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의를 끝내고 버스로 귀가하는 길에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은 다닐로 자넹의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새로운제안, 2017)다. 걷기를 주제로 한 책이 여럿 나왔기에 새로울 건 없겠다 싶었는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가 30년 경력의 등반 가이드이자 걷기 전문가란다. 걷기 전문가? 달리기 전문가나 경보 전문가라고 하면 그래도 봐주겠다. 걷는 거야 나도 수십 년 동안 해오고 있는 일이건만 따로 전문가가 있다니! 공연히 발끈하게 된다. 그렇게 치면 숨쉬기 전문가가 쓴 책도 나오겠다.

암튼 그냥 지나칠 책에 대해 발끈하는 바람에 엉뚱한 관심도서가 되었다. 더불어 걷기에 대한 다른 책들도 같이 비교해서 읽어보면 좋지 않느냐는 계책까지 짜내고.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반비, 2017)이나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발로 사유하는 철학> (책세상, 2014) 같은 번듯한 제목의 책들도 나와 있으니까. 조르주 무스타키의 노래 ‘보행자‘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도 좋겠다(다시 확인해보니 영화 <고독한 보행자>의 주제가 ‘우편배달부‘다).

그나저나 몇십 년 걸어다녔다는 게 자랑은 아니고 다리 관절이 괜찮은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은근히 걱정되는군. 골다공증도 염려해야(염려하기 시작해야) 하는 나이라고 하니까. 한편으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 뜬금없이 두 다리와 걷기 관련 관절들에 감사하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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