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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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인간은 결코 진실을 추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리아드네만 찾으려 할 뿐이다.

 - 니체

 

 * * *

 

 

 

 

 

(밑줄긋기)

 

그리고 그는 미지의 기술에 마음을 쓰고자 한다.
Et ignotas animum dimittit in artes.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Ⅷ, 188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題詞 중에서

 

 * * *

 

영혼의 자유와 힘을 밑천으로 하나의 살아 있는 것,

아름답고 신비한 불멸의 새 비상체(飛翔體)를 오만하게 창조해 보리라.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題詞 중에서

 

 

 

 

('題詞'에 대한 나의 생각)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크레테의 크노소스 궁전에 얽힌 '다이달로스 신화'에 매료되었던가. 니체도 그랬고(왜 아니 그랬겠는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왕국에 찾아온 테세우스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을 달아준 여인, 자신의 조국과 아버지 미노스 왕보다도 아테네에서 건너온 아름다운 왕자 테세우스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공주, 끝내 낙소스 섬에서 테세우스에게 버림받고 만 가련한 처녀, 그런 아리아드네를 구해준 남자가 바로 디오니소스였으니 말이다.) 크레테에서 태어난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랬다.(이번 기회에 그동안 눈길만 주곤 했던 카잔차키스의『크노소스 궁전』을 결국 사고 말았다. 내친 김에 카잔차키스의 대표적인 작품『오디세이아』까지도 함께 샀다. 카잔차키스의『오디세이아』는 너무 방대하고 거창한 작품이어서 솔직히 겁은 좀 나지만, 언젠가는 결국 읽게 되지 않을까?) 

 

제임스 조이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구나. 이 훌륭한 '자전적 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스티븐 디덜러스('다이달로스'의 영어식 표기가 바로 '디덜러스'이다.)를 내세운 것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결국『율리시스』에서도 스티븐 디덜러스를 다시 한번 더 등장시켰으니 말이다. 

 

차마 두려워서 여태껏 제대로 집어들지 못한『율리시스』를 그래도 듬성듬성 눈길 가는 대로 펼쳐 읽는 것만으로도, 그 소설 속에 크레테 궁전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와 인물들이 적잖이 담겨 있었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명장(名匠) 다이달로스가 나무로 빚어낸 암소 덕분에 마침내 황소를 유혹하여 자신의 음탕한 욕망을 채울 수 있었던 파시파에, 거기서 탄생한 괴물 미노타우로스, 자신이 만들었고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도로 거기에 갇히게 된 바로 그 미궁에서 탈출하기 위해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 제임스 조이스가 마침내 '자유'를 찾아 미궁 같은 음울한 도시 더블린을 떠난 것도 다이달로스를 너무 닮았다. 그런데 조이스의 책을 읽는데 왜 자꾸 니체가 슬며시 겹쳐 떠오를까? 제임스 조이스가 '고대 그리스'에 너무나 정통했기 때문일까? 니체에 정통했던 그리스인 카잔차키스는 또 어떻고?

 

 

 

Daedalus, Pasiphae and wooden cow.

Roman fresco from the northern wall of the triclinium in the Casa dei Vettii (VI 15,1) in Pompeii.

 

 

 

《잠든 아리아드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1898년, 캔버스에 유채, 91×151㎝, 개인소장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티치아노. 1522∼1523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툴리오 롬바르도, 1520-1525년경, 대리석, 높이 56cm, 빈미술사박물관 소장

 

 

 

 

이카루스의 추락, 토마소 단토니오 만추올리(Tommaso d'Antonio Manzuoli), 1570 ~ 1571, 베키오 궁전

 

 

 

  * * *

 

