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무라카미 하루키 강의차 도심에 나왔다가 저녁까지 먹고 귀가하는 참이다. 오늘 주로 다룬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 외에 일본인 평론가와 저널리스트가 합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국일미디어)를 가방에 넣어왔는데 귀갓길에서야 펼쳤다.(그러고는 눈을 붙였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여자 없는 남자들>까지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인데 최근작인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그럼에도 내년초에 진행할 하루키 강의를 준비하는데 유익한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겠다). 두 저자가 대담 형식으로 특히 자세히 다루고 있는 건 <1Q84>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이다. 그 이후에 나온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는 ‘드라이브 마이 카‘와 ‘예스터데이‘가 대담에서 언급된다. 주로 후기작에 방점이 놓인 셈.

<다자키 쓰쿠루>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하면서 공저자의 한 명은 이렇게 말한다. ˝오랜 기간 무라카미 씨 작품을 읽어온 사람은 ‘오랜만에 힘이 났습니다‘라고 하고,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던 나람이라도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런 반응은 <기사단장 죽이기>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보태자면, ˝재미는 있지만 재탕이 심한데요.˝ 실제로 하루키 소설을 얼마간 읽어온 독자라면 곳곳에서 기시감을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처음 읽어도 오래 전에 읽었다가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나 같은 독자에게 <기사단장 죽이기>의 최대 유익은 각권에 붙은 부제, 곧 ‘현현하는 이데아‘와 ‘전이하는 메타포‘에 있다. 작품에서 인물로 등장하는 ‘이데아‘와 ‘메타포‘, 두 개념을 하루키 문학의 분석도구로 쓸 수 있겠다 싶어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소설은 하루키 소설의 종합판이자 자가분석서로 읽을 수 있다. 이전작들에서 이데아와 메타포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꽤 효과적이 작품분석이 될 터이다(이런 일은 대학원생들에게 과제로 내줌직하다).

나머지 자세한 분석은 나중에 진행할 강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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