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철학자로 '이주의 저자'를 채운다. 먼저 도올 김용옥의 신간으로 <도올의 로마서 강해>(통나무, 2017)가 출간되었다. 동양 고전 주해 작업에 이어서 저자는 성서 주해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 <로마서 강해>는 <요한복음 강해>(통나무, 2007)에 뒤이은 것이다. 



복음서의 역주본으로는 <도마복음 한글역주>(전3권, 2008-2010)과 <큐복음서>(2008)도 펴냈다. 



최근에 나온 건 <도올의 중국일기>(전5권, 2015)와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2016) 등이어서 고전 주해 작업이 미뤄졌던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던 것. 저자의 표현으론 4개월, 실제로는 2개월의 시간 동안 "불철주야 피눈물나는 집필의 여정"을 달린 결과물이다. 나처럼 신학자들의 주해본에는 거리낌을 갖고 있는 독자도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을 듯해서 반갑다. 



철학자 박동환 선집이 네 권으로 갈무리되어 나왔다. <서양의 논리, 동양의 마음><동양의 논리는 어디에 있는가><안티호모에렉투스><X의 존재론>(사월의책, 2017) 등이다. 이 가운데 <X의 존재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간되었었고 나도 일부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에 오래 봉직했는데, 연세대 후학들로부터 대단한 상찬과 존경을 받고 있다. 


“박동환의 철학은 한글로 쓰인 최초의 완결된 철학 담론이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박동환과 더불어 비로소 우리도 철학할 수 있게 됐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실제로 그러한 의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로선 의구심을 갖는다. <안티호모에렉투스>만 하더라도 내가 읽기엔 요령부득이었기에. 다만 이런 것도 한국식 철학문화가 아닐까란 생각은 든다. 


 

가령 고려대 철학과의 좌장으로는 신일철 교수가, 서울대 철학과에서는 박종홍 교수가 그러한 학연적 존숭의 대상이다. 



하지만 학연 바깥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례로는 소은 박홍규가 유일하다. 제자들이 쓴 책도 다 갖고 있는 유일한 경우다. 물론 사후에 나온 박홍규 전집(전5권)의 매력 때문이다. 박동환 선집도 그러한 반향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칸트의 주요 저작을 완역해낸 서울대 철학과의 백종현 교수도 새 역저를 펴냈다. <이성의 역사>(아카넷, 2017). "철학사는 ‘이성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성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다. 이 책은 인류의 이성 사상을 맥락 지어 보여 주고 있다. 철학 사상사의 중추를 이루는 고전들을 헤쳐 가면서 ‘본성을 다스림’이라는 ‘이성(理性)’의 본뜻을 밝힌 후, 이에 상응하는 한문 개념 ‘도(道)’와 그리스어 개념 ‘로고스(λόγος)’, 그리고 라틴어 개념 ‘라티오(ratio)’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의미인 ‘말함’과 ‘바른 길’을 성찰하고 있다."는 소개는 책의 문제성에서 대해서는 별반 말해주지 않아서, 사실 평범한 책인지 문제적인 책인지 가늠이 안 되긴 한다. 그렇더라도 '이성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철학사를 일별해보는 효과는 있겠다. 덧붙여 대학강단의 철학에서 독자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해주는 의미도 있겠다. 


17.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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