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근대사 연구로 유명한 두 역사가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프랑스혁명기를 다룬 게 공통적인데, 로버트 단턴의 <혁멱 전야의 최면술사>(알마, 2016)와 린 헌트가 엮은 <포르노그래피의 발명>(알마, 2016)이다.

 

 

단턴의 책은 재간된 대표작 <책과 혁명>(알마, 2014)에 뒤이어 나온 것으로 그의 책이 몇 권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끔 한다. 다소 특이한 제목의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는 어떤 책인가.

"프랑스혁명의 지적 풍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로버트 단턴의 역작. 저자는 18세기 유럽을 풍미한 '메스머주의'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로써 프랑스혁명에 관한 기존의 신화화된 서사를 걷어내고 사상사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다. 저자는 인류의 위대한 성취인 프랑스혁명이 실은 '메스머주의'라는 한 사이비 과학에 크게 영향 받았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역시나 예기치 않은 내용이어서 흥미를 끈다.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문학과지성사, 1996)으로 처음 소개되었고(벌써 20년 전이군!)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길, 2008), <책의 미래>(교보문고, 2011) 등도 뒤따랐다. <책의 미래>는 벌써 절판됐는데, 제목을 고려하면 묘한 아이러니다.

 

 

<포르노그래피의 발명>은 단독 저작은 아니지만 <문화로 본 새로운 역사>(소나무, 1996)와 함께 <포르노그라피의 발명>(책세상, 1996)이라고 처음 소개돼 린 헌트란 이름을 알린 책이다. 이번에 나온 건 역자가 바뀌었으니 재번역판이다. '외설 그리고 근대성의 기원, 1500년부터 1800년까지'가 부제.

"1991년 10월, 같은 제목을 주제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글들을 모은 책으로, 유럽의 근대사 및 문화사를 연구하는 명망 높은 9명의 교수가 참여하였다. 저자들은 사학자들과 문학이론가들을 주축으로 1500년에서 1800년대에 이르기까지 포르노그래피가 어떻게 변형되었고 그 당시 문화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서양의 근대성과 문화적 민주주의의 형성과 연결 지어 살펴본다."

단턴의 책과 마찬가지로 유럽 근대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린 헌트의 책은 공저 <역사가 사라져 갈 때>(산책자, 2013)를 제외하고 대표작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새물결, 1999)와 <인권의 발명>(돌베개, 2009)이 모두 품절된 상태다(절판된 게 아닌가 싶다). 역사가 사라져가는 마당에 역사책이라고 온전할 리 없겠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책들은 미리 다 구해놓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16. 03. 05.

 

 

P.S. 단턴의 <책과 혁명>의 역자이기도 한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가운데 셋째 권인 <진정한 혁명의 시작>(여문책, 2016)이 이번주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1,2권이 나온 지 석달만이다. 순항하고 있는 셈인데, 완간된다면 꽤 기념할 만한 업적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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