피렌체에 갔을 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렌체 시내에 있던 단테의 생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상, 피렌체 대성당 앞 세례당에 청동으로 조각된 '천국의 문' 등등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딱 한 번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그건 바로 피렌체 산타클로체 성당 안에서 마주친 갈릴레오의 무덤 앞에서였다.

 

"아빠! 사진 한 장 찍어줘요!"

 

과학자가 꿈이라던 아들 녀석이 어떻게 갈릴레이를 알았는지, 그의 무덤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느닷없이 자청해서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나선 것이었다. 그렇게도 사진을 찍기 싫어 하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온갖 이름난 명소와 예술 작품들에 대해선 도무지 아무런 관심도 없던 녀석이 갈릴레이의 무덤 앞에서는 전혀 뜻밖의 반응을 나타낸 것이었다.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그 동안 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겪었던 고생들이 한 순간에 싹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 때 내 마음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었던 (아들 녀석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갈릴레오는 그 후 좀처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가 남긴 대표적인 명저인 『대화_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라는 책이 과학 분야의 탁월한 명저라는 사실을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책은 국내에선 번역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원래부터 어렵사리 쓰여진 책이었고, 갈릴레이와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들도 결코 쉽사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그건 물론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었다. 로마 교황청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장을 금기시했고, 책의 유통을 아예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1559년에 교황 파울루스 4세는 교회 전체를 상대로 「금서목록」을 발표하고, 여기 수록된 책들을 읽으면 영혼이 위험해진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에라스무스의 모든 책이 목록에 올랐고, 코란도 포함되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1758년까지 목록에 남아 있었고, 갈릴레오의 『대화』는 1822년까지 금서로 묶였다.(674쪽)

 

 * * *

 

"사제, 수사, 고위 성직자들도 암시장에서 갈릴레오의 『대화』를 구입하려 했다. 이탈리아 전역의 암시장에서 책값은 원래의 반 스쿠도에서 4∼6스쿠도로 크게 뛰었다.(675쪽)

 

 - 피터 왓슨, 『생각의 역사 Ⅰ』

 

 

갈릴레오 이전에도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가 있었다. 폴란드의 의사였던 코페르니쿠스(1473∼1543)였다. 그는 일찌감치 1513년에 지동설을 발표했지만 교회의 반대를 고려해 자신의 이론을 담은 저술인『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일부러 죽기 직전에 출간했다. 그는 단지 지구보다는 태양을 우주의 중심에 놓는 것이 천체의 모델을 훨씬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고, 궤도 주기의 수학적 계산을 더욱 간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단지 하나의 이론'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 책이 출판된 이래 천문학자들은 차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타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확고하게 믿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학파 철학자들과 카톨릭 교회 성직자들은 지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갈릴레오는 바로 그런 시대에 태어나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에 최후의 일격을 날린 과학자였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동안 굳건하게 진리로 인정받아 온 사실이 한 순간에 엉터리로 뒤바뀌고, 전혀 새로운 세계관이 마침내 확고한 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지구가 도리어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피사에서 태어난 갈릴레오는 유명한 음악가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으나 곧바로 수학에 흥미를 느껴 수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피사 대학에서 수학 교수로 지내던 갈릴레오는 천문학에 뛰어들기 전부터 물체의 온갖 운동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느껴 온갖 실험과 관찰에 몰두했다. 피사의 사탑에서 무게가 다른 쇠공을 떨어트린 실험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 실험을 통해 물체의 자유낙하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2,000년 가까이 인정받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이 틀렸음을 증명한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도리어 피사 대학에서 쫒겨났다. 1592년에 베네치아 공국의 파도바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거기서 18년 동안 수학과 천문학을 강의하면서 물리학 연구에 온전히 매진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의 삶을 획기적으로 뒤바꾼 사건은 파도바 대학으로 옮긴지 18년째 되던 해인 1609년에 일어났다. 1600년대 초부터 네덜란드의 안경 제작자들이 발명한 망원경을 손에 넣고 나서 무려 30배나 성능이 확대된 망원경을 손수 제작하게 된 것이다. 이 망원경을 통해 갈릴레오는 말 그대로 인류 최초로 천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광경들을 목격하게 된다.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들이 갈릴레오의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달은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그 험준한 지형은 마치 지구와 비슷했다. 금성은 마치 달처럼 그 모습이 변했다. 어떠한 별자리를 살펴보더라도, 기존에 알려진 것들에 비해서 수십 배 더 많은 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발견은 목성에 딸린 4개의 위성들이었다. 그것들은 목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목성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지구가 우주의 회전의 중심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9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옮긴이의 글>

 

 

갈릴레오는 이 놀라운 발견들을 정리해서 1610년에 『별들의 소식』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유럽의 지식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2,000년 가까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과는 모든 게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갈릴레오의 책은 불티나게 팔렸으며,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을 제작하기 바빴고, 갈릴레오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갈릴레오는 이 덕분에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고, 자신의 고향인 토스카나 대공국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갈릴레오는 태양의 흑점들을 관찰한 결과들에 대해서도 책으로 출판했다. 갈릴레오가 점점 더 지동설을 주장하기 시작하자 로마 교황청의 입장을 옹호하는 여러 성직자들은 강력하게 저항했고, 갈릴레오는 직접 로마를 방문했다. 교황청으로부터 지동설을 승인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616년에 로마 교황청의 종교 재판소에서는 도리어 갈릴레오에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지 말라는 선고를 내렸다. 그만큼 기존 관념에 대한 뿌리깊은 확신은 강고했다.

