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앤드류 포터의 <진정성이라는 거짓말>(마티, 2016)을 꼽는다. '진정한 나를 찾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가 부제. 소개는 이렇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되는 주류문화에 저항하려 한 반문화가 사실은 후기 자본주의의 최대 히트상품이었다는 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혁명을 팝니다>를 조지프 히스와 공동 집필해 한국에 이름을 알린 앤드류 포터가 이번에는 ‘진정성’을 문제 삼는다. 사람들은 진정성을 당연히 좋은 것으로 여긴다. 일반인 다수가 생각하는 진정성이란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자기 행동이 외부에 미치는 결과를 의식하고, 타인과 자연을 배려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시도다. 그런 시도는 물론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행위의 작동방식은 결코 단순치 않아서 종종 다면적이고 모순된 결과를 야기한다. 나의 행동이 불필요한 겉멋은 아닌지, 혹시 남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행위는 아닌지 생각해보고, 또 설사 각 개인의 의도가 순수하고 진지하다 해도 그 행위의 총합이 의도했던 것과 상반된 결과를 일으키는 건 아닌지 이 책을 통해 숙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성이란 말을 제목에 포함하고 있는 몇 권의 자기계발서가 시사하는 바대로 진정성은 긍정적인 의미로 널리 쓰인다. 앤드류 포터가 꼬집는 것은 그 이면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3부작 제목을 따자면, '진정성의 배신'이라고 할까. 한국정치의 유행어(전락한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된 '진실성'(혹은 '진실한 사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겠다. 역설적으로 사이비 진정성/진실성에 맞서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배신'이다.
'진정성이라는 거지말''진정성이라는 속임수''타락한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정확히 때맞춰 출간되었다. '이주의 발견'에 값하는 이유다...
16. 02.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