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저명한 진보저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한국판이 창간되었다. 어제(14일) 날짜의 일이다. 예전에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이 등이 한국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필요성을 역설한 기억이 있는데, 그것이 '한국판'으로 구체화된 모양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프랑스에서는 발행인인 이냐시오 라모네가 방한하여 간담회까지 가졌다고. 그의 저서로는 공저인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백의, 2001)를 넘어서 외에도 <소리없는 프로파간다>(상형문자, 2002) 등이 번역/소개돼 있다(나는 그 두 권의 책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국내에 가장 널려 알려진 프랑스 언론인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새로운 언론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소식인바, 관련기사를 읽어본다.

경향신문(06. 09. 14) “독립적 언론만이 진정한 비판 가능하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을 계기로 한국지식인 사회에 진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 바랍니다. 모든 것이 빨라진 인터넷 환경이지만 긴 호흡을 가진 디플로마티크 같은 언론을 원하는 독자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국제문제에 대한 심층 분석과 독립적 비평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14일 한국판(발행인 박승흡)을 창간했다. 창간행사와 토론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냐시오 라모네 발행인(64)은 이날 ‘세계화와 미디어·문화 민주주의’를 주제로 국내 미디어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라모네 발행인은 모두 발언에서 “정치와 경제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진정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면서 재벌들의 언론사 소유로 인해 다양한 여론이 반영되지 않고 비판이 약화되는 미디어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라모네는 “프랑스의 경우 에르상과 라가르데르 등 양대 언론사가 닷소 등 거대 군수기업에 합병돼 언론으로서의 비판성을 거의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라모네는 “소유구조가 독특한 르몽드만이 정치와 재벌로부터 독립을 유지한 가운데 사회에 대한 진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르몽드 독립성 유지의 바탕에 관해 “다른 언론과 달리 편집인집단 주주, 소액주주(독자), 사원주주 등 3대 그룹이 주식을 소유한 독립적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모네 발행인은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 “모든 것을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하고 “이 흐름 안에서는 문화도 상품이 되며, 상품화된 문화는 획일화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업화가 진행되면 겉으로는 다양한 미디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미디어는 거의 동일한 가치를 옹호한다”고 말했다. 라모네는 “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세계화는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미디어의 소멸을 초래하고, 그 결과 미국문화와 미디어만 살아남는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문화다양성을 위한 투쟁과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투쟁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라모네 발행인은 문화적 다양성이 사라지면 국가와 민족이 가진 정체성과 창조성이 소멸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강자만 살아남는 ‘다위니즘’에 비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동시에 비판성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다양성 운동에 오랜 기간 관여해 온 라모네 발행인은 작년 10월 문화다양성협약이 탄생한 것에 대해 “약소 문화나 국가가 승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문화다양성협약이 발효하려면 30개국의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FTA에 대해 라모네는 “미국은 FTA를 통해 세계화 반대세력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FTA를 통해 미국이 원하는 것은 각국의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적·정치적·경제적 지배에 더해 문화적 지배도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FTA를 통해 자국 상품에 대한 장벽을 없애려 한다는 얘기였다. 라모네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고 “쿼터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들었다면서 “한국 문화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며 결국 미국 문화가 그 빈 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68혁명세대 출신인 라모네는 에밀 졸라, 앙드레 지드, 사르트르 등 프랑스 앙가주망 운동을 계승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지난 15년간 디플로마티크를 이끌어 온 라모네는 파리 7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의 교수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아메리카-미국, 그 마지막 제국’ ‘커뮤니케이션의 횡포’ 등은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됐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1954년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의 자매지로 창간된 이래 세계 56개국에서 22개 언어로 매월 2백만부 이상 발간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판이 생기는 것이다. 디플로마티크는 인터넷판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판은 주로 오프라인 신문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은 디플로마티크에서 선별한 기사 70%, 한국판 편집진이 집필한 기사 30%의 비율로 편집할 계획이다. 편집위원회는 위원장 박순성 동국대 사회과학대 북한학과 교수를 포함해 이기언 연세대 불문과 교수, 이혜정 중앙대 정외과 교수,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은 40면으로 매월 발행되며, 초기 발행부수는 1만부다.(설원태 기자)

06. 09. 15.

P.S. 참고로, 아래는 지난 5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한국판 창간예정 소식을 전하고 있는 레이버투데이의 관련기사이다. 필자는 이대호 기자이다.

레이버투데이(06. 05. 26)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창간

‘명품’ 국제관계 전문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 한국판이 오는 9월 공식 창간된다. 르몽드코리아(대표이사 박승흡)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본사와 독점판권계약을 맺고 6, 7, 8월 세 번의 창간준비호를 거쳐 9월15일 한국판을 공식 창간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사이트(www.lemonde.co.kr)도 6월중 선보일 예정이다.