언젠가 그 신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 "상황에 따라 나는 인간들을 사랑한다 ㅡ 이때 그 신은 그 자리에 있었던 아리아드네Ariadne를 넌지시 암시했다 ㅡ : 나에게 인간이란 지상에서 그와 비견될 만한 것이 없는 유쾌하고 용기 있고 창의적인 동물이다. 이 동물은 어떤 미궁에 있어도 여전히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아낸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은둔자의 저술에서는 언제나 황야의 메아리 같은 어떤 것, 고독의 속삭임이나 두려워하며 주의를 살펴보는 태도와 같은 것을 듣게 된다. 그의 가장 강한 말과 외침소리에서까지도 어떤 새로운 좀더 위험한 종류의 침묵이, 비밀스러운 침묵이 울려온다. 해마다 밤낮으로 홀로 자신의 영혼과 은밀히 다투거나 대화하면서 함께 앉아 있었던 자, 자신의 동굴에서 ㅡ 그것은 미궁일 수 있지만, 황금 갱도일 수도 있다 ㅡ 동굴의 곰이 되거나 보물 채굴자가 되거나 보물 수호자와 용이 되어버린 자, 이러한 사람의 상념 자체에는 마침내 어떤 특이한 어스름 빛을 띠고, 심연의 냄새와 함께 곰팡이 냄새를 풍기며, 그 곁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찬 기운을 내뿜는, 무어라 전달하기 어렵고 불쾌한 것이 있다.

 

- 니체, 『선악의 저편』

 

독립한다는 것

 

독립한다는 것은 극소수 사람의 문제이다 : ㅡ 그것은 강자의 특권이다. 독립을 시도하는 사람은, 반드시 독립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그에 대한 훌륭한 권리를 가지고, 그가 강할 뿐 아니라 자유분방한 상태에 이를 정도로 대담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그는 미궁으로 들어가며, 삶 자체가 이미 동반하고 있는 위험을 천 배나 불리게 된다.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길을 잃고 고독에 빠져 양심이라는 동굴의 미노타우루스Minotaurus에게 갈기갈기 찢기는 것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위험 가운데서도 결코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 그러한 사람이 밑바닥으로 내려간다고 할 때, 이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그들은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동정하지 못하게 된다 : ㅡ 따라서 그는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그는 사람들의 동정으로도 되돌아올 수 없다! ㅡ ㅡ

 

- 니체, 『선악의 저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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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2016-07-12 10:30   댓글달기 | URL
카잔차키스의 `크노소스궁전`을 읽어보고 싶네요. 그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부터 삐걱걸린 1인입니다. 위대하다 칭찬해마지 않는 이 작품이 물론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건 아니지만 .... 저는 이상하게 걸리더군요. ...... 다른 작품들은 어떨지 다시 한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oren 2016-07-12 15:57   URL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뭔가 삐걱거리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건 아마도 주인공이 `우리의 삶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그리스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조르바처럼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소설 속의 주인공을 조금만이라도 닮고 싶은데, 그런 자유조차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 도리어 독자들로 하여금 그 소설 작품을 미워하게 만드는 느낌 또한 아예 없지는 않지 싶습니다. <돈키호테>와 같은 작품에서는 도저히 맛보기 어려운, 주인공을 향한 묘한 시기심이나 질투심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 동안에 언뜻언뜻 끼어드는 듯한 느낌을 저 또한 떨쳐내기 힘들었던 기억이 슬며시 다시 떠오르는군요. <크노소스 궁전>은 그에 비한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 싶습니다. `다이달로스`가 과연 어떤 성격과 행동을 지녔는지도 궁금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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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 가자! 가자!

 

팔과 목소리의 마력. 하얀 팔처럼 뻗어난 길들, 꼭 껴안아줄 것을 기약하는 길들. 그리고 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높다란 배의 검은 팔들과 먼 나라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 그 팔들은 <우리는 외롭다.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듯 펼쳐져 있다. 그리고 목소리들은 팔들과 함께 <우리는 그대의 혈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혈친인 나를 부르고, 떠날 채비를 하며 그 기고만장하고 무서운 젊음의 날개를 흔들 때 허공은 그것들로 가득하다.

 

4월 26일 ── 어머니는 내가 새로 구한 중고 옷가지들을 정돈하고 있다. 내가 고향과 친구들을 떠나 내 자신의 삶을 살면서 심정이란 무엇이며 심정으로 느끼는 바는 또 어떤 것인지를 배우게 되도록 어머니는 기도하겠다고 말한다. 아멘. 그렇게 되어야지. 다가오라, 삶이여! 나는 체험의 현실을 몇백만 번이고 부닥쳐보기 위해, 그리고 내 영혼의 대장간 속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민족의 양심을 벼리어내기 위해 떠난다.

 

4월 27일 ── 그 옛날의 아버지여, 그 옛날의 장인(匠人)이여, 지금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나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소서.

 

 

         더블린, 1904년.

   트리에스테, 1914년.

