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방치했더니 서재 일거리가 많아졌다. 먼지를 좀 닦아내는 기분으로 몇 가지 일거리를 처리하러 PC방에 들렀다(아무래도 속도는 PC방이 낫기에). 오전에 배송받은 책 얘기 먼저. 몇 번 지나가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결정판 카프카 평전의 저자 라이너 슈타흐의 카프카 입문서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저녁의책, 2017)가 번역돼 나왔다. 작년엔가 영어판을 구하고 읽을 시간은 못 내고 있었는데, 마침 추천사 청탁이 와서 기꺼이 맡은 책이다.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프란츠 카프카는 세계문학의 미궁이자 도달할 수 없는 성채였다. 그의 문학 안에 있는 독자는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고, 밖에 있는 독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가장 친절하면서 가장 확실한 카프카 문학의 지도이자 가이드다. 어쩌면 이제 비로소 우리는 카프카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분량 대비 가장 강력한 입문서라는 게 독후감이다. 책의 부제는 '99가지 습득물'인데, 저자의 3권짜리 평전 집필 과정에서 발견한 습득물이겠다.

 

 

그런고로, 더 바라기는 그의 방대한 평전도 소개되는 것인데(나는 영어판으로 갖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가 예상 밖으로 일찍 번역된 걸 보건대 이 또한 기대를 걸 만하다.

 

 

올해는 연초부터 카프카 관련서들이 풍족하게 나오고 있다. 카프카 전집의 일환으로 나온 <밀레나에게 쓴 편지>와 <카프카의 일기> 외에도 일본 연구자 묘조 기요코의 <카프카답지 않은 카프카>(교유서가, 2017)가 반가운 읽을 거리였는데, 거기에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가 추가되었다. 여름할 다시 진행하려고 하는 카프카 강의와 9월초로 기획하고 있는 카프카 문학기행에 요긴한 자료로 삼을 참이다. 

 

 

카프카 문학기행 때 그가 반년 정도 살았던 베를린에도 다시 들러볼 계획인데, 여유가 있다면 발터 벤야민의 흔적도 찾아보고 싶다. 빌미가 되는 건 <베를린의 유년시절>. 벤야민의 경우에도 좋은 평전이 영어판으로 나온 게 있는데, 이 또한 번역되면 좋겠다(어림에는 번역중이지 않을까 싶다). 책이 여름까지 나오면 더 좋겠고...

 

17.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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