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별로 할일이 없지만, 호미라도 들게 되면 할일이 천지인 밭일 같은 게 서재일이다. 연휴라고 풀어진 기분에 밀린 일들을 좀 하려고 하니 일거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진다. 지난주엔가부터 흥미롭게 읽기 시작한 <끌림의 과학>(케미스트리, 2017)과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타이밍만 엿보고 있는 <작업 인문학>(살림, 2016)을 같이 묶어보는 것도 그런 일거리 가운데 하나다. 



래리 영과 브라이언 알렉산더의 <끌림의 과학>은 '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란 부제로 내용을 어림해볼 수 있는 책. 새롭지 않은 주제이기에 얼마나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 점에서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사회신경과학 전문가가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최신 연구 결과.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랑, 성과 관련된 모든 행동에 뇌의 화학작용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뇌는 수많은 신경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여러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진화를 거듭해왔고 고등한 정신세계(전전두피질)를 가졌지만 인간이라는 생물 안에는 여전히 짝짓기나 모성 행동을 위해 설정된 프로그램이 움직이고 있다. 공동 저자인 뇌과학·사회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래리 영,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는 이 책에서 인간 상호 교류 방식의 흥미진진한 최신 연구 결과와 인터뷰들을 보여준다."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특히 남녀의 성차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필히 일독해볼 만하다. 



<끌림의 과학>을 검색하다 보니 덩달에 눈길이 간 책은 영국 심리학자들의 <이끌림의 과학>(알마, 2010)이다. 구매내역에 없는 걸로 출간시에 주목하지 못했던 듯싶다. 이 참에 도서관에서라도 대출해봐야겠다. 부제는 '아름다움은 44 사이즈에만 존재하는가'.

"몸무게와 신체 비율, 대칭, 체모, 머리색, 나이 등의 신체적 특성들에 대한 세밀한 연구 관찰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에 대해 비판한다. 다음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아름다움의 사회적·문화적·관습적 이상형이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외모에 근거한 차별, 과장된 신체 이미지의 추구와 섭식장애 그리고 신체성형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끌림의 과학>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 싶은 책은 스티븐 다얀의 <우리는 꼬리치기 위해 탄생했다>(위즈덤하우스, 2014)다. 한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책.

"남자를 홀리는 여자, 여자를 거머쥐는 남자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들. 남성이 여성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이상적으로 요구하는 미의 요소들을 진화생물학과 신경정신의학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이를 통해 남성이 사냥을 하고 여성이 육아를 전담하던 시기에 남녀에게 요구되었던 성 역할이 어떻게 아름다움이라는 요소로 전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김갑수의 <작업 인문학>이야말로 <우리는 꼬리치기 위해 탄생했다>의 인문학 버전이 아닐까 싶다. 부제가 '아는 만큼 꼬신다'. '작업'이란 명사의 동사형은 '작업하다'가 아니라 '꼬시다' 내지 '꼬리치다'다(그의 '작업실'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성을 꼬시는 일, ‘작업’의 도구로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방송인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시인이자 문화평론가로서 ‘구라빨 강한’ 지식을 자랑해온 저자는 그의 전문 과목인 음악과 커피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교양적 욕망’을 일깨운다. 그리고 원조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알려진 그답게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며 나누기 좋은 많은 ‘인문학 꺼리’를 제공한다."

긴가민가한 것은 방점이 '작업'에 있는지, 아니면 '인문학'에 있는지 하는 것. 작업은 혹 포장에 불과한 게 아닌가란 의구심이 있다. 더불어, '작업 수준'에 대한 의문도 해소하기 어렵다. "믹스커피를 달고 살며 가요 톱100만 듣는 남자와 에스프레소를 알고 밥 딜런, 슈베르트를 이야기하는 남자, 어떤 남자가 더 매력적일까?" 같은 소개글이 너무 식상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도서관을 이용해야 할까...


17. 01. 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