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는 오랜만에 국외 저자 3인이다. 3인의 역사학자인데, 전문분야는 각각 과학사, 몽골사, 그리고 심성사다. 먼저 일본의 과학사가이면서 그 이전에 도쿄대 전공투 대표였던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회고록 <나의 1960년대>(돌베개, 2017)가 나왔다.

 

 

<과학의 탄생>(동아시아, 2005)과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 2010)이라는 걸출한 저작이 국내에 소개돼 있는데, 몇 페이지만 읽어보더라도 대단한 책들이란 걸 알 수 있다(고로 '요시타카의 모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책의 부제는 '도쿄대 전공투 운동의 나날과 근대 일본 과학기술사의 민낯'. 일본 현대사를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줄 듯싶은 책이다.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전공투’의 상징적 인물로 1960년대 말 도쿄대 투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대학사회를 떠나 줄곧 재야에서 살아온 그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안보 투쟁을 거쳐 전공투 투쟁에 이르렀던 1960년대의 치열한 일본사회사와 학생운동의 흐름을 술회했다. 한 개인의 역사적 회고담을 넘어 고도경제성장기 일본에서 자본과 국가권력이 대학과 과학기술계를 포섭해 전후 총력전체제를 이루어 나간 실상을 과학사가로서 탁월하게 분석 해설한 인문사회비평서이기도 하다."

 

1960년대 운동권 세대의 회고록이란 점에서는 '68혁명 세대'인 타리크 알리의 <1960년대 자서전>(책과함께, 2008)에 견줄 만하고, 전공투에 대한 기록이란 면에서는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새물결, 2008)과 짝을 지을 만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요시타카가 펴낸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동아시아, 2011)은 탈원전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가 필독해볼 책이다(어디에 두었는지 찾아봐야겠다. 제 때 안 읽으면 이럴 때 애를 먹는다).

 

 

소속으로는 인류학자지만 잭 웨더포드란 이름은 '칭기스칸'을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칭키스칸과 몽골 제국 연구에 20년 이상을 바친 학자여서다. 2004년에 펴낸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사계절, 2005)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책이고, 2010년작 <칭기스 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책과함께, 2012)이 그에 이어진 책이었다. 이번에 나온 <칭기스 칸, 신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책과함께, 2017)는 "가장 방대하면서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칭기스 칸의 일대기"다. '어떻게 위대한 정복자가 우리에게 종교적 자유를 주었는가'가 부제.

"세계사의 위대한 정복자들 중에서도 칭기스 칸만큼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은 없다. 그는 10만이 채 안 되는 병력으로 어떻게 수백만 명을 상대로 승리하고 수억 명을 통치할 수 있었을까?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칭기스 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의 저자 잭 웨더포드는 그 비결을 간절한 진리의 탐구, 가장 높은 질서의 법률을 드높이려는 끈질긴 노력에서 찾는다. 대제국의 비밀을 추적한 20년의 결과물이자 가장 방대하면서도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칭기스 칸의 일대기인 이 책은, 종교와 사상의 극단주의로 혼란을 겪는 오늘의 세계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아동의 탄생>과 <죽음 앞의 인간> 같은 대작, 그리고 <사생활의 역사>의 공동 편집자라 유명한 프랑스의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1914-1984)의 자서전도 이번에 나왔다. <일요일의 역사가>(이마, 2017).

"제도권 학계 밖에서 역사를 연구한 ‘일요일의 역사가’로 20세기 역사학을 뒤바꾼 아날 학파 3세대, 심성사의 대표 학자인 필리프 아리에스의 자서전이다. 전쟁과 이념 투쟁을 거치며 이분법적 대립이 극명했던 20세기, 보수주의자이자 전통주의자이면서도 정치적 격변과 기술 진보에 유연한 태도를 취한 독특한 지식인의 증언이기도 하다. 저자가 스스로를 규정한, 제도권 학계 바깥에서 활동하며 평일에는 본업에 종사하고 휴일에 홀로 역사를 연구한 ‘일요일의 역사가’로서 개인적, 학문적 이력이 담겨 있다. 역사학자 미셸 비노크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그의 소회 역시 살펴볼 수 있다."

독특한 이력과 함께 독자적인 학문세계를 구축한 역사학 거장의 내면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시 찾으니 <죽음의 역사>는 재간되었는데, 읽을 만한 번역인지 모르겠다. 한편 <20세기 프랑스 역사가들>(삼천리, 2016)도 당연히 한 장을 아리에스에게 할애하고 있다. 자서전과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17.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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