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저자 3인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소설가이자 비평가 김운하의 독서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필로소픽, 2016). '나를 묻는 밤의 독서'가 부제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가인 김운하의 ‘나와 삶’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전작인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삶에 관한 사고를 전개한 것이었다면,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는 ‘나’라는 자아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층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독서에세이라고 적었지만 <카프카의 서재>나 <릴케의 침묵>과 마찬가지로 문학작품을 소재론 한 인생론이다. "모든 책은, 특히 소설은 세상의 모든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게 저자의 출발점이다. 이번 책에서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부터 제임스 설터의 <올 댓 이즈>까지 16편의 작품을 독서와 성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나도 읽은 작품들이어서 흥미를 갖게 된다. 


 

두번째는 번역자로 활동하면서 이번에 첫 저서를 펴낸 신견식이다. 별칭이 '언어괴물'인데, 15개 언어의 해독력을 갖고 있고 '번역가들의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그런 능력의 저자가 '콩글리시'를 주제로 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콩글리시 찬가>(뿌리와이파리, 2016).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이목을 끈다. 그러나 배척 대상으로 낙인찍힌 '콩글리시' 표현들이 알고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쓰인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빠꾸놓다'라는 표현은 핀란드에서, '추리닝'과 비슷한 말을 루마니아에서도 쓴다. 문화와 역사와 언어적 특징에 따라 외국어는 외래어로 정착된다. 우리나라로 흘러들어 온 여러 '콩글리시'들의 기원을 다룬 최초의 책이자, 콩글리시의 명예회복(?)을 위한 변호다."  

콩글리시는 주로 조롱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는데, 그 명예를 회복한다는 저자의 역발상이 흥미롭다. 게다가 저자의 박학한 언어 지식이 더해져 특이한 교양서가 탄생했다. 따로 떼놓으면 '이주의 발견' 감이다. 



'젊은 동양학자'라고만 소개되는 임건순도 신작을 펴냈다. <손자병법, 동양의 첫번째 철학>(서해문집, 2016).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시대의창, 2013) 이후 괄목할 만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손자병법>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서해문집, 2014)부터 시작된 '제자백가 아카이브'의 두번째 책이고, 다른 한편으론 <묵자><순자><오기>에 대한 해설서도 펴냈다.  



동양고전 해설 분야의 차세대 주자라 할 만하다.



<손자병법>(휴머니스트, 2016)은 최근에 김원중 교수의 번역본도 나왔기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 아울러 중국의 권위자 리링도 떠올리게 되는데, 임건순의 <손자병법> 참고문헌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한데 <전쟁은 속임수다>와 <유일한 규칙>의 출판사가 '글항아리'가 아닌 '돌항아리'로 오기돼 있다. 서영교의 <고구려 전쟁의 나라>나 <고대동아시아 세계대전>의 출판사는 '글항아리'라고 옳게 표기돼 있기에 이 오기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돌항아리라...


16. 10.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