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든다. 이름은 '문학의 뒷계단'이라고 붙이겠다. '문학의 표정'이라는 것도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문학의 뒷계단'이 떠오르자 이내 밀렸다.  

 

'문학의 뒷계단'이란 이름 자체는 빌헬름 바이셰델(1905-1975)의 <철학의 뒤안길>(서광사, 1991)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데, '뒷계단'이 '뒤안길'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사실 바이셰델의 번역본은 서광사판 이전에 분도출판사판이 한해 먼저 나왔었다.   

이미 절판되어 알라딘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지만 빌헬름 봐이쉐델의 <철학의 뒷계단>(분도출판사, 1990)이 그것이다. 이기상 교수가 옮긴 서광사판의 번역도 좋지만 연효숙 박사의 분도출판사판도 아주 유려하게 읽혔다(역자의 또다른 번역서로는 피터 싱어의 <헤겔>이 있다). 안인희 번역의 <철학의 에스프레소>도 같은 책을 옮긴 것이다.

단, 제목에서만큼은 '철학의 뒷계단'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원저의 제목 'Die philosophosche Hintertreppe'에서 'Hintertreppe'가 뜻하는 것도 일차적으론 아래 이미지와 같은 '뒷계단'이기 때문이다(비록 '뒤안길'의 뜻도 갖는다고는 하지만, 내게 '뒤안길'은 언제나 '젊음의 뒤안길', '세월의 뒤안길'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정문과 현관으로 연결된 계단이 아니라 후문과 연결된 계단, 그것이 '뒷계단'이 뜻하는 바이다(이건 '뒷골목'과도 다르다).

'대철학자 서른 네분의 일상과 사상'이란 부제에서 예상해볼 수 있지만, 책은 철학자들의 사소한 일상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친근하게 소개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곁들이고 있는 바이셰델판 '철학이야기'이다(개인적으로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와 함께 철학입문서로서 가장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뒷계단'의 이야기들에 끌리는 건 '곁다리텍스트'들에 끌리는 것과도 상통하는 개인적인 취향이다. 하지만, 욕심을 내어 말하자면 그런 '부수적인' 관심이 때로는 핵심에 근접할 때도 있지 않을까?

일단은 몇 사람의 한국 작가와 작품들을 이 카테고리에서 다루기 위해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야기는 더 뻗어나갈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선 반대로 흐지부지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뒷계단'에 대한 관심을 조금 부추길 수 있다면 그래서 그 관심을 공유할 수 있다면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아마도 '첫계단'의 작가는 최근에 <빛의 제국>을 출간함으로써 올가을에 또 한번 가장 주목받는 작가가 된 김영하씨가 될 것이다.    

06. 09. 23. 

P.S. 그런데, 하느님, 뒷계단으로도 천국에 오를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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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3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9-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마지막 멘트는 웃음을 자아내는군요. 한 유머하십니다.^^

sommer 2006-09-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뒷계단만이라도 허락하소서...'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