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안드레아 울프의 <자연의 발명>(생각의힘, 2016)을 고른다. 부제가 '잊혀진 영웅 알렉산더 폰 훔볼트'이다. 훔볼트라는 이름에서 독일의 자연과학자 혹은 지리학자를 떠올릴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동시대인들은 '나폴레옹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나이'라고 여겼다니까 우리에게도 '잊혀진 영웅'이 맞다. 사실 훔볼트란 이름은 내게도 언어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알고 보니 둘은 형제이고 빌헬름(1767-1835)이 형, 알렉산더(1769-1859)가 동생이다. 요컨대 '어느 훔볼트'인지 확인해야 하는 것(베를린의 훔볼트 대학은 누굴 기념하여 세워진 것일까? 둘다?).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존재는 재작년에 나온 울리 쿨케의 <훔볼트의 대륙>(을유문화사, 2014) 덕분에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책을 구입하고 나서 곧 이사를 하는 바람에 책의 소재를 알 수 없다.

 

 

독서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해 여름 베를린 여행중 훔볼트대학에 들어섰을 때 뭔가 생각나는 게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내게 훔볼트는 언어학자 빌헬름이었다. 찾아보니 틀린 건 아니다. 빌헬름 폰 훔볼트가 베를린대학 설립에 크게 기여했고, 이 대학이 나중에 훔볼트대학으로 개칭되었다는군.   

 

 

아무튼 형 빌헬름 폰 훔볼트의 책, 혹은 그에 관한 책도 몇 권 갖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훔볼트란 이름을 알렉산더에게 내주어야 할 것 같다. 그에게로 관심이 이동한 탓이다. 게다가 이번에 소개된 전기가 꽤 수작이다.

"아마존.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코스타 어워드 전기 부문 수상작.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발자취를 따르는 환상적인 여행 속에서, 이 잊혀진 영웅을 재조명한다. 훔볼트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했으며, 시대를 너무나 앞서 나갔던 그의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는 누가 제시했는지 모를 정도로 상식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훔볼트는 자연을 상호연결된 전체로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급진적이었던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자연’을 발명한 것이다." 

 

겸사겸사 원서와 함께 두 형제의 학문세계를 모두 다룬 김미연의 <훔볼트 형제의 통섭>(역락, 2014)도 주문했다. <식물지리학 시론 및 열대지역의 자연도>(지만지, 2012)는 장바구니에만. 지리학 공부에까지 나설 건 아니지만, 올 여름의 여행은 훔볼트의 여정을 따라가보는 걸로 대신해볼 참이다.  

 

그의 일생은 여행과 연구로 점철되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생애의 상당 기간을 '과학계의 허브' 노릇을 하는 데 할애했다고 한다. 무려 5만 통의 편지를 보내고 그 두 배가 넘는 편지를 받았다고. 18-19세기 학자/작가들의 편지 쓰기는 못 말리는 구석이 있다. "지식은 공유하고, 교환하고, 만인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믿음이었다고 한다(이 대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실 이 페이퍼도 적게 되었다). 그는 1829년 11월에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방문하여 강연을 했는데,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직접 그 강연을 듣고 매혹되어 이렇게 격찬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음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왕궁의 대폭포분수에 있는 대리석 사자상이 뿜어내는 물줄기 같다."(345쪽)

 

 

이 구절은 뒷표지에도 실려 있는데, 본문에는 이름이 '알렉산드로 푸시킨'으로 잘못 표기되었다. '알렉산드르'를 '알렉산드로'로. 아마도 역자가 러시아어를 스페인어 비슷하게 상상했던 모양이다...

 

16.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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