 

종교 재판소에서는 "태양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은 철학적으로 어리석고 터무니없으며, 신학적으로 이단이다. 왜냐하면 성경의 여러 구절들과 명백하게 어긋나기 때문이다."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갈릴레오에게 판결문을 전달했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정지해 있고 지구가 그 둘레를 움직인다는 이론에 대해, 이 이론과 견해를 가르치거나 변호하거나 논의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며, 차후 이에 관하여 그 어떠한 방법으로든, 말을 통해서든 글을 통해서든, 지지하거나 가르치거나 변호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한다."(12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옮긴이의 글> 

 

 

판결문이 전달된 이후 교황을 알현하게 된 갈릴레오는 다행히 교황으로부터 신병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간신히 화를 면한 갈릴레오는 천문 관측을 통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온갖 증거들을 무수히 발견했지만 자신이 발견한 사실을 책으로 출판할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 공식적으로 논쟁할 수도 없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1620년대가 되면서 로마의 분위기가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한 갈릴레오는 『시금저울』이라는 책을 출판해서 새로운 교황 우르바누스 8세에게 헌정했다. 그 책은 주로 천체들의 움직임, 고체와 유체의 회전 등을 다루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천문학자나 철학자들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해학이 들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교황은 갈릴레오의 탁월한 글솜씨에 감탄했고, 갈릴레오는 1624년에 다시 로마로 가서 교황을 알현하고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대한 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교황은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론을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 이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도 좋다고 친히 허락했다. 그러나 지구가 자전이나 공전을 한다는 게 사실인 것처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피렌체로 돌아온 갈릴레오는 일생일대의 위대한 작품을 쓰기로 즉시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해서 로마 교황청의 검열을 거쳐 출판을 허락받은 책이 『대화』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탄생한 이 유명한 책은 1632년 2월에 피렌체에서 1,000권이 인쇄되어 나왔다.

 

이 책이 출판되자 갈릴레오의 친구들은 경탄을 쏟아 냈고, 갈릴레오와 격렬한 논쟁을 벌여 왔던 숱한 적대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책 속에서 우둔한 바보로 묘사된 샤이너는 갈릴레오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겼다. 그는 제수이트 신부이자 수학, 광학, 천문학을 두루 연구하면서 갈릴레오의 『대화』를 비판하는 책인 『태양 운동 입문』을 저술하기도 했다. 샤이너는 갈릴레오를 종교 재판에 회부하는 데 앞장섰고, 교회의 입장에서 갈릴레오를 공격하는 이론을 제공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갈릴레오가 책을 쓰도록 허락했던 교황 우르바누스 8세마저 『대화』를 읽고 나서 격노했다. 지동설을 하나의 가설로서 다룬다는 조건으로 책의 출판을 허락했지만, 책의 내용은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지동설이 실제 사실이라는 점을 너무나 명백하게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교황이 스스로 강조했던 말이 책 속의 등장 인물인 머리 나쁜 심플리치오의 입을 통해 버젓이 발설된 점을 특히 괘씸하게 생각했다. 그건 마치 교황 자신을 (천동설을 믿는) 어리석은 심플리치오에 직접 빗댄 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의 이상한 상상을 갖고 신의 전지전능하심을 제한하려 하는 것은 참람한 짓이다."

 

교황은 갈릴레오를 로마로 압송해 종교 재판에 회부하도록 명령했고, 종교 재판소는 갈릴레오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으며, 갈릴레오는 자신의 죄를 참회하면서 다음과 같은 참회 성사를 읽어 내려갔다. 1633년의 일이었다.

