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후보가 많았는데, 국내 저자 3인으로 정리했다. 3김이다. 먼저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자' 김삼웅 선생이 <김남주 평전>(꽃자리, 2016)을 펴냈다. 시전집과 산문전집이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나왔는데, 평전까지 갖추면 김남주 읽기도 제대로 규모를 갖는 셈이다.

 

 

평전은 "김남주의 시 100여 편과 함께 물 흐르듯이 펼쳐지는 결코 묻힐 수 없고 묻혀서는 안 될 김남주의 마음 아린 생애"를 따라간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남주 시인은 감옥에 있을 때는 주로 저항시를 쓰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서정시를 많이 쓴 보기 드문 시인이고 투사였다. ‘투사시인이었다. 전봉준의 혼()을 닮고, 브레히트의 백()을 닮고자 한 시인이었다. 그가 닮고자 했던 그들의 운명이 어찌되었는지 따위는 계산하지 않았다감옥에서 쓴 시는 밖으로 흘러나와 봄이 와도 움츠리고 있는 자들의 채찍이 되었고, 겁 많은 자들에게는 용기를 주었다. 시위대의 노랫말이 되기도 하고, 대학가의 불온유인물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가 없었으면 우리 민족은 혼백이 없는 백성이 되었을 것이고, 군사독재 시대에 김남주 선생 등의 저항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의기가 없는 국민으로 낙인되었을 것이다."

 

기억에 시인은 출중한 번역시집으로도 이름을 날렸는데, 시선집과 시전집에는 묶이지 않았다(우리의 관행이다). 이제는 절판된 상태인데, 다시 나오면 좋겠다. 러시아의 경우 파스테르나크는 번역전집이 더 규모가 크다. 2004년에 5권짜리 번역전집이 나온 걸 보고 꽤 탐을 냈던 기억이 있다(파스테르나크의 작품 전집은 2-3권 규모다). 백석이나 오장환의 경우도 그렇고, 김남주도 그렇고 번역도 온전하게 대우받아야 할 시인들이다.

 

 

전문 교정자이자 <동사의 맛>(유유, 2015)의 저자(이자 알라디너 후와님) 김정선의 신작이 나왔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유유, 2016). '임호부'란 필명으로 냈던 <이모부의 서재>(산과글, 2013)까지 포함하면 세번째 책이다. 문장이 잘 안된다거나 뭔가 클리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독자라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어색한 문장을 살짝만 다듬어도 글이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이 있다. 20년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이 그 비결을 공개한다. 저자는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을 추려서 뽑고,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간추린 후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유려한 문장이 되는지 요령 있게 정리해 냈다."

 

2014년에 세상을 떠난 문학평론가 김치수 선생(1940-2014)의 일주기를 맞아 10권으로 기획된 전집의 1차분이 나왔다. 유고비평집인 10권 <화해와 사랑>과 1979년에 나온 평론집이자 전집의 2권 <문학사회학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2016)다. 선생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펴냈던 평론집은 <상처와 치유>(문학과지성사, 2010)인데, 전집 목록을 보니 8권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에 나온 두 권은 모두 발행일이 2015년 10월 14일로 찍혀 있다. 내가 모르고 지나친 것인지 실제 배본은 최근에야 이루어진 것인지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다. 여하튼 눈에 띈 김에 책을 구했고, 여기서도 자리를 마련한다. <화해와 사랑>에 대해서 동료 비평가 김병익 선생은 이렇게 적었다.

"그가 문득 타계한 지 1년, 그때부터 그를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그의 전집 간행에서 수순으로는 맨 끝이지만 출판은 가장 먼저 된 <화해와 사랑>은 달리 책으로 미처 수습되지 못한 글들, 말들과 함께, 그 생전의 마지막 저서인 <상처와 치유> 이후에 씌어진 말년의 유작들을 묶어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고 기특하게도, 사후에 간행된 이 책에서 50여 년에 걸친 그의 문학에 대한 자세와 작가에 대한 애정, 작품에 대한 사유가 가장 폭넓게 요약되고 깊이 있게 드러나고 있다. 돌연한 발병으로 투병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는 이미 이 세상과의 결별을 예감했던 것일까, 삶의 종말이 깨우쳐준 이 세계의 운명과 그것들에 대한 꼼꼼한 들여다보기를 통해 문학 행위란 것의 근원적인 사태와 그것들을 쓰다듬을 결정적인 시선을, 그는 단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비록 세상을 떠나더라도 모든 저자는 책과 함께 '사후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16.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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