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개되는 저자들의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마리야 김부타스의 <여신의 언어>(한겨레출판, 2016)와 사이먼 메이의 <사랑의 탄생>(문학동네, 2016)이다.

 

 

좀 특이한 이름의(구소련의 리투아니아 태생이란다) 마리야 김부타스(1921-1994)는 미국의 고고학자이자 선사학자다. <여신의 언어> 외에도 <여신의 문명>, <올드 유럽의 여신과 남신> 등의 저서를 펴냈다. '올드 유럽'이란 게 6500-3500 BC를 가리키니 말 그대로 선사시대이고 감을 잡기 어렵다(아, 단군조선보다도 훨씬 이전이다!). 이 시기가 여신들의 시대였던가? 찾아보니 '고대 유럽(Old Europe)'이란 개념 자체를 만들어낸 이가 김부타스다.

"주로 기원전 7000년경부터 기원전 3500년경까지의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의 여신 전통 문명을 보여주는 한편, 그 이후에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여러 여신 전통의 흔적들을 설명하고 있다. 1000여 컷의 이미지 자료와 그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다. 발굴 자료의 사진이나 그것을 그림으로 복원한 것들이다. 의미에 따라 상징군으로 나누어 독자들이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다."

 

우리에겐 좀더 친숙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제임스 조이스가 ‘악몽’이라 진단했던 지난 5000년의 짧은 인류 역사 이전에, 지금과 전혀 다른 4000년의 역사가 실존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은 자연의 창조적 에너지와 부합하는 조화와 평화의 시기였다. 이제, 전 지구가 ‘악몽’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4000년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니까 좀 흥미가 생긴다. 판형이 너무 커서 들고 다니기 어려운 책이긴 한데, 도서관에서라도 일독해봄직하다.

 

 

반면 <사랑의 탄생>의 저자 사이먼 메이는 니체가 주전공 분야인 철학자다. <사랑의 탄생>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원제를 그대로 옮기면 <사랑: 하나의 역사>다. "서구 철학의 기나긴 역사를 가로지르며 시대에 따라 변모해온 ‘사랑’의 개념에 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는" 책. 이런 류의 책이 처음은 아니지만 저자가 진중한 철학자라서 신뢰감을 준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몽테뉴, 근대의 니체와 프로이트까지 모두 사랑에 관해 깊이 있게 통찰했다. 메이는 이들이 말하고 있는 사랑이 비슷하게 공유하고 있는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의 차이를 성실하게 탐색하여, 때로는 기발하고 모험적으로 사고의 지도를 그려낸다."

중년의 독자들도 읽어볼 만하겠지만, 곧 중간시험 기간일 대학생들이 여유가 생기는 대로 읽어보면 좋겠다 싶다. 사랑의 역사를 알고 사랑하는 것과 모르고 사랑하는 것 사이에 혹 차이가 있을지 모르므로. 차이가 없다면 그걸 아는 것도 중요한 배움이다...

 

16.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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