 

 

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고 빈첸초 갈릴레이의 아들이며, 나이 일흔이며, 여기 재판정에서 이단 행위에 대한 재판을 맡으신 대주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 눈앞에 성경을 놓고 거기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대, 저는 하느님의 보호 아래 로마 교황청과 가톨릭 교회가 믿고 가르치고 설교하는 모든 조목을 믿어 왔으며, 앞으로도 믿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이 종교 재판소에서 제게 해가 세계의 중심에 있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이런 틀린 개념을 절대로 갖지도, 옹호하지도, 가르치지도 말라고 명령했으며, 이 생각은 성경과 어긋남을 알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써서 출판한 책에서 이 저주받을 개념을 다루었으며, 거기에서 이 개념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이유들을 꿰어 맞추고 아무런 해답도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런 행동이 이단으로 오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해가 세계의 중심에 있고 움직이지 않고, 지구는 중심에 있지 않고 움직인다고 제가 믿고 있다는 오해와, 제게 정당하게 쏠리는 이 강한 의혹을, 대주교와 모든 교인의 마음에서 없애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진심으로 말하건대, 이런 틀린 개념과 이단,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다른 어떠한 실수든 포기하고, 저주하고, 혐오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다시는 입을 통해서든 글을 통해서든 이와 비슷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단 행위를 하면 저는 그를 이 종교 재판소에 고발할 것이며, 제가 지금 있는 이 위치에 놓이도록 만들 것입니다. 저는 이 재판정에서 제게 요구하는 어떠한 속죄 행위라도 지키고 따를 것임을 맹세합니다.

 

하느님에 맹세코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제가 만에 하나 이 약속과 맹세와 언명을 어길 때에는, 이 판결문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 성스러운 교회법과 다른 일반법 또는 특별법의 규정에 따른 모든 처벌과 고통을 감수할 것을 맹세합니다.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소서.

 

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성경에 손을 얹고 위와 같이 맹세하고, 서약하고, 약속하고, 다짐합니다. 증인들 입회하에 제 손으로 이 맹세를 쓰고 이것을 읽습니다.

 

1633년 6월 22일, 로마 미네르바 교회에서

저 길릴레오 갈릴레이는 위와 같이 제 손으로 이 맹세를 썼습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옮긴이의 글> 

 

 

이 재판이 끝나고 나서 갈릴레오가 재판정을 나서는 동안에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유명한 일화가 탄생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갈릴레오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설마 이토록 엄중하고도 가슴 아픈 참회 성사를 하고 나서 곧바로 저런 말을 감히 입밖으로 낼 수 있었을까 싶지만, 뒤바뀔 수 없는 진실에 대한 과학자의 참을 수 없는 확신을 이토록 간단명료하게 웅변하는 말도 구경하기 어렵다.

 

이 유명한 종교 재판에서 갈릴레오가 남긴 참회 성사는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도그마에 갖힌 종교적 세계관과 엄밀한 관찰에 바탕을 둔 과학적 세계관과의 충돌 문제뿐 아니라, 천재 과학자가 발견한 새로운 진리가 보편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격렬한 저항과 맞닥뜨려야 하는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남겼다는 '진실'에 관한 다음 명언은 언제 들어도 갈릴레오를 떠올리게 만든다.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밟는다.

 

첫째, 조롱받는다.

둘째, 격렬한 저항을 받는다.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갈릴레오의 종교 재판'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순교를 하더라도 자신이 애써 발견하고 실증해 낸 과학적 진실을 끝까지 지켰어야 옳았던 게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갈릴레오가 형식적으로나마 교회의 압력에 굴복한 것을 두고 굳이 비겁한 행동으로 몰아세울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갈릴레오는 이미 1616년에 종교 재판소로부터 지동설을 유포하지 말라는 판결을 받은 상태였지만, 스스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로마 교황청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별다른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나자 더욱더 연구에 매진한 끝에 미리 교황청으로부터 '출판 허가'까지 받은 뒤 『대화』를 출판했던 터였다. 갈릴레오는 아마도 자신의 저서 때문에 나중에 종교 재판소에서 크나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관찰하고 추론해 낸 온갖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숨기거나 축소하거나 적당하게 얼버무리지 않고 옹골차게 끝까지 밀어부쳤다. 비록 그 주장들이 아무리 우리의 감각이나 일반 관념에 어긋나고, 또한 로마 교황청에서 한사코 금기시하는 지극히 위험한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갈릴레오의 『대화』는 마치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갈릴레오의 문학적 재능이 번뜩이는 매우 수사적인 작품이다.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자체도 너무나 흥미로운 데다가, 사람들의 머리 속에 뿌리 깊게 박힌 고정 관념을 절묘하게 타파해 나가는 갈릴레오의 이야기 솜씨는 그 어떤 과학서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다. 더군다나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법한 천체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고 있음에도, 갈릴레오가 문재(文才)를 발휘하여 곁들여 놓은 르네상스인 특유의 유머와 해학까지 풍성하게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교황마저도 갈릴레오의 글솜씨에 탄복해서 결국 이런 책을 쓰도록 허용했다고 하는 말이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화를 직접 나누는 인물들은 셋이다. 천동설 및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의 이론을 신봉하는 심플리치오, 심플리치오가 옹호하는 이론의 헛점을 파고들면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뒷받침하는 온갖 과학적 증거와 수식을 설명하는 살비아티, 그 두 사람 사이에서 대화의 균형을 잡으면서 대체로 살비아티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그레도가 그들이다. 갈릴레오 자신은 아주 가끔씩 제3의 인물로만 등장한다. '우리의 절친한 동료 학자에 따르면' 하는 식으로.

