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미널에 가까스로 도착해 인천공항행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나를 포함해 승객은 모두 여섯 명.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겠다(중간 경유지에서 더 탄다 하더라도).

여행가방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넣은 책은 체코 작가들의 엔솔로지 <프라하>(행복한책읽기)다. 어젯밤에 책장에서 꺼내와 펼쳐드니 프라하를 공통 배경으로 한 이 소설집에 카프카의 작품으론 ‘어느 투쟁의 기록‘이 수록돼 있다. 책을 3년전 프라하 여행시에 구해놓고 아직 읽지 않았던 것. 그때 신고다녔던 운동화를 3년만에 신고 나선 것 비슷하게 챙길 수밖에 없었다.

20대 초반 대학시절에 쓴 ‘어느 투쟁의 기록‘은 다른 카프카 작품집 두 권에도 실려있다. 전집판 1권 <변신>(솔)과 <어느 투쟁의 기록>(범우사)이다. 휴대성을 고려해 <프라하>를 선택한 것. ‘어느 투쟁의 기록‘은 습작기 작품이지만(카프카는 1912년에 ‘선고‘와 ‘변신‘ 등 주요 작품을 집필하고 <관찰>이라는 첫 작품집도 발표한다. 두번 약혼하게 되는 펠리체 바우어를 만난 것도 그 여름의 일이다. 카프카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이다. 1912년 이전을 나는 ‘습작기‘로 부른다), 유명한 카프카 동상이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유명하기에 카프카 문학기행에서도 찾아가게 된다. 기억에는 주택가의 작은 광장에 세워져 있었다. 머리 없는 인물상 어깨에 카프카가 걸터앉은 모습이다).

카프카 문학에서 ‘투쟁‘은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그를 읽는 독자에게는 카프카가 투쟁의 대상이 될는지도. 그 카프카를 만나러 한번 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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