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차 새벽부터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나갔고 9시 35분발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공항에 떨어진 건 11시 15분 남짓이었다. 공항과 연결된 호텔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서 대기하던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맨처음 향한 곳이 시인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다녔던 도시샤(동지사)대학. 그곳에 1995년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가 있어서였다. 육필로 쓴 ‘서시‘가 새겨진 시비다. 교토, 오사카와 관련된 일본작가들의 흔적을 둘러보기 전에 일행은 윤동주를 만났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그의 시를 마음에 되새기며, 시대의 아픔을 다시 상기하는 여정이다.

도시샤대학을 거쳐서 향한 곳은 윤동주가 일경에 체포되기 전까지 살던 하숙집이다. 지금은 교토예술대학의 기숙사가 되어 있는데 그 하숙집터에도 윤동주 시비가 있다. 역시나 ‘서시‘가 새겨진 시비다. 맑고 쾌청한 날에 만난 윤동주와의 만남은 그의 시제목을 비틀자면 ‘너무 쉽게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시인은 너무 쉽게 씌어진 시가 부끄럽다고 했는데 쉽게 이루어진 만남도 왠지 낯설고 부끄러웠다. 아니 죄송스러웠다(그의 순결한 삶과 죽음은 한국인에게 영원한 부채다). 그렇지만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의 의미를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교토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뜻깊게 여겨진다. 시인은 ‘슬픈 천명‘이지만 동시에 ‘영광‘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 오늘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하기에. 그의 이름과 시 앞에서 오늘 우리 일행은 잠시 흔들리는 잎새가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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