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따로 책을 찾다가 책장에서 빼놓은 책은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창비)이다. 이전에 만져보기만 했는데 비로소 읽으려고 빼낸 것. 루카치의 소설론부터 다루고 있어서다. 실로 30년만인데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문예출판사)과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한길사)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 처음 손에 든 건 아니기에 ‘다시‘라고는 했지만 대면이 아니라 ‘대결‘에 방점을 찍으면 첫 독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두 저자가 검토하고 있는 근대소설사의 주요 작가와 작품을 두루 읽고서, 그러니까 맨주먹이 아니라 꽤 무장을 하고서 마주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과장 없이 30년이 걸렸다. 세르반테스와 괴테, 플로베르와 톨스토이,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와 프루스트까지 대표작은 빼놓지 않고 강의에서 모두 읽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역량만의 한계는 아니고.

예전에는 이 대단한 이론가들의 작업을 올려다보아야 했지만 지금은 참견과 이견도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루카치가 미완으로 남겨놓은 도스토예프스키론과 지라르가 한권으로 갈무리해놓은 도스토예프스키론에 견줄 만한 책을 쓸 준비가 되었다(도스토예프스키 강의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나올 것이다). 마무리 짓는다면 반생의 과제 하나는 해치우는 게 된다. 더불어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진 빚도 갚는 게 된다. 우리는 인생의 작가들을 한번 읽으며 빚을 지고 다시 읽으며 그 빚을 갚는다. 그래도 남은 빚이 있다면 또 다시 읽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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