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출간예정으로 예판이 뜬 책 가운데 '박이문 인문학 전집'(미다스북스)이 있다. 총10권으로 세트판매만 하는 듯싶다. 상당수의 책을 이미 소장하고 있는 터라, 내겐 말 그대로 기념품적인(소장용) 성격의 세트인데 가격을 고려하면 당장 구입하기는 어렵겠다(다른 책들도 밀려 있는 터라). 그렇더라도 학부시절 탐독했던 저자의 한 명인지라 감회가 없지 않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읽었으니 얼추 30년이다.

 

 

'전집'이라고는 했지만 분량상으론 선집이다. 전제 2,000쪽이면 권당 200쪽이라는 얘기인데, 이건 착오가 있지 않나 싶고(생각보다 너무 얇은 분량이다.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무지막지한 분량의 김우창 전집과 비교해봐도 그렇다). 전체 구성은 아래와 같다.(*예상대로 분량은 착오였다. 출판사쪽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권당 600-800쪽으로 전체 분량은 7,000쪽 가량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전집'이다). 

 

박이문 인문학 전집 1 하나만의 선택 - 우리시대 최고의 인문학 마에스트로
박이문 인문학 전집 2 나의 문학 나의 철학 - 문학과 철학 넘나들기
박이문 인문학 전집 3 동양과 서양의 만남 - 노자와 공자, 그리고 하이데거까지
박이문 인문학 전집 4 철학이란 무엇인가 - 철학적 사유의 발자국
박이문 인문학 전집 5 인식과 실존 - 존재의 형이상을 제시하는 언어철학
박이문 인문학 전집 6 죽음 앞의 삶, 삶 속의 인간 - 종교와 윤리
박이문 인문학 전집 7 예술철학 - 한국 미학의 정수
박이문 인문학 전집 8 생태학적 세계관과 문명의 미래 - 과학기술문명에 대한 대안적 통찰
박이문 인문학 전집 9 둥지의 철학 - 철학으로서의 예술, 예술로서의 철학
박이문 인문학 전집 10 울림의 공백 - 가혹한 생에서 피어난 청정한 시

 

마지막 10권은 시집인 듯하고, 각권의 제목 가운데 <하나만의 선택><철학이란 무엇인가><인식과 실존><예술철학><둥지의 철학> 등은 단행본 제목이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거의 첫 저작인 듯싶은 <시와 과학>(일조각, 1975)이 빠진 것. 1,2권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주었던 책이라(맨처음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원래의 제목으로 나오길 바랬는데, 결과적으로는 무산될 듯싶다. 1975년판 <시와 과학>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대략적인 내용을 어림해볼 수 있을 것이다.(*역시 출판사 쪽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시와 과학>은 전체 내용이 5권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목차

  • 第1部 詩와 科學
  • 詩와 科學
  • 1. 意味論의 立場 = 3
  • 2. 言語와 意味
  • 1) 存在와 言語 = 10
  • 2) 意味와 意味 = 11
  • 3) 意識과 그 指示對象 = 13
  • 4) 外延的 意味와 內包的 意味 = 15
  • 3. 科學的 知識
  • 1) 認識으로서의 科學 = 17
  • 2) 觀察的 知識과 理論的 知識 = 19
  • 3) 科學的 知識의 構造 = 21
  • 4) 科學의 客觀性 = 26
  • 5) 客觀性의 抽象性 = 28
  • 4. 詩的 表現
  • 1) 詩的 表現 = 31
  • 2) 科學的 認識과 詩的 敍述 = 37
  • 3) 詩的 敍述의 對象 = 41
  • 4) 詩的 意味 = 45
  • 5. 眞理
  • 1) 眞理의 槪念 = 49
  • 2) 科學的 眞理의 主觀性 = 52
  • 3) 事物과 그 解釋 = 56
  • 6. 人間과 自然
  • 1) 自然 아닌 自然 = 61
  • 2) 事實과 價値 = 67
  • 3) 人間의 根本的 欲望 = 74
  • 4) 征服과 疎外 = 79
  • 5) 詩的 解決 = 82
  • 第2部 言語와 藝術
  • 文學的 言語와 哲學的 言語
  • 1. 言語의 두 機能 = 88
  • 2. 敍述言語와 '言語에 대한 言語' = 90
  • 3. 文學과 哲學의 言語 = 91
  • 4. 文學言語는 評價言語 = 92
  • 5. 文學 속의 哲學과 文學哲學 = 96
  • 6. 文學과 哲學의 價値와 機能 = 98
  • 藝術과 眞理
  • 1. 藝術과 思想 - 意味論的 觀點에서 = 99
  • 2. 文學的 眞理 - 科學的 眞理와 區別해서 = 103
  • 詩的 言語 = 116
  • 第3部 藝術批評
  • 非文字藝術에 있어서의 '意味' = 135
  • 藝術的 經驗 = 151
  • 文學批評의 機能과 限界 = 163
  • 現象學으로서의 文學批評 = 184
  • 藝術의 批評과 評價
  • 1. 說明과 評價의 性質 = 197
  • 2. '藝術的인 것'의 規準 = 200
  • 3. 規範의 設定問題 = 201
  • 4. 藝術史의 存在 = 203
  • 5. 藝術的 觀點과 非藝術的 觀點 = 205
  •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던 1975년판은 양장본이었고, 이후에 한번 반양장본으로 나왔던 듯싶은데(검색해보니 1990년판이다), 내가 갖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아무려나 내게 박이문은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둥지의 철학>의 박이문이 아니라 <시와 과학>, <하나만의 선택>, <인식과 실존> 등의 박이문, '사르트르주의자' 박이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와 과학>이란 제목이 저작 목록에서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을 따로 적는다...(*앞서 추가로 적었지만 내용은 전집에 다 포함돼 있다. 전집 목차에만 빠졌을 뿐이니 큰 아쉬움은 아니다.)

     

     

    16. 02. 06.

     

     

    P.S. 전집 구성에서도 알 수 있지만  박이문 인문학 여정의 종착지는 <둥지의 철학>(소나무, 2013)이다. 몇년 전부터 그의 삶과 철학 전체를 조명한 책이 나오고 있는데, 사회학자 정수복의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알마, 2013)과 철학자 강학순의 <박이문: 둥지를 향한 철학과 예술의 여정>(미다스북스, 2014) 등이다. 이번에 전집이 나온다면 그에 대한 조명과 평가도 더 활발해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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