 

대화는 모두 나흘 동안 진행된다. 첫째 날의 대화는 우주의 일반적인 구조와 그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실험적, 논리적 과정을 담고 있다. 망원경을 통해서 관측한 달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낮달과 구름과의 비교,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골고루 환하게 빛난다는 사실, 초생달일 때 낫 모양의 달 모습 뒤에 어스름하게 비치는 둥근 모양이 지구에서 반사된 빛 때문이라는 이야기 등등은 현대인이 들어도 신기하기만 하다.

 

둘째 날의 대화는 지구의 자전에 관한 내용으로, 갈릴레오의 관측 결과뿐만 아니라 그의 천재성에 빛나는 독창적인 추론이 얼마나 예리하고 탁월한가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그토록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면 땅 위에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구름들은 왜 그토록 고요한지, 땅 위에 지어진 숱한 건물들은 왜 휩쓸려 쓰러지고 바람에 날라가지 않는지 등등에 대한 온갖 비유와 설명들은 누구에게라도 다시 들려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셋째 날의 대화는 지구의 공전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새로 발견된 별과의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다소 복잡한 계산식도 등장하고, 수학이나 삼각함수를 이용한 설명들도 적잖이 포함하고 있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다. 지구의 공전을 이용해서 외행성(화성, 목성, 토성)의 역행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태양의 흑점들이 태양의 표면에서 움직이는 궤적을 이용해서 지구의 공전을 설명한다.

 

넷째 날의 대화는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을 다룬다. 갈릴레오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는 잘못된 추론을 펼치지만 '갈릴레오의 실수'로부터 배울 점도 아예 없지는 않다. 갈릴레오는 지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라는 사실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공전 속도가 빨라졌다가 느려졌다가 한다는 점은 추론해 냈다. 갈릴레오는 중력이나 관성의 법칙은 자세히 알고 있었지만,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긴다는 만유인력의 개념까지는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것이다.

 

갈릴레오는 종교 재판이 끝나고 나서 죽을 때까지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었지만, 사람들과의 교유는 허용되었다. 차츰 동료 학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유럽의 먼 나라에서 갈릴레오를 만나려고 찾아오는 학자들도 있었다. 아마도 그럴 때 갈릴레오는 동료 학자들에게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을 법하다. 왜냐하면 갈릴레이의 명언은 훗날에 일부러 지어낸 게 아니라, 갈릴레오가 생존해 있을 당시에 이미 널리 회자되고 있었다니 말이다.

 

갈릴레오의 『대화』를 읽고 나서도 기존의 철학자들과 성직자들은 고집불통으로 갈릴레오의 주장과 증거들을 부인했는데, 그 가운데 몇 사람은 잊지 못할 망언을 남겼다. 피사 대학의 키아라몬티는 갈릴레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동물들은 팔다리와 근육이 있어서 움직이지만, 지구는 팔다리와 근육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라고 서슴없이(?) 주장했다.

 

갈릴레오의 『대화』는 로마 교황청에서 금서로 판결한 이후 인쇄소까지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이미 다 팔려 나갔고, 몇 년 뒤에는 라틴어 번역본까지 출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1600년에 있었던 조르다노 브루노의 화형과 1633년에 있었던 갈릴레오의 종교 재판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과학 연구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갈릴레오는 『대화』를 저술한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한 끝에 1638년에 『새로운 두 과학 :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를 출판했다. 갈릴레오는 그 책에서 물체의 낙하 법칙뿐 아니라, 뉴턴의 운동 법칙 중 제1법칙과 제2법칙을 거의 완벽하게 제시해 놓았다고 한다. 갈릴레오는 출판 금지령 때문에 그 책을 멀리 네덜란드에서 출판했다.

 

갈릴레오의 『대화』는 출판된 후 200년 가까이 금서로 묶였지만, 과학자 갈릴레오가 공식으로 복권되는 데에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이 필요했다. 1979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갈릴레이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 실수였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특별위원회를 소집했다. 1992년에 이르러 마침내 갈릴레오는 복권됐다. 특별위원회가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 최종 보고를 한 뒤였다.

 

갈릴레오는 『대화』의 첫째 날에 '망원경을 통해 본 달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대화를 남겼다.

 

살비아티

…… 이것을 보면, 달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한 면만 지구를 향하고 있으며 이 이상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어.

 

사그레도

이 신기한 발명품 덕분에 온갖 희한한 것들을 관찰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군.

 

살비아티

다른 위대한 발명품들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계속 발전할 것이고, 그러면 지금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야.(123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영면에 잠긴 갈릴레오가 어느 날 문득 피렌체의 무덤에서 깨어나 단 하루 동안이라도 '오늘날의 세계'를 슬쩍 엿보았다면 과연 얼마만큼 많이 놀랄까? 자신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장비와 고도의 계산 능력을 갖춘 인간이, 온갖 신비로운 우주의 비밀들이 가득 담긴 '별들의 고향' 구석 구석을 아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얼마만큼 놀랄까? 설마 지금도 여전히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담담하게 중얼거리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나처럼 감상에 빠져 어줍잖은 글월을 두 줄씩이나 꾸며내는 일은 더더욱 없겠지?

