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의 소설 세 편이 ‘리커버 특별판‘으로 나왔다. <20세기의 셔츠>와 <셀프>, 그리고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작가정신)이다. 이 가운데 <20세기의 셔츠>(원제는 ‘베아트리스와 버질‘)에 대한 추천사를 써서 어제 책을 받았다. 2013년에 나온 구판은 책의 판형이 너무 크고(그래서 무겁고) 표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리커버판은 그런 불만을 해소해주어서 다행스럽다(독후감도 자연스레 달라지겠다). 소개는 이렇다.

˝얀 마텔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인 <20세기의 셔츠(원제 : Beatrice & Virgil)>는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 가운데 하나인 홀로코스트에 관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희생당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얀 마텔은 우리 주변에 있는, 어쩌면 내 안에 각인되어 있는 광기와 증오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닌지 묻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적은 추천사의 일부.

˝20세기의 지옥으로서 홀로코스트를 안내하기 위해 등장시킨 당나귀와 원숭이는 자연스레 이 소설 전체를 알레고리로 만든다. 이 소설에서 유대인의 비극적 운명은 동물의 운명과 연결된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가리키는 홀로코스트는 실제로 동물의 대량학살도 뜻한다. 따라서 홀로코스트는 인류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동물의 비극이다. 이 소설은 우화라는 장치를 통해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새로운 방식으로 환기하는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홀로코스트의 범위를 동물의 세계로까지 확장한다. <파이 이야기>가 ‘인간과 동물의 소설‘이라면 <20세기의 셔츠>는 ‘인간과 동물의 우화‘다. 얀 마텔의 홀로코스트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운명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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