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후설 현상학에 관심을 갖고 몇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후에는 관심을 놓았었다. 최근에 새 입문서들이 출간되면서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다. 아직 발동이 걸린 상태는 아니지만 주시 단계라고 할까. 단 자하비의 <후설의 현상학>(한길사, 2017)에 이어서 후설 번역에 공을 들여온 이종훈 교수도 <후설 현상학으로 돌아가기>(한길사, 2017)란 입문서를 내놓았다(그러고 보니 후설의 핵심 저작인 <논리연구>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오늘날 후설현상학은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예술, 체육, 간호, 상담심리, 심지어 연구방법 분야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해석과 오해도 빈번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저자 이종훈은 ‘다시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 이에 <후설현상학으로 돌아가기>는 후설이 남긴 메모와 원고, 저술에만 의지해 후설현상학의 전개과정을 찬찬히 뒤따르며 모든 학문적 오해와 왜곡을 불식시킨다."

 

입문서를 읽고 나면 예전에 읽다가 만 <데카르트적 성찰>이나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시간의식> 등에 재도전해볼 수도 있겠다(사실 후설은 데리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손에 들었었다).


 

그러고 보니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한길사, 2009)도 이종훈 교수의 번역으로 진작 완간되었다. 통상 <이념들>로 약칭되고,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문학과지성사, 1997)로 그 일부가 번역되었던 책이다. 돌이켜보니 문학과지성사판 <이념들>과 스피겔버그의 <현상학적 운동1,2>(이론과실천, 1991/1992)도 구해서 읽던 때가 있었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어지간한 책을 다시 읽는 일이 모두 시간여행의 의미를 갖게 되는군.

 


피에르 테브나즈의 <현상학이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 문학과지성사, 1982)와 박이문 선생의 <현상학과 분석철학>(지와사랑, 2007; 일조각, 1990), 한전숙 교수의 <현상학>(민음사, 1996) 등이 내가 읽은 책들이다(이 가운데 <현상학>은 수준급의 입문서인데, 유감스럽게도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 철학 전공이 아니면서 이 정도 읽은 거면 나쁘지 않은 스코어 아닐까. 다만 교양 수준을 넘어서려면 업그레이드도 필요해 보인다. 아, 이럴 때면 한 10년은 나이를 거꾸로 먹었으면 싶다. 공자님 말씀에도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고 했지만, 인생은 행복을 위해선 너무 길고 인식을 위해선 너무 짧다...

 

17.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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