 

별들은 예나 지금이나 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총총히 빛나건만,

별빛을 찾는 인간들의 눈동자는 날이 갈수록 더 큰 놀라움으로 가득찬다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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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슬램 2018-09-10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잘 지내셨나요?
언제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그 해박한 지식과 방대한 자료,함축적이며 정성들인 리뷰와 글에 감동합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면서 지금처럼 귀한 글을 남겨주세요^^

oren 2018-09-11 22: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그랜드슬램 님.
유난히도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선들선들한 공기가 느껴지는 가을이네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 어느 정도 습관을 들이긴 해도, 막상 어떤 글이든 새롭게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늘 주저되곤 합니다. 괜히 어줍잖은 글 하나 보태서 글 읽는 분들께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그래도 글을 쓰면서 여기 저기 뒤져 보고,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들을 소신껏 하나의 글로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나면 보람도 느껴집니다. 늘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분에 넘치는 성원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화 -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 사이언스 클래식 26
갈릴레오 갈릴레이 지음, 이무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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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살비아티

 

나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았어. 하도 한심한 이야기라서, 내가 여기에서 그걸 소개하고 싶지도 않네.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의 체면이 문제가 아니야. 사람의 이름은 밝히지 않으면 되지. 이건 인류 전체에 대한 모독이 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겠네.

 

내가 오랜 시간 관찰해 본 결과, 어떤 사람들은 앞뒤가 뒤바뀌게 추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먼저 마음속으로 어떤 결론을 내려.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또는 그들이 전적으로 믿는 사람의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어. 그 결론을 뼛속 깊이 새겨 놓아서, 도저히 제거할 수 없어.

 

그들이 내린 결론을 지지하는 논리는, 어떤 것이든 무조건 손뼉 치고 환영을 하지. 그들이 스스로 발견했든 남이 제기했든, 아무리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논리라도 말일세. 반면에 그들의 결론에 어긋나는 것이면, 아무리 정교하고 확실한 것일지라도, 경멸을 하고 화를 벌컥 내. 덤벼들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나서 제정신을 잃어버리고, 상대방을 억눌러 침묵을 강요하려고 음모를 꾸미기를 서슴지 않아. 나는 이미 여러 번 당했네.

 

사그레도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런 사람들은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거나, 추론을 통해 결론을 확립하는 게 아니고, 이미 확고하게 내려놓은 결론에다 전제와 추론을 꿰어 맞추고 있어. 그러니 전제와 추론이 뒤틀리게 될 수밖에 없어. 그런 사람을 가까이해 봐야 득이 될 게 없네.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 불쾌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위태롭게 될 수도 있어.(430∼431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 *

 

 

살비아티

 

기대해 보게. 자신이 남들보다 학식이 뛰어남을 보이려는 욕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신의 권위에 대한 확신과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얼마나 과장해 말하게 되는지, 자네들이 들으면 놀랄 걸세.(442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 *

 

 

살비아티

 

심플리치오, 이 사람의 교묘한 잔꾀를 자네가 알아차렸군. 뭐 그렇게 대단한 꾀는 아니었지만 말일세. 이 사람의 정체를 알아야 하네.

 

자네를 비롯해 다른 단순한 철학자들의 순진함으로 자신의 교활함을 가린 다음에, 자네의 환심을 사려고 교묘하게 아첨하고 있어.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자네의 야망을 부추기고 있어. 소요학파의 절대 불변인 하늘을 공격하려고 덤비는 귀찮은 천문학자들을 잠잠해지도록 만들었다고 뻐기면서, 더구나 그들의 무기를 써서 그들을 공격해 꼼짝못하게 만들었다고 떠들거든. 이 사람의 정체를 깨닫게 되면, 자네는 놀라고 분개하게 될 걸세. 내가 자네를 도와주겠네.(443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 *

 

 

살비아티

 

…… 그러나 이 사람의 실수는 그런 식으로 덮을 수가 없네. 이 사람은 모르는 척 하고 있어. 우리 모두와 자신이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꾸미고 있네. 우리의 무지를 이용해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자기 이론의 주가를 높여 선전하고 있어.(454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 * *

 

 

살비아티

 

어떤 사람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자 온갖 시시껄렁한 핑계만 댄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가리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비웃지. 지금 이 사람은 손바닥이 아니라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고 있네.(481쪽)

 

