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이탈리아의 라캉주의 연구자 마시모 레칼카티의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책세상, 2016)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라는 부제에서 저자의 의도 혹은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대표되는 프로이트의 패러다임을 뒤엎고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한 시대, 아버지가 '증발'한 시대, 아버지가 부재하는 시대에 아버지와 아들, 부모와 자식, 세대와 세대,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읽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텔레마코스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아버지를 원망하는 법 없이 아버지의 귀환을 꿈꾸고 기도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세계, 부성이 증발된 세계의 '버려진 아들'이라는 운명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텔레마코스라는 아들/인간의 상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 구조가 오이디푸스의 원형을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조명한다."

문제의 구도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끄는 책이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아버지란 존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는 책으로는 필리프 쥘리앵의 <노아의 외투>(한길사, 2007)가 가장 요긴한데, 현재는 절판됐다. 라캉주의자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정신분석가 루이지 조야의 <아버지란 무엇인가>(르네상스, 2009)도 아버지에 대해서 역사적, 문화적, 심리학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버려진 아들의 심리학>의 배경이 될 만하다.

 

 

한편 '라캉' 혹은 '라캉주의'란 말의 원 출처가 되는 자크 라캉의 세미나 가운데 1권이 번역돼 나왔다. 11권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2008)이 나오고 무려 8년만이다(역자는 동일하므로 다음 '세미나'까지는 또 그만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일까?). 세미나 2권과 함께 라캉의 주저 <에크리>와 <또다른 에크리>도 근간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얼마나 가까운 시기에 출간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이미 한국어판이 나온다는 얘기가 떠돈지도 10년이 넘었기에). 그래도 두 권 정도 나왔으니 '시작이 반'이라는 의미를 되살리자면 절반 이상은 나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프랑스어판도 아직 완간되지 않은 세미나 전체는 스무 권을 훌쩍 넘는다). 라캉 세미나 전체에 대한 개관은 강응섭의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세창출판사, 2015)를 참고할 수 있다. 물론 라캉에 대한 소개서는 부지기수로 나와 있다...

 

16.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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