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의 책 하나를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크 레빈슨의, <더 박스>(청림출판, 2017)다. 박스라고? 내가 아는 박스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 정도였는데, 이번 박스는 '컨테이너'다(영어로는 박스가 컨테이너도 지칭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거창하게도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가 부제다. 부제까지 읽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책이 600쪽에 이른다는 게 놀라울 뿐. 


 

그렇게 제목과 부제 정도를 아는 걸로 '때우려고' 했는데, 책이 제법 '물건'이다. 원저는 프린스턴대학출판부에서 나왔고, 이미 한 차례 번역됐었다. '컨테이너 역사를 통해 본 세계경제학'이란 부제의 <더 박스>(21세기북스, 2008)가 그것이다. 그게 재번역돼 나온 것인데, 알고 보니 원저도 개정판이 나왔다. 그러니까 새 번역본은 개정판을 옮긴 것. 개정판과 재번역판이 나올 정도로 의의가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변화가 엄습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혁신'을 선언하고,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에 밀려 일자리의 위협을 받는 개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처럼 다가오는 변화는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위기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우리에게 박스(컨테이너)의 역사를 소개한다. 방대한 자료와 실제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쓴 <더 박스>는 독자들이 흥미의 끈을 놓지 않고 박스의 역사를 따라가게 만든다. 부두노동자, 항구, 기업, 도시, 국가, 전 세계에 영향을 주며 종횡무진 일주하는 박스를 따라 독자들은 세계 경제사를 관통하며 '혁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컨테이너와의 인연이라고 해봐야 나로선 이사할 때 잠시 짐을 보관할 때, 그리고 오래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책짐을 나를 때 (큐빅으로) 이용해본 정도이지만, 세계경제사 이해에 도움을 줄 책으로 손에 들어봄직하다. 나보다는 빌 게이츠의 추천사가 유용하겠다.   

"20세기의 후반 50년 동안에 전 세계의 무역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혁신이 진행되었다. (…) 이 혁신적인 전환을 둘러싼 이야기는 매혹적이며,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또한 이 책은 비즈니스 및 혁신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의 일반적인 견해들을 여러 가지 섬세한 방식으로 반박한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스틴 폭스도 한마디 보탰다. "컨테이너는 인터넷 혁명의 실제 세상 버전이다." 그래, 이 박스는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로 한다...


17.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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