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북플로 페이퍼를 하나 쓰고 귀가했는데, 어느덧 가을의 기운마저 느껴지는 날씨였다(릴케의 '가을날'을 떠올렸다). 날씨 얘기만 또 적을 수는 없어서, 저녁을 먹기 전 막간에, 두툼한 책 얘기를 적는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과학자의 생각법>(을유문화사, 2017)이다. 제목만 보면 '빅타이틀'은 아닌데, 저자가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에코의서재, 2007)의 저자라서 다시 보게 된다(<생각의 탄생>은 예기치않은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이 과학의 발견과 발명에 대해 탐구한다. 가상의 등장인물 여섯 명이 과학을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이를 서로 나누고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이 어떻게 시작되며 통찰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과학 전반의 역사와 철학, 진화와 발전 전략 등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르톨레, 파스퇴르, 플레밍, 반트 호프, 아레니우스 같은 과학계의 역사적 인물과 그들의 실제 사례들을 하나하나 파고들어 실제적인 지식과 재미, 과학자의 사고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께 전한다."


저자 루트번스타인은 미국 미시건주립대학교의 생리학 교수. <과학자의 생각법>은 1989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30년이 지났지만 기본 주장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부한다. 핵심 주장은 과학자들이 문제를 고안하고 해결할 때 대략 12가지의 '생각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건 <생각의 탄생>에서 자세히 다룬다), 그리고 최고의 과학자들은 여러 창조적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등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박학다식하고 잡다하면서도 숙련된, 여러 가지 독특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주장이다. 



대개의 한국 독자들은 '생각법'보다 '학습법'에 관심이 더 많지만 <생각의 탄생>를 유익하게 읽은 독자라면 <과학자의 생각법>도 짝으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여름에 나왔던 스티글리츠의 <창조적 학습사회>(한국경제신문, 2016)와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평등론의 경제학자로 연상하게 되지만, 스티글리츠의 어젠다 가운데 하나는 '학습사회'다.   


"책의 1부는 학습사회의 역사적, 실증적, 이론적 배경과 그 타당성을 보여주며, 학습사회 구축에 관련된 중요한 측면들, 학습의 과정과 결정요인, 학습이 경제구조와 경제정책에 끼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부는 생산성 향상에 있어 비효율적인 시장을 위해 정부가 경제정책, 산업정책, 사회정책 등의 전반적인 국가정책으로 시장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장기 불황과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에게 다시 학습하기를 제언한다. ‘더 잘하는 법’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지금보다도 ‘더 잘하는 법’을 학습함으로써 재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부제는 '성장.발전.사회진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인데, 성장과 발전까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진보 내지 사회정의의 구현을 위해서 '공부하는 사회'로서 '학습사회'가 우리의 지향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학습사회이고, 무엇을 위한 학습사회인가를 생각해보려고 일단 책을 빼왔다. 분량으로 보아 언제쯤 일독하게 될지는 신만이 아실 테지만...


17.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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