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 관내 도서관에 대출하러 다녀온 걸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책정리에 쏟아부었다. 찾는 책도 몇 권 있고 작업 환경도 개선할 겸 오랜만에 팔을 걷어붙인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책상 주변이 한결 쾌적해졌다. 여전히 책들이 쌓여 있긴 하지만 높이를 낮추어서 시야도 확보했고(모니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상당수 책을 거실과 베란다로 빼냈더니 그럭저럭 봐줄 만한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다. 정작 찾으려던 책은 못 찾았기에. 게다가 모니터 하나가 나가서(책상엔 두 개의 모니터가 놓여 있다) 고장 여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전력 손실이 없지 않다. 먼지를 마신 탓에 목도 칼칼하고(책정리와는 무관할 거 같은데 귀에도 이상이 생겨서 이비인후과에도 가봐야겠다). 아무려나 작업 여건을 개선했으니 이제 박차를 가하는 일만 남았을까. 그랬으면 싶다.

 

 

사진은 오후에 다녀온 원미도서관. 처음 가보는 곳이라 네이버 길찾기로 확인하며 찾아갔다. 전철역에서 10분쯤 걸어가야 하는데, 산자락에 있어서 경관이 좋고 공기도 맑았다. 3주에 한번 정도는 다니게 될 듯하다(대출하면 반납해야 하니까).

 

 

일기만 적는 건 머쓱하기에 두 권의 책 얘기도 적는다. 두 여성 작가의 책이 나란히 출간돼서다. 먼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모스크바의 오해>(부키, 2016). 책의 존재를 처음 알았는데, 보부아르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럴 만했다. 미발표작이었으니.

"1962~1966년 사이 사르트르와 함께 여러 차례 소련을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원래 1968년 출간된 소설집 <위기의 여자>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이 작품을 고쳐 쓴 <분별의 나이>가 최종적으로 실렸다. 이 작품은 미발표작으로 남아 있다가 1992년이 되어서야 공개되었다. 나이 60을 코앞에 둔 그녀가 겪게 되는 노화와 그에 따른 좌절, 젊은이들에 대한 질투, 오랜 세월 함께한 동반자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이 솔직하게 녹아 있다."

보부아르의 소설이란 점 외에도 1960년대 소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는 내년에 강의에서 다뤄보려고 하는데, <모스크바의 오해>도 검토해봐야겠다.

 

그리고 미국의 여성 작가로 1920년대 파리 문단의 대모 역할을 했던(헤밍웨이의 첫아들 '밤비'를 실제로 돌봐주기도 했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자서전이 다시 나왔다(다시 나왔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되었다). <길 잃은 세대를 위하여>(오테르, 2006)라고 처음 소개됐던 책인데, 이번에는 원제대로 나왔다.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연암서가, 2016). 1933년작.

"1920년대 유럽의 문화계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이전의 스타인의 작품과 달리 즉각적으로 비평적 호평을 받았고 독자들이 이 새로운 형태의 자서전을 환영했다. 거트루드 스타인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직접 기록한 자서전이지만 독특하게도 그녀의 평생 동반자였던 앨리스 B. 토클라스의 이름을 빌려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스타인의 필생의 꿈이던 <애틀랜틱 먼슬리>에 연재되는가 하면 30여 년 만에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그녀에게 일약 명성과 부를 가져다준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은 자서전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역자가 같은 것으로 보아 10년 전에 나온 책이 재출간된 듯. 이번에는 놓치지 말아야겠다...

 

16. 09. 18.

 

P.S. 모니터는 정상화되었다. 고장이라도 난 줄 알았지만 청소 중에 스위치가 눌려 꺼진 거였다. 책정리를 할 때마다 두 가지를 느끼는데, 하나는 책이 정말 많다는 것. 다른 하나는 너무나도 정리가 안 돼 있다는 것(하지만 정리는 아마도, 전담 사서를 고용하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것). 청소 기념 사진을 올린다. '비포 앤 애프터'를 비교해야 깨끗해진 것을 실감할 수 있지만, 어지럽게 널려 있던 복사물들을 치워서 (믿거나 말거나) 전보다 몇 배는 깔끔해졌다. 참고로 <장미의 이름>만 빼고는 모두 지금 읽는 책들이 아니다. 요즘 읽는 책들은 대부분 식탁에 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