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를 오랜만에 강의에서 다루었다. 포크너 자신이 이 소설에 대해 ‘네 번의 실패‘라고 불렀는데(4부로 구성돼 있다) 2주간의 강의는 ‘두 번의 실패‘라고 불러도 되겠다. 충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 강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최소한 4회 정도의 강의가 필요하다. 8시간의 강의 혹은 독서.

역설적일 수 있지만 대개의 작품을 1회 강의(2시간)로 다루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도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작품들을 2회(4시간)에 걸쳐 다루면 뭔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막상 본격적으로 읽고자 하면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쟁과 평화>도 독서모임에서 당초 4회 강의로 계획해서 읽어나가고 있지만 역시나 턱없이 부족해서 1회 연장했다. 그래도 충분히 다루려면 6-8회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그렇게 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충분히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대학강의에서라면 한학기 동안 읽어도 되겠다. 소위 ‘천천히 읽기‘이면서 ‘충분히 읽기‘다.

포크너의 작품이 더 소개된다면, 이란 단서를 붙여서 말하자면 <소리와 분노>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