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간에 버스를 탔지만 주말 고속도로 상황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고속도로라는 말이 무색하다. 추석을 앞둔 사전 성묘 차량 탓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은 더 소요될 듯하다(그럼 꼬박 다섯 시간이 된다!). 하동에 도착하면 먹기로 한 점심도 늦어질 것 같아 휴게소에 들르면 간단한 요기라도 해야겠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시간여 눈을 붙인 덕분에 책을 읽을 만한 컨디션은 회복했다(그래도 눈이 피로할 때 찾아오는 결막염 증세가 가라앉지 않는다. 내주에는 안과에도 가봐야겠다). 가방에 넣어온 책을 손에 쥐려다 서평기사를 몇개 읽었는데 최근 감정대립이 격화하고 있는 북미관계 때문에 헤이즐 스미스의 <장마당과 선군정치>(창비)에 눈길이 갔다.

제목은 미리 접했지만 ‘장마당‘이란 말이 낯설어서인지 기억에 남지 않았는데(그렇다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이제 보니 시장(markets)이란 뜻이다. 오늘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이 장마당과 선군정치가 핵심이라는 것. 이 둘의 관계 분석에 저자의 주안점이 놓여 있다. 더불어 기존의 북한 분석과의 차별성도.

그러고 보니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책 가운데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이 역시 ‘장마당 자본주의‘를 다룬 책이라면 말이다. 정확한 건 이 두권을 읽어봐야 알겠다.

사실 북한이 핵무장과 대륙간탄도 미사일 실험에 정권의 사활까지 걸며 나서는 것은 그만큼 체제가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실제적이건 심리적이건 간에 이 위기국면에 대한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강고해보이는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장마당‘은 혹 그런 가능성을 열어줄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버스가 제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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