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붙여놓으니까 무슨 이야기거리가 될 법도 하지만, '덧없는 행복'과 '섹스와 공포' 각각은 근간 예정인 책 제목들이다. 아침에 나오다가 우편함에 <문학과 사회>(2006 가을호)가 꽂혀 있길래 밥먹으러 갈 때마다 끼고 가서 여기저기 들춰보고 있는데(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에 대한 서평이다), 근간 소식을 전하는 문학과지성사측 광고란의 한 단락이 이렇다.

"'문지스펙트럼' 시리즈로 루소 사상의 현대성을 짚어보는 츠베탕 토도로프의 <덧없는 행복>(고봉만 옮김)이 역시 9월초에 나올 예정이다. 또한 파스칼 키냐르가 <은밀한 생>과 함께 2부작으로 집필한 에세이로, 기독교가 우리의 성(性)과 쾌락을 어떠한 방식으로 청교도적인 것으로 변모시켰는지를 고대 회화를 통해 이야기하는 <섹스와 공포>(송의경 옮김)가 오랜 번역 작업 끝에 10월경에 선보일 예정이다."

 

 

서지에 좀 밝은 독자라면 토도로프(1939- )의 <덧없는 행복>의 경우 이미 <환상문학서설>과 같이 묶여서 한국문화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1996년에 초판이 나왔고 작년에 판을 다시 찍었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다). 기억에는 영어(혹은 일어)에서 중역된 책이기 때문에 새로 깔끔한 번역이 나온다면 반가운 일이다. 영역본도 갖고 있는 김에 이번에는 읽어봐야겠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원작자라고 해서(그 탓인지 <세상의 모든 아침>은 가장 먼저 번역된 키냐르의 책이다) 눈길이 갔던 작가 파스칼 키냐르(1948- )의 책들은 '키냐르 전문번역가'로 나선 송의경씨의 수고 덕분에 우리말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전공자에 따르면 키냐르는 '어려운' 작가군에 속한다). 그간에 <은밀한 생>(문학과지성사, 2001)만 사서 꽂아놓고 있었는데 이번에 <섹스와 공포>가 출간되면 나란히 읽어봄 직하겠다(*2007년 2월에 책이 나왔다!).

 

 

특별히 <섹스와 공포>를 거명하는 것은 주제에 대한 흥미 이전에 재작년에 나온 러시아어본을 내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러시어어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미지로 띄운 건 좀 고급스러운 판본이고 내가 갖고 있는 건 클래식 문고본이다. 참고로 키냐르는 러시아에서도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막심네 가게에서 샀던가? 그런 까닭에 잊고 지내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10월이 오면 다시 만나게 될 친구...

 

참고로, 키냐르에 관한 약간의 전기적 사실을 옮겨오면, "1948년 프랑스의 노르망디에서 태어났다. 두 차례의 자폐증을 앓았고, 20대에는 68혁명의 열기와 실존주의, 구조주의의 물결 속에서 엠마누엘 레비나스, 폴 리쾨르와 함께 철학을 공부했다." '함께'? '밑에서'가 아닐까? 3-40년의 나이차가 나는데 말이다.


"1969년에 <말 더듬는 존재 L'etre du balbutiement>를 출간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뱅센 대학과 사회과학 고등 연구원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함께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 페스티벌'을 창단하기도 했다. 1967년 갈리마르 출판사의 원고 심사 위원으로 발탁되고 1990년에는 위원장으로 임명되었으나, 집필 활동에만 전념하기 위해 94년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현재 파리에 살면서 작품을 쓰고 있다." 요컨대,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에 속하겠다. 미셸 투르니에 같은...

 

06. 08. 24.

 

 

 

 

 

 

 

 

 

 

P.S. 주문받은 원고를 마감을 놓치고도 미적대다가 잘 안 풀린다는 이유로 잠시 머리를 식힌다. 키냐르 덕분에 떠올리게 된 건 오래전에 본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1991)인데(제라르 드파르디유 부자가 출연했었다), 마지막 대사가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였던가?(시인 유하는 이를 패러디한 <세상의 모든 저녁>을 시집으로 내기도 했다.) 오늘도 두 지인의 초상 소식을 접했는데, 오늘 세상을 뜨신 분들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아침'이 한갓 꿈이런가 하겠다. 덧없는 행복이라 아니할 수 없다...

 

 

P.S.2. <섹스와 공포>(문학과지성사, 2007)의 국역본이 드디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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