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지만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폴 비티의 <배반>(열린책들)을 펼쳐 저자의 약력을 보다가 문득 ‘미국문학의 현재‘를 대표하는 작가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동시대 간판작가. (내가 모르는) 여러 작가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인종문제라는 핵심주제를 놓고 보자면 폴 비티(1962년생)의 자리도 마련해야 할 듯싶다. 윌리엄 포크너와 토니 모리슨의 뒤를 잇는 대표 작가의 유력 후보로. 국내에는 <배반>이 유일하게 소개된 작품인데 폴 비티의 최신작이자 네번째 소설이다(포크너의 대표작 <소리와 분노>도 그의 네번째 소설이었다). 폴 비티의 소설 목록은 이렇다.

<화이트 보이 셔플>(1996)
<터프>(2000)
<슬럼버랜드>(2008)
<배반>(2015)

네 권의 소설 외에 두 권의 시집도 갖고 있다. 그렇더라도 작품들 간의 간격이 꽤 된다. 꽤 고심해가며 쓰는 게 아닌가 한다. 앞서 발표한 작품들의 내용이나 특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검색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배반>은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현대 미국에 노예제도와 인종분리정책이 복구되는 이야기로 미국의 부조리한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맨부커상 역사상 미국작가에게 최초로 상을 안긴 작품이란 면에서도 이 소설의 임팩트를 확인할 수 있다. 10년 뒤의 평가까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어쩌면 2010년대의 가장 중요한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힐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에 원서까지 구입해서(당일배송이 된다) 한 페이지씩 음미해보는 참이다(요즘 미국소설의 문체가 어떤 것인지 구경도 할 겸).

그러다 페이퍼까지 적는 건 폴 비티의 전작들도 소개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한 작가를 좀더 깊이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작품 이상을 읽어야 하고, 또 한 작품을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앞뒤 작품에 대한 독서도 필요하다. 그런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한두권 더 번역되면 인종문제를 다룬 대표작들로 미국문학 강의를 꾸러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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