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자 석영중 교수의 석학인문강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읽기‘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인간 만세!>(세창출판사). 내용도 관심사이지만 먼저 눈길을 끈 건 표지다. 연번으로는 ‘석학인문강좌86‘인데 앞서 나온 85권의 책이 천편일률적이었던 반해서 <인간 만세>는 비록 레핀의 그림을 흑백으로 처리했지만 화사하다. 주황색 박스에 제목이 들어가 있어서겠다.

레핀의 그림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로 <체호프 단편선>(민음사)에도 표지로 쓰였다. 오랜 유형생활에서 돌아온 남자(아버지)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족을 그렸다. 레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모스크바의 트레챠코프(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레핀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방문해 볼 만한 미술관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에서 삶에 관한 이론을 보여 준 것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보여 주었다. 신에 관한 학문이 아니라 내 안의 신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인간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인간다운 삶을 보여 주었다. 그는 결국 ˝인간 만세!˝를 외쳤던 것이다.˝

‘삶의 기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1869)에 견줄만 하다. <미성년>(1875)에서 귀족 가문소설로서의 <전쟁과 평화>를 패러디한 도스토예프스키는 뒤이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통해서 삶의 예찬이란 어떤 것인지 본때를 보여준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1877)를 통해서 차츰 삶의 부정으로 기우는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5-6월에는 <전쟁과 평화>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강의한 적이 있지만 매번 경이감을 느낀다. 결말을 장식하는 소년들의 외침을 반복하지면, ˝카라마조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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