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특이해서 한번 더 보게 되는 주디스 화이트의 소설 <오리의 신비로운 언어학 이론>(현대문학, 2016)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그렇다고 특이한 제목이 '발견감'이라는 애기는 아니다. 내가 오리 애호가여서도 아니고(오리 고기를 먹은 지 오래 됐다). 눈길이 간 것은 어머니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는 점.

 

"어머니를 여의고 실의에 빠진 50대 중년 여성 해나가 새끼 오리를 돌보게 되면서 겪는 내면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치유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화이트는 한 인터뷰에서 실제로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머스커비 오리를 돌보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은 중년 여성의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삶을 돌아보고 가족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주디스 화이트는 뉴질랜드 작가로 1948년생이다. 좀 뒤늦게 한국 독자들과 만나는 셈이랄까. 첫 단편집은 1991년에 발표했고, 1999년에야 첫 장편 <꿈꾸는 밤을 가로질러>를 발표했다니까 다작의 작가는 아니다. 게다가 14년만에 발표한 게 두번째 장편 <오리의 신비로운 언어학 이론>(2013)이란다.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책은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판미동, 2015)다. 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이긴 하지만,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 나가는 과정을 정직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 낸" 책이란 점에서 어머니를 잃고 오리를 돌보며 슬픔을 이겨내는 이야기라는 주디스 화이트의 소설과 비교된다. 사실 원저를 기준으로 하면 <메이블 이야기>(2014)보다 <오리의 신비로운 언어학 이론>이 한 해 먼저 나온 책이므로 연상의 순서가 반대이긴 하지만.

 

 

사실 아버지나 어머니 등 가족의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떠올리자니 몇 권 되지 않는데, 데이비드 밴의 <자살의 전설>(아르테, 2014)과 제임스 에이지의 <가족의 죽음>(테오리아, 2015) 등이 생각난다. 그렇다고 이 작품들을 완독한 건 아니어서 더 자세한 비교 품평은 곁들이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 작품이 더 쌓이게 되면 따로 모아 강의에서 다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화하자면, 가족의 상실을 다루는 소설들(혹은 논픽션들)...

 

16.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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