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방강의와 주말의 특강까지 남아있지만 목요일 저녁이면 한주간의 강의 일정이 일단락됐다는 느낌을 갖는다. 한편에는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다른 한편으론 기력이 다했다는 탈진감이 그 느낌과 같이 한다. 잠시 팟캐스트 뉴스를 들으며 망중한의 시간을 갖다가 다시금 읽을 책들을 가늠해보는데, 일단 내일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 읽을 책은 게르하르트 노이만의 <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 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에디투스)이다.
카프카문학기행을 소개하는 강의를 하러 가는지라 관련도서에 들어간다. 저자는 독일대학에서 독문학 교수로 오래 봉직했고 카프카 비평판에도 공동편자로 관여했다. 대표적인 카프카 전문가의 한 명인 것. 제목도 끌리지만 독일의 전문가가 카프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카프카의 주요작들에 대해 여러 차례 강의했고 내년에도 올해 완간된 카프카 전집을 바탕으로 주요작 강의를 한 차례 진행할까 계획중인데, 주요한 연구성과들을 이 참에 두루 읽고 나의 관점과 비교해보고픈 욕심도 갖는다. 카프가 전문가들뿐 아니라 벤야민과 들뢰즈, 블랑쇼와 아감벤 등의 카프카론도 검토대상이다. 그렇게 두루 살펴보고 나대로의 카프카론을 내년중에 출간하는 것도 목표 가운데 하나다. 많은 날들이 남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바짝 분투해야겠다. 망중한이라고 해놓고 이렇게 적으니 뭔가 멋쩍긴 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