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강의하면서 그의 역사철학의 특징과 의의를 강조하는데(오래전 대학강의에서는 ‘국민문학‘으로서의 의의를 강조했었다), 내가 자주 들먹이는 것이 ‘초유기체‘론이다. <전쟁과 평화>에 ‘초유기체‘라는 말이 나오진 않지만, 톨스토이가 생물학자 베르트 휠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의 공저 <초유기체>(사이언스북스)를 읽었다면 열광했을 거라고 나는 상상한다.

인간은 통상 개별적인 유기체로 존재하지만 전시에 군대는 마치 초유기체인 것처럼 움직인다. 횔도블러와 윌슨은 주로 개미사회를 대상으로 초유기체를 설명하는데, 톨스토이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사회성 곤충인 벌에 주목했었다. <전쟁과 평화>에 벌에 대한 비유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역사는 유기체 차원에서 사유될 수도 있지만(우리가 ‘개인사‘라고 부른다) 본래 초유기체적 범주에 속한다. 영웅사관을 들먹이는 자들과 달리 적어도 그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게 톨스토이 역사철학의 강점이다.

기본 구도과 의의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자세히 설명하곤 했지만 <초유기체>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였다. 세계적인 개미 전문가 2인의 걸작을 맘먹고 책상 위에 놓고 보니 ‘빈손‘으로 읽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해서 ‘독서의 이유‘를 적었다. 그래서 읽고자 한다는 것. 더불어 톨스토이가 강력한 영감을 얻었을 법한 책을 참고하여 <전쟁과 평화>에 접근하는 것이 톨스토이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는 일이라 생각된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이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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