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작가 예브게니 자먀틴(자먀친/자먀찐)의 <우리들>에 대한 오웰의 서평 제목이 ‘자유와 행복‘이다. 오웰 산문선으로 나온 <영국식 살인의 쇠퇴>(은행나무)에 들어 있는 걸로 처음 읽었는데, 이번에 강의차 펼쳐든 <동물농장>(민음사)에도 부록으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와 함께 포함돼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곧 두 종의 ‘자유와 행복‘을 우리는 갖고 있는 셈이다.
두 번역을 비교하고 오웰 자신의 착오를 포함해 몇가지 교정사항을 적으려 하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예전과 같지 않게 ‘전투력‘이 충전되지 않는다. 다른 일도 많은데 고작 교정일이냐는 생각도 들면서. 그래서 일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번역에 대한 지적은 생략하기로). 핵심을 먼저 말하자면 ‘자유와 행복‘은 <동물농장>보다는 <1984>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하고 요긴한 글이라는 것. 이 서평은 1946년 초에 발표되는데 이는 <동물농장>을 발표한 다음이고 <1984>(1949)에 대한 구상을 진행할 즈음이다.
자먀틴의 <우리들>은 당시 러시아(소련)에서는 출간이 금지된 상태였고 가장 먼저 나온 판본으로 영어판이 미국에서 1924년에, 그리고 1927년에는 러시아어판이 체코에서 나온다(러시아에서는 1988년에 가서야 공식 출간된다). 러시아 문학사가 글렙 스트루베의 책에서 <우리들>의 존재를 알게 된 오웰은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영어판은 구하지 못하고 대신에 불어판을 손에 넣는다. 그러니까 이 서평의 대본은 불어판 <우리들>이고 오웰은 말미에 영어판이 다시 나오길 바란다고 적는다.
오웰은 <우리들>이 1923년에 쓰인 걸로 보는데 그건 영어판이 1924년에 나온 걸 근거로 한 추산에 불과하며 실제론 1920년에 완성되었다. 러시아혁명기에 3년은 상당한 차이를 내포하기에 집필 시점은 작품 해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소설의 배경이 26세기라고 소개하는데 29세기를 잘못 본 것 같다(먼 미래라는 게 포인트이므로 26세기나 29세기나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지만).
오웰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정일 교수는 ‘용감한 신세계‘라고 옮겼다)가 <우리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두 소설의 분위기도 서로 유사하고 두 작품에 묘사된 사회도 대체로 동일한 성질의 것이다.˝ 일종의 고자질로도 읽히는데 조만간 오웰은 <멋진 신세계>보다 훨씬 더 흡사한 소설을 쓰게 될 것이다(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것이지만 헉슬리는 오웰이 다닌 이튼학교의 불어 교사로 재직했었다. 실제로 오웰이 헉슬리의 수업을 들었으니 둘은 사제지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미 언급한 대로 <1984>를 읽은(읽으려는) 독자라면 자먀틴의 <우리들>과 그에 대한 오웰의 서평 ‘자유와 행복‘도 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깊이 읽기를 원한다면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