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차 대구에 내려가는 중이다. 오늘 주제는 제인 오스틴의 초기 습작 <레이디 수잔>이다. 영화가 개봉되면서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왔는데, ‘영화속의 문학‘ 강의를 통해 이미 다룬 바 있다. 한데,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영화의 원제는 <사랑과 우정>이고 오스틴의 초기 습작 한 편과 같은 제목이다. 곧 오스틴의 여러 습작 가운데 ‘사랑과 우정‘(1790)과 ‘레이디 수잔‘(1794)이 따로 있는 것. ‘사랑과 우정‘의 내용도 영화에 반영되었는지 모르겠다. 원작은 ‘레이디 수잔‘인데 제목은 다른 작품 제목을 갖다 쓴 걸로 보인다.

오스틴이 1817년에 사망하고1833년에 최초의 전집이 나오는데 <오만과 펀견>을 포함해 <이성과 감성><맨스필드 파크><에마><노생거 사원><설득>까지 생전과 사후에 출간된 여섯 권의 소설에다 습작으로 <레이디 수잔>(<레이디 수전>)까지 묶은 것이다. 지난해 연말 시공사에서 나온 ‘제인 오스틴 전집‘의 모델인데, 한국어판은 ‘레이디 수전‘과 ‘왓슨 가족‘, ‘샌디턴‘ 세 편을 묶었다. 그밖에 미발표작이 더 있으므로 말 그대로의 ‘전집‘은 아니다. 더 나올 여지가 있는 것. 그런 사정을 고려해 펭귄판으로 나온 초기 습작 모음집을 주문했다. 오스틴 읽기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다.

그간에 강의에서 다룬 오스틴의 작품은 <이성과 감성><오만과 편견><레이디 수잔>까지 세 편이다. 아직 다루지 못한 장편이 네 편 더 있고 습작들까지 고려하면 읽을거리가 많다. 강의로는 8강 정도 꾸릴 수 있는 견적이다. 그 가운데서 순서상 욕심이 나는 건 <맨스필드 파크>(1814)다. <이성과 감성>(1811), <오만과 편견>(1813)에 이어서 세번째로 출간된 소설.

<맨스필드 파크>는 세 종 가량의 번역본이 있는데 당장 읽는다면 시공사판이다. 역자가 18세기 영문학 전공으로 이번에 문학동네판 <오만과 편견>을 옮긴 류경희 박사다(이미 고려대출판부판을 낸 적이 있어서 이번 번역본은 개역판에 해당한다). 오늘 강의에 참고하려고 가방에 넣은 책. 잘 정리된 작품해설을 읽고 뒷표지를 보니 마거릿 올리펀트(소설가)의 한줄평이 눈에 띈다. ˝여성적 냉소주의의 위대한 혈맥˝.

오호, 꽤나 적절하다고 무릎을 친다. 페이퍼의 제목을 ‘제인 오스틴과 여성적 냉소주의‘라고 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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