 -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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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8-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플라톤의 대화편들도 그렇지만, 대화체로 구성된 작품들은 독자들을 보다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됩니다^^:)

oren 2018-08-24 00:57   좋아요 1 | URL
갈릴레이는 수학, 기하학, 물리학, 천문학만 잘 했던 사람이 아니라, 진리와 허위를 가려 내는 대화법에 아주 통달한 사람 같아요. 말을 어찌나 조리있게 잘 하는지 거듭 감탄하게 됩니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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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온 세상이 못이 된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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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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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과학적이고 일견 어려울 수도 있는 이 책이 2007년 5월에 출간되자 말자 '상상 밖의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내가 가진 책은 2007년 10월에 인쇄된 책인데 5개월 만에 1판 11쇄로 나온 책이다.) 대강 짐작해 보자면 누구나 모두 '생각'에 대해 늘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뭔가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은 독자들의 그런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줄만큼 '생각'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을 보여주는 훌륭한 책이다. 다만 독자들의 일반적인 기대 보다는 책이 다루는 내용이 훨씬 더 깊이를 지녔기 때문에 쉽게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평가들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이 한창 인기를 끌 때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애독하는 책으로 알려져 더더욱 주목받기도 했던 일도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인데, 누구나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이 13가지 생각도구들을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이런 도구들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생각의 도구들을 얼마만큼 '천재적으로' 쓸 줄 아느냐에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대가가 되고자 한다면 필요한 도구의 용법을 익히고, 정신적 요리법을 배우며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우리에게 '정신적 요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다시 생각하기'를 통해 정신적 요리법은 '무엇을 생각(요리)하는가'에서 '어떻게 생각(요리)하는가'로 초점이 옮겨진다."

"창조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첫째, '느낀다'는 것이다. 이해하려는 욕구는 반드시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느낌과 한데 어우러져야 하고 지성과 통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상상력 넘치는 통찰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생각과 감정, 느낌 사이의 연관성은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마음(생각)과 몸(존재 혹은 감각)의 분리를 말한 철학자(데카르트)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 느낌과 직관은 '합리적 사고'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 사고의 원천이자 기반이다."

면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샤를 니콜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의 발견, 전진과 도약, 무지의 정복은 이성이 아니라 상상력과 직관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상상력이나 직관은 예술가나 시인들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현실로 이루어지는 꿈과 무엇인가를 창조할 듯한 꿈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생각을 좀 더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살펴볼 수 있고, 또 그런 '도구'들을 너무나 훌륭하게 다룰 줄 알았던 위대한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훌륭하게 사용했던 '도구들과 그 사용법들'을 배움으로써 우리 역시 좀 더 훌륭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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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07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글을 인용해서 쓴 글 있었어요. 저는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는데, 왜 사람들은 안 읽는지 모르겠어요.
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요즘 새롭게 터득한 게 있는데, 뻔한 책도 얻을 게 있다는 것...이에요. ㅋ

이어령님의 <젊음의 탄생>도 좋았어요. 이 책은 제가 서재에 리뷰를 올린 적 있어요.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죠.


oren 2012-02-08 00:0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대단한 가치'를 지닌 책이지요. 저도 이 책 속의 '몇몇 구절들'을 다른 분들의 서재글에 대한 제 댓글에서 인용한 적이 몇 번 있었답니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님께서도 '인문학이라는 촉수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 책에 대해 극찬하는 것을 직접 들었답니다. 저는 그 강연에서 '이 책 속의 몇몇 구절'에 대해 '저자'한테 질문을 좀 던져 볼려고 했는데, 정작 저자는 강연중에 뜬금없이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좋다는 얘기만 잔뜩 늘어놓고 난 뒤에 '질문시간'을 주지 않더군요.ㅎㅎ

사마천 2012-02-0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 놓았는데. 막상 자주 못 보게 되네요.. 아쉬움을 많이 느낌닙다. 좋은 리뷰 덕에 다시 도전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oren 2012-02-08 00:03   좋아요 0 | URL
네.. 이 책에 대해서는 정말 여러 사람들이 '극찬'하는 것을 봤는데, 저는 그때마다 그게 이 책의 가치에 걸맞는 '정당한 평가'라고 생각했답니다. 이미 사 놓으신 책이니 만큼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장엄함......
종의 기원 동서문화사 월드북 87
찰스 다윈 지음, 송철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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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에 관하여: 즉 생존 투쟁에 있어서 적자생존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Survival of the Fittest in the Struggle for Life』(1859) - 이것은 유명한 제목이다. 이를 읽는 사람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 읽는 사람에게 이처럼 은연중에 꺼림칙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고전"이 이것 말고 또 있을까? 이토록 겸허한 외관을 쓰고 세상에 나타난 기초 과학 이론이 또 있을까? 이 책의 표현은 대단히 평범한 것이어서 책을 펼쳐 읽으면 마치 자연에서의 자조(自助)에 관한 전도사의 설교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설교단이나 회계부서에서 들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에 관한 잠언이 모두 거기에 있다.

