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다룰 책들이 좀 밀려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까치, 2016)만을 언급하도록 한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이 상하 합계 145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데, 원저의 '발췌본'이다. 전6권 분량의 원저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직접 참고하긴 어려운 대작이다. 원저는 각권 900여쪽이고, 발췌본은 1000여쪽이므로 대략 6분의 1보다는 많고 5분의 1보다는 적은 분량. 발췌본 원서까지 구입할지 고민중이다.

 

 

영국 수상으로서 자신이 직접 치른 전쟁에 대한 상세한 회고록을 남김으로써 처칠은 그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제2차 세계대전>을 주요한 업적으로 그는 1953년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다. 몇년 전 노벨문학상 작가들을 강의하면서 새삼 알게 된 사실인데, 국내에 번역본이 없어서 좀 놀랐었다. 이번에(이제서야) 번역본이 나온 셈인데, 역자는 차병직 변호사다.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전쟁에는 결단', '패배에는 투지', '승리에는 관용', '평화에는 선의'라는 네 가지 '교훈'에 기초하여 집필된 윈스턴 처칠의 <제2차 세계대전>. 1,500만의 사망자와 3,450만의 부상자를 기록한 인류 역사 최대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전체 역사를 개관한 결정판이다. 개인의 회고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 책은 양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내용과 의미의 질적 측면에서도 그 깊이와 넓이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저작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역할과 그에 대한 평가로는 폴 존슨의 <윈스턴 처칠의 뜨거운 승리>(주영사, 2010)가 적당한 분량의 책이다. 원제는 <처칠>. 그밖에 니겔 로저스의 <30분에 읽는 처칠>(랜덤하우스코리아, 2005)과 존 램스덴의 <처칠>(을유문화사, 2004)이 소개됐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 가장 얇은 책과 가장 두꺼운 책이다(램스덴의 전기는 880쪽에 이른다).

 

 

한편, 처칠 자신의 책으로는 자서전으로 <처칠, 나의 청춘기>(원제 <나의 젊은 시절>)와 <폭풍우 한가운데>(원제 <사상과 모험>) 등이 더 번역돼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체상과 비교하기 위해서는 존 키건의 <2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2007)를 옆에 두고 같이 보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정도 분량이면 여름 휴가 때나 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혹은 다리가 부러져 입원하든지 해야...

 

16.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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