 

 

(389∼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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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 오늘 그라프튼 가(街)에서 덜컥 그녀와 마주쳤다. 군중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우리 둘은 걸음을 멈추었다. 나더러 왜 오지 않았느냐고 물으면서 내게 대한 온갖 얘기를 들었노라고 했다. 그건 시간을 끌자는 것에 불과했다. 내게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누구에 관한 시를 쓰겠느냐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 물음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혼란케 했으며 그래서 나는 미안했고 야비한 짓을 했구나 싶었다. 곧 대화의 안전판을 돌리고, 단테 알리기에리가 발명하여 모든 나라에서 특허를 얻어놓은 그 정신적 · 영웅적 냉각장치를 틀어놓았다. 내 자신과 내 계획에 대해서 빨리 이야기했다. 그 도중에 불행히도 혁명적 성격의 갑작스러운 몸짓을 했다. 나는 한 줌의 완두콩을 허공에 던지고 있는 녀석처럼 보였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사람들은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헀다. 그녀는 잠시 후에 악수를 하고 떠나면서 내가 말한 것을 실천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니 그걸 우정 어린 소망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오늘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약간? 아니면 많이?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그것은 내게 새로운 감정이었다. 그러니 그런 경우에는 그 나머지 것, 내가 생각한다고 여긴 모든 것, 내가 느낀다고 여긴 모든 것, 여지까지의 그 모든 나머지 것, 사실은 ……. 오, 포기해 버려, 이 녀석아! 잠이나 자며 잊어버려!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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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 확실히 그녀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린치는 모든 여인들이 과거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기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내게 어린 시절이 있었다면, 내 어린 시절도 기억하리라. 과거는 현재 속에서 소모되고, 현재가 살아 있는 것은 오직 그것이 미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린치의 말이 옳다면, 여인의 조상(彫像)에는 언제나 천을 완전히 둘러야 하며 한 손은 유감스러운 듯이 자기 뒤를 만지고 있어야 한다.

 

4월 6일 나중에 계속해서 씀 ── 마이클 로바츠는 잊혀진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팔로 그녀를 감쌀 때면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는 사랑스러움을 품속에 꼭 껴안는다. 하지만 이게 아니다. 전혀 아니다. 나는 아직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품속에 꼭 껴안고 싶다.

 

4월 10일  ── 아무리 애무해도 일깨울 수 없는 지쳐버린 애인처럼 꿈에서 꿈이 없는 잠으로 옮겨간 이 도시의 정적을 거쳐 무거운 밤의 장막 아래로 희미하게 들리는 도로 위의 말발굽 소리. 다리에 가까워지자 이제는 발굽 소리도 그리 희미하지가 않다. 그 소리가 어두워진 창문들을 지나고 있을 떄 순간적으로 정적이 화살을 맞은 듯 놀람으로 갈라진다. 발굽 소리가 이제는 멀리서 들린다. 무거운 밤중에 보석처럼 빛나는 발굽들이 잠이 든 들을 건너 어딘지 여행의 종착점을 향해 서둘러 가고 있다. 누구의 가슴에 무슨 소식을 전하기 위해 가고 있는 걸까?

 

4월 11일  ── 간밤에 써놓은 것을 읽어보다. 모호한 정서를 표현하는 모호한 말들. 그녀가 그것을 좋아할까? 좋아하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도 그것을 좋아해야지. (387-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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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밤  ── 자유롭다. 영혼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상으로부터 자유롭다. 죽은 자들의 장레는 죽은 자들에게 맡겨두라. 그래,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와 결혼케 하라.

 

3월 24일  ── 어머니와의 논쟁으로 시작되다. 논제 : 성모 마리아. 내가 남자요 젊어서 불리했다. 곤경을 모면하기 위해 예수와 아버지 간의 관계를 들어 마리아와 아들 간의 관계에 맞세우다. 종교는 산부인과 병원이 아니라고 했다. 어머니는 귀엽게 보아주었다. 내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이라고 했다. 사실이 아님. 읽은 것도 적으려니와 이해한 것은 더욱더 적음. 그러자 어머니는 내 마음이 불안정해서 그러므로 언젠가 신앙을 되찾게 되리라고 했다. 그것은 죄악의 뒷문으로 교회를 빠져나갔다가 회개의 천창(天窓)으로 다시 교회를 찾는 것을 의미한다. 회개할 수는 없다.(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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