"어떤 생물체나 나쁜 것은 배척하고 좋은 것은 모두 보존하고 축적하며 기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항상 진보를, 묵묵히 그리고 서서히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경쟁을 통한 진보이다. "그러나 성공은 흔히 수컷의 특수한 무기 또는 매력에 달려 있다. 그리고 조그마한 이점이 승리를 결정한다." 이것은 성공에 관한 말이다. "겉모습이 생물에 유익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연은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름다운 마음씨에 관해서이다. "부지런한 벌이 얼마나 시간을 절약하는지, 많은 사례들을 보여줄 수 있다." 근검절약에 관해서이다.

"생존 투쟁에 관하여 고찰할 때 우리는 다음 사실을 확신해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소 위안도 된다. 즉 자연의 싸움은 그칠 새 없이 일어나지는 않으며, 공포가 느껴지지도 않으며, 죽음은 보통 신속하게 이루어지며, 원기 있고 건강하고 행복한 것은 모두 살아남아 증식한다."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얻게 되는 보상에 관한 말이다.

 - 찰스 길리스피, 객관성의 칼날 中에서

 * * *

이 책은 인류 역사를 바꾼 100권의 책 가운데에서도 첫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중요한 책이다. 다윈은 흔히 뉴턴, 갈릴레이와 함께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대 과학자로 손꼽힌다.

1962년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은 다윈에 대해 다음과 같은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내 어머니보다 더 중요하다. 그가 없었다면 생명과 존재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다윈은 청년기에 의사가 되기 위해 에든버러 대학에 들어갔으나 도중에 그만 두고 박물학만 파고들었는데, 실망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성직자로 만들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자연사(自然史)를 평생의 학문으로 선택하였고, 1831년에는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5년에 걸친 '역사적인 항해'를 하게 된다. 이 비글호가 갈라파고스 제도와 함께 인류의 역사를 바꾼 가장 유명한 배가 되리라고는 그 당시엔 아무도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다윈은 비글호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남미와 대서양, 태평양과 인도양을 넘나들며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채집하였으며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마침내 '종의 기원'에 대한 극적인 영감을 얻게 된다.

다윈은 그의 자서전에서 '관찰 전에 추리하는 것은 필요하고 관찰 후에 추리하는 것은 유용하지만, 관찰 중에 추리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다'라고 말했다. 그토록 신중한 그였기에 그는 비글호와 함께 한 오랜 항해 끝에 영국으로 돌아와서도 여행기인 <비글호 항해기>를 출판한 뒤 무려 20여 년 동안, 오로지 진화론을 입증할 방대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오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마침내 그는 1859년에 인류를 미망에서 깨어나게 만든 <종의 기원>을 출판한다. 다윈의 이론은 비록 일부의 오류는 포함하고 있지만 그의 대부분의 이론은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과학적 발전에 의해서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더욱 확고한 이론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종의 기원>의 핵심 내용은 간략하다. 생물은 창조되지 않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으며 생물이 생존하는 동안 생식과 유전을 통해 끊임없는 변이를 일으킨다는 것이고,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를 거친다는 것이다. 한편 자연계의 생물은 제한적인 생존환경 때문에서 서로간의 생존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고, 결국 환경에 대하여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만이 생존하고 그 외에는 도태되는 ‘적자생존’이 일어나며,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생물의 형질변이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축적되어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개체 뿐만 아니라 생물종 자체도 끊임없이 새로운 변종을 낳으며 오랜 기간 동안의 진화를 거치고 나면 결국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다윈이 살던 시대에만 하더라도 세계는 창조의 입김에 의해 생명이 불어넣어 졌으며, 인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존재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계의 생물의 진화를 '나뭇가지'에 비유해 설명하고, 포유류나 영장류 역시(인간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생물체와 똑같이 나뭇가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하였다.

다윈의 이론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정도로 단순하고 명쾌하다. 다만 그러한 이론이 기존의 '창조적 세계관'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이론이었기 때문에 그는 평생에 걸쳐 '반박당하지 않을만큼 완벽한' 이론을 세우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에 매달렸으며, 그런 그의 노력이 그를 위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나의 성공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는 별도로 하고 ······ 복잡한 갖가지 심적 소질과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과학에의 사랑 - 어떤 문제라도 오랫동안 끝까지 생각하는 무제한의 강한 인내심 - 관찰이나 사실 수집에서의 근면함 - 그리고 창안력과 상식이 함께 부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 "
 - 다윈,『자서전』 중에서

<종의 기원>은 생물학은 물론 사상학적으로도 획기적인 기준을 세운 고전이다. 다윈이 생존했던 시기에도 종(種)이 진화한다는 생각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으나, 다윈은 자연선택이라는 진화 메커니즘을 주장하고, 나무에서 뻗어가는 가지에 비유해 종의 분화를 설명했던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으며, 신에 의한 창조설이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였기에 종교계는 물론, 다윈의 진화론에 반대하는 기존 학계로부터도 심한 반박을 받았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못된 궤변”이라는 종교계의 거센 비난은 다윈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다윈의 생각과 주장에 열광하는 옹호자들도 속속 생겨났다. “난 정말 바보다. 이처럼 쉬운 설명을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영국 동물학자 T.H. 헉슬리의 이 탄식은 <종의 기원>의 가치를 단번에 알려준다.

