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방에 넣고 갔던 시집 세 권에 대해서 몰아서 페이퍼를 적고 나니 진이 빠진다. 할일은 여전히 많지만 금요일 밤에는 사소한 사치로 강의와 무관한 책을 읽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런 여유까지는 부리지 못할 것 같다. 일단은 기력이 없으니.

대신에 책 한권을 골라놓는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신작 <내 마음의 낯섬>(민음사)이다. 2013년작이자 파묵의 아홉번째 소설. 더불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의 최종 후보작으로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경합했던 작품이기도 하다(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인터내셔널은 원작이 아니고 영어 번역작에 주어지는 상이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아홉 번째 장편 소설. ˝나는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고 밝히며 이스탄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힌 바 있던 오르한 파묵은 <내 마음의 낯섦>에서 문화적으로 복잡한 이스탄불의 40년 현대사를 흥미로운 스토리와 함께 환상적으로 그려 냈다. 

이 소설로 노벨 문학상 이후에 인생의 역작을 저술하는 희귀한 작가가 되었다는 평을 들은 오르한 파묵은 신작에서 이스탄불 거리를 누비며 ‘보자‘라는 터키의 전통 음료를 파는 한 소년 메블루트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보오오오자˝를 외치며 빈민가, 역사 깊은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는 메블루트. 현대 이스탄불의 정치와 사회,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소시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또 다채롭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이스탄불에 대한 오마주라면 그의 에세이 <이스탄불>(2008)도 떠올릴 수 있겠다. 한때 품절됐었는데 이제 보니 정상적으로 판매중이다. 소장본의 행방을 찾지 못하면 재구입도 고려해봐야 하는 책이다.

세계문학 강의를 하면서 언젠가는 터키문학도 한번쯤 다루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많이 소개된 파묵의 작품이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강의에서는 <내 이름은 빨강><하얀성><새로운 인생> 등을 읽었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기회를 보아 다뤄보고 싶다(분량이 많은 작품들이 강의에서 걸림돌이긴 하지만). 일단은 최근작에 속하는 <순수박물관>과 <내 마음의 낯섦>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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