▲ 이냐시오 라모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과 박승흡 르몽드코리아 사장이 지난해 12월12일 프랑스 현지 본사에서 한국판 발간계약을 체결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의 <르몽드>가 54년 자매지로 창간한 월간지로 국제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 제시로 인권과 평등, 평화를 옹호하는 정론지로 위상을 굳혔다. 91년 이후에는 이냐시오 라모네 편집인이 주도하면서 미국 중심의 패권적 담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 대안 세계화 운동의 흐름을 확장시키는 등 권위지로 인정받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21개 언어로 총 150만부가 발행되고 있다.

22번째 언어이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인 한국판에는 프랑스 원판 번역기사 70%와 한국판 편집진이 기획·취재한 기사 30%가 실린다. 르몽드코리아는 “한국판은 프랑스판 편집 기조를 존중하면서 한국인들이 국제적 안목을 넓히고 언어와 인종, 국경을 넘어 세계 시민사회에 다가서도록 하는 안내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르몽드코리아는 국제관계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한국판 편집위원회(위원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를 구성했으며, 그 밑에 국제팀, 경제통상팀, 사회문화팀 등 기획전문가 그룹을 뒀다. 프랑스판 기사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10명 이상의 박사급 번역팀을 구성했으며, 불어전문 편집위원들이 감수를 담당한다.

박승흡 대표이사 겸 발행인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연대를 확장할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매체를 만들겠다”며 “정책결정자, 기업인, 시민사회 등 지성인과 세계적 안목을 가지려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벗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판 창간 작업에 바쁜 최방식 편집장을 전화로 만났다. 최 편집장은 “서방 통신사 기사를 받아쓰는 ‘우물 안 개구리식’ 보도관행을 깨고, 이들이 무시해 온 또 다른 세계의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편집장은 <시민의 신문> 편집국장과 미주특파원을 역임했다.

- 기사의 30%를 직접 생산하는데 동북아의 이슈를 본사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인가.
“국제정치와 외교에서 동북아는 관심지역 중의 하나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언론은 물론 국제관계 전문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도 동북아와 관련해서는 기사의 양도 적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판은 한반도 문제와 함께 동북아 관련 전문기사를 생산할 것이다. 이 기사가 좋으면 프랑스판에 실려 세계적으로 보급된다.”

- 지금 우리 사회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한국사회가 밖을 보는 시선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비교적 늦게 민주화가 되고, 국제적 관문을 넘나든 것도 늦었다. 국제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사회를 보는 눈이 비뚤어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통해서 각종 정보가 들어오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본다. 편향이다. 국가마다 다른 시각이 있다. 이것을 우리사회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다른 매체 국제뉴스와 차별성은.
“기존 언론, 특히 일간지들은 AP 등 서방 4대 통신사의 국제기사를 받아쓴다. 그러면 그들의 시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북반구의 선진자본주의는 다루지만 그외 다수 나라들의 이슈는 중요해도 소외된다. 다뤄도 자신들의 시각에서 다룬다. 이런 관행을 깨고 세계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차별성이다.”

- 한국판 발행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우선 번역이다. 프랑스어가 형용사, 부사가 다양하고, 특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표현 스타일이 직설적이지 않고 한바퀴 돌린다. 이런 표현들을 한국 독자들에게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번역과 감수과정에 고통이 따를 것이다. 또 국내판 기사를 만드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씨름을 하고 있다.”

- 국내판 기사는 어떻게 만드나. 상근기자가 있나.
“상근기자 체제는 아니다. 전문적인 프리랜서 기자나 국제관계에 밝은 전문가, 대학교수, 연구원 등 필자 풀을 만들고 있다. 해당분야의 이슈가 결정되면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적임자를 선정해서 기사를 쓸 것이다.”

- 쉬운 글이 아닐 텐데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수준인가.
“각 분야의 학자나 연구원, 정책생산자, 언론인 또는 대학원생들이 주요 독자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의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정치, 문화 등 국제적인 이슈가 없는 분야가 없으므로 모든 분야가 한국판에 담긴다. 그리고 여기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월간지인데 어떤 판형으로 만드나.
“흔히 우리나라 일간지가 취하는 대판과 타블로이드판의 중간 크기인 베를리너 판형을 택했다. 휴대와 읽기가 쉬워 유렵에서는 <르몽드>나 <가디언> 등이 이 판형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판형이기도 하다. 매달 15일 50페이지 분량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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