다윈의 ‘혁명’은 이 책이 출간된 지 1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윈의 '생명은 진화한다'는 사상은 자연과학은 물론 의학.철학.심리학.문학.경제학 등 수많은 잔가지들로 계속 자라나 뻗어나가고 있으며 그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종의 기원』을 읽으면 생명체의 진화와 다양성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든다. 내용이 너무 전문적일 것 같아서 지레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온갖 다양한 생명들을 왕성한 호기심으로 관찰하고 그 가운데서 진리를 찾아 내고자 했던 다윈의 열정도 느낄 수 있고, 또 여러 동식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있다.

‘다윈이 지금까지 살아 있고 6판(1872년)으로 끝난《종의 기원》의 최신판을 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누군가는 했을 수도 있겠다. 바로 그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서《종의 기원》의 목차를 그대로 따라가며 최신 내용으로 버전업한 책이 몇 해 전에 나왔다. 영국의 유전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스티브 존스가 최신의 유전학을 첨가해 다시 쓴 21세기판 《종의 기원》인 셈인데 그 책의 제목은『진화하는 진화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부터 먼저 읽었었는데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종의 기원》에 못지 않게 많이 담겨 있어서 무척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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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탄할 만하고 지극히 명백한 유사성
    from Value Investing 2012-09-15 01:53 
    결국 동일종의 변종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같은 종족의 유사성현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물자체로서 의지는 하나다. 이것을 인식해야 비로소 자연의 모든 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탄할 만하고 지극히 명백한 유사성과, 동시에 주어지지는 않더라도 결국 동일종의 변종이라고 생각되는 것과 같은 종족의 유사성이 이해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말한 화성, 세계 모든 부분의 본질적인 연관, 방금 고찰한 그들 각 단계의 필연성, 이런 것들을 명백하게 깊이 인식하게
  2. 세상을 바꾼 섬, 갈라파고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2-09 00:47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지구상의 생명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종은 영속하지도 않으며, 지적 창조자의 완벽한 작업도 아니다.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은 경쟁을 통해 생존해온, 단순히 자연의 맹목적인 힘에 의해 선택된 순간적인 모습이다. 500쪽에 이르는 그 책에서 비록 갈라파고스는 단 한 줌 잠깐 언급되지만, 먼 청춘 시절 한 번 방문했던 매혹적인 작은 섬들에 대한 기억이 희
 
 
라로 2012-02-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많은 리뷰를 올리셔서 다 읽어보진 못할것 같아요,,ㅠㅠ
천천히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oren 2012-02-06 12:57   좋아요 0 | URL
리뷰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려 죄송해요.

몇 달 전에 1박2일 동안 '부실공사' 하듯이 마구 써 놓은 리뷰가 있어서 (즐찾하시는 분들이 읽지 못하도록) '야심한 밤'에 한꺼번에 몰래 올린 건데, 이웃분들께 '노출되지 않고' 알라딘 상품에만 '등록'시키는 기능이 없어서 안타깝더라구요. ('즐겨찾는 서재 브리핑'에는 노출되지 않고, 알라딘의 해당 상품에만 '노출'되는 기능을 건의해 볼 작정입니다)

페크(pek0501) 2012-02-0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의 기원, 이 책과 씨름하던 생각이 납니다. 제 것은 홍신문화사 출판이에요.
꼭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줄 알고 어떤 의무감에 사로 잡혀 읽었다는... 명저니까요.
마르크스의 서적과 함께 마치 학생처럼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어요.
옛날엔(30대 초반) 어느 잡지사 자유기고가로 일했는데,
원고 끝나서 팩스로 보내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책과 씨름하며 보냈어요. 종이노트에 메모도 많이 하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가장 부지런떨며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네요. 지금은 게으름뱅이랍니다. ㅋㅋ

oren 2012-02-07 20:19   좋아요 0 | URL
저도 20대 시절에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다가 말았는데(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책), 나중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어요. 제 나름대로 '다위니즘'의 후계자들(E.O.윌슨, 스티븐 제이굴드,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등)이 쓴 몇몇 책들, 그리고 진화심리학이나 현대의 진화생물학 또는 과학철학이나 과학사(『객관성의 칼날』과 같은 책들) 분야에 대한 몇몇 책들을 이래저래 접하고 나서 '비로소'『종의 기원』을 읽으니 훨씬 더 이 책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예를 하나만 들자면, 다윈의『종의 기원』속에서 애덤 스미스의『도덕감정론』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은 부분(도덕적 감정들의 진화를 설명한 부분)들을 발견하는 것만 해도 정말 남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