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1879)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입센의 작품으로는 주로 <인형의 집>만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루게 되는데, 그 외 강의에서 다룬 건 <유령>(1881)이 유일하다. 19세기 최대 극작가로 여겨지는 만큼 그의 다른 작품을 더 다루고 싶지만, 일단 너무 많은 작품 가운데 초기작 상당수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고 후기작들도 몇몇 타이틀을 제외하곤 번역본 사정이 좋지 않다. 새로운 번역으로 입센 선집이라도 나와주었으면 하는데, 여의치가 않은 모양이다(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도 사실 번역본으로 구하기가 어렵다). 



아쉬운 대로 번역 현황을 적자면,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건 독문학자 곽복록 교수의 신원문화사판이다. <인형의 집>과 <민중의 적>은 각 한 작품씩 수록하고 있지만 <페르귄트>에는 표제작 외에 <아기 에욜프>와 <헤다 가블레르>가 수록돼 있다. 도합 다섯 편인 셈인데, 발표연도를 기준으로 재배열하면 이렇다. <페르 귄트>(1867), <인형의 집>(1879), <민중의 적>(1882), <헤다 가블레르>(1890), <아기 에욜프>(1894).



한편 범우사판으로 읽을 수 있는 입센은 <인형의 집>(1879), <유령>(1881), <민중의 적>(1882) 세 편이다. 아마도 국내에서 가장 공연 빈도수가 높은 세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동서문화사판에는 <인형의 집><유령><민중의 적>에 덧붙여 <들오리>(1884)와 <바다에서 온 여인>(1888)까지 모두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수가 많은 편이지만 두께 때문에 강의에서 다루기는 불편한 판본이다. 장점은 <들오리>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고, 반면에 좀 오래된 번역이라는 게 흠이다. <바다에서 온 여인>은 지만지판으로도 나와 있다. 


 


한편 오래 전에 절판된 판본이긴 하지만 '헨릭 입센 전집'이 시도된 적이 있었고 세 권까지 나왔었다. <대건축사 솔네즈>(1892)와 <로즈메르 솔롬>(1886), 그리고 <연극의 이론과 실제>(예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무모한 기획이었다. 



이제 남은 건 가장 많이 읽히는 <인형의 집>. 판매량은 민음사, 문예출판사, 열린책들판 순인데, <유령>도 포함하고 있어서 나는 열린책들판을 선호하는 편이다. 세계문학 전집판으로 더 많은 작품이 번역돼 나오면 좋겠는데, 절판된 작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사회의 지주>(혹은 <사회의 기둥>)는 무대에 종종 올려지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번역본을 찾을 수 없어서 유감이다. 참고로 영어권에서 꼽는 입센의 4대극은 <인형의 집>과 <유령>(혹은 <들오리>), <헤다 가블레르>, 그리고 <대건축사 솔네즈>다. 최소한 그 정도는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입센의 평전이나 연구서도 소개되는 것인데, 국내서로는 김미혜 교수의 <헨리크 입센>(연극과인간, 2010)이 유일한 참고자료다(꽤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는 해설서다). 입문용 책으로는 알도 켈의 <입센>(생각의나무, 2009)이 <페르귄트>부터 마지막 작품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까지를 소개하고 있다. 12편의 줄거리를 자세히 알려준다는 게 강점. 다만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 추가적으로 내가 참고하는 책은 페미니스트 비평가 토릴 모이의 <헨리크 입센과 모더니즘의 탄생>(2008)이다. 알고 보니 저자가 노르웨이 태생이다. 


입센에 대해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이달 말에(3월 31일-4월 23일) 서울시극단에서는 입센의 <왕위주장자들>을 무대에 올린다. 1863년작으로 국내 초연이다. 당초 <브랑>(1866)을 공연하는 걸로 예고되었었는데, 대선 국면에 맞추려고 작품을 바꾼 모양이다(내 추정이 그렇다). 아무려나 공연되는 김에 대본도 출간되면 좋겠다. 



일정이 맞으면 공연 관람 계획도 꾸려봐야겠다...


17.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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