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대한민국의 변호사와 역사학자, 그리고 이탈리아의 사상가, 3인이다. 먼저 대표적 인권변호사 한승헌의 당대사로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창비, 2016)가 출간되었다. "50여 년 동안 시국사건.양심수를 변호한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전 감사원장 한승헌이 한국현대사의 맥락에서 17건의 정치재판을 실황중계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흔들림 없는 변론을 펼치고, 때론 시국사범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한 변호사는 '사법의 민낯'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국민의 '망각 방지'에 일조하고자 펜을 들었다."

 

 

2013년에 법조 55주년 기념선집 두 권을 펴낸 데 이어서(<권력과 필화>까지 포함하면 세 권이다) 내놓은 기대작이다. "한승헌 변호사의 기존 저술들이 본인이 참여한 재판을 증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는 해방 이후의 중요 정치재판에 초점을 맞추고 법률적 전문성에 바탕을 둔 역사 서술이라는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이는 저술"이라는 소개가 자연스레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17가지 사건은 여운형 암살 사건부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까지다.

 

 

한마디 보태자면, 최근에 김대중 관련서로 그의 어록을 정리한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메디치, 2016)도 출간되었다. 저자는 <새벽: 김대중 평전>(사계절, 2012)의 김택근이다. "김대중이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 책은 용기, 도전, 지혜, 성찰, 인내, 평화, 감사 등 7개 장에 김대중의 정신과 삶을 집약했다." 아울러, 뒤늦게 발견했는데 지난해 말에는 박정희와 김대중, 그리고 김일성이 삼분한 한국현대사를 다룬 이충렬의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레디앙, 2015)가 출간됐었다. '세 개의 혁명과 세 개의 유훈 통치'가 부제.

"저자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는 세 개의 혁명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쟁투해 왔다고 말한다.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 이 세 명의 영웅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혁명 vs 근대화 혁명 vs 민주주의 혁명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 현재까지도 한반도는 세 개의 혁명을 이끌었던 세 명의 정치적 리더의 유훈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의 현실인지라 '유훈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하기 어렵군... 

 

 

한홍구의 신간은 <사법부>(돌베개, 2016)다. 제목에서 바로 <유신>(한겨레출판, 2014)을 떠올리게 한다.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가 부제. 국민이 법을 믿지 않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실상을 까발린다.

"2016년 3월 2일, 결국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국정원장이 영장 없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있다. 이번 사안을 두고 삼권분립이 무색해진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여론의 비판이 들끓었다. 무엇보다 이번 법 제정은 국회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며 월권을 행사한 것인데다 사법부는 제 역할을 포기한 채 국가의 조력자임을 스스로 증명해낸 사건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한홍구가 이러한 대한민국 사법부에 죽비를 내리친다. 10명 중 7명은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설문 결과가 버젓이 공개되는 사법불신 한국사회를 낱낱이 파헤치며 사법부에 직접 공소장을 던진 것이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와 함께 젊은 법학도나 예비 법학도들이 필독했으면 싶다. 그들은 조금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하니까.

 

  

안토니오 그람시의 산문선이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바다출판사, 2016)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잡지 등에 연재한 글과 강연, 의회에서의 의사 진행 발언 등을 엮은 책이다. 여기서 그람시는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 파시즘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탈리아 민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꼽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삶에 참여하는 것이며, 무언가를 지지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시민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시민의 참여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간에 다소 빈곤했던 그람시 소개가 다시 활발해진 것은 역자인 김종법 교수의 분발 덕분이다. <그람시의 군주론>과 <그람시와 한국 지배계급 분석>(바다출판사, 2015) 같은 저술과 여러 번역을 통해 그람시를 당대의 사상가로 소환하고 있다. 그람시의 유효성은  이번에 나온 산문선을 통해서도 판별해볼 수 있겠다...

 

16.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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