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가다머의 주저 <진리와 방법>(문학동네)을 다시 읽어보자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아침에 주문하고 밤에 받았다. 1권은 개정판 이전의 초판을 갖고 있지만 눈에 띄지 않아 재주문. 엊그제는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이 생각나서 개정판으로 구한 터이다(이 역시 거름판으로 갖고 있지만 막상 읽으려니 책을 찾는 게 일이어서 지만지판으로 다시 구입했다. 거름판은 절판).
20세기 철학의 주저들을 찾게 된 건 계속 미루다가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지난주 강의에서 <어려운 책을 읽는 기술>(바다출판사)을 읽은 게 자극이 돼서다. 온전하게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책들의 목록을 만들고 지워나가려고 하는데, 독일문학을 다루고 독일문학기행도 계획하는 김에 독일 철학의 주저들도 읽어보려는 것.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진리와 방법> 같은 책을 내가 강의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려 한다(강의 가능성은 내가 얼마만큼 이해하고 소화했는가의 지표다).
<진리와 방법>은 아직 번역본이 없던 시절 영어판으로 100쪽 가량 읽은 기억이 있다. 학부 3학년 때였던가. 그 이후에 영어판도 새 번역본이 나왔고 한국어판도 1권이 번역돼 나왔지만(2권까지 완간된 건 몇년 되지 않는다) 다시 읽지 않았다. 이런 책은 소위 ‘전념‘이 필요한데 그런 여유가 없었던 것. 그럼에도 가다머는 다른 책들을 읽은 기억 때문에 내게는 친숙하게 여겨지는 철학자다. <진리와 방법>을 읽게 되면 가다머와 데리다의 논쟁도 제대로 따라가볼 수 있겠다(관련한 책들을 구해놓은 지도 20년이 돼 간다!).
더불어 생각이 났는데 가다머의 해석학과 관련해서는 리처드 번스타인의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가 매우 훌륭한 참고서다. 절판됐다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이 참에 다시 읽어볼까 싶다.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여행지를 다시 찾아보게 되는 것처럼 좋은 책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없다지만 없는 시간도 쪼개서 쓰는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