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들의 정치철학서 두 권을 같이 묶는다. 각각 예고된 것과 예고되지 않았던 것인데,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길, 2015)가 예고된 책이라면 클로드 르포르의 <19-20세기 정치적인 것에 대한 시론>(그린비, 2015)은 적어도 내겐 뜻밖의 책이다.

 

 

먼저, <불화>의 부제는 '정치와 철학'이다. 소개에 따르면, "정치에서의 '불평등의 원리'를 고찰한 현대 정치철학의 새로운 이정표. 자크 랑시에르의 사상 여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뿐더러, 현대 정치철학 연구에서도 이제 우회할 수 없는 하나의 상징적 기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문제적 저작이다."

랑시에르는 19세기 노동자들이 남긴 문서들을 통해 그들의 실제 삶과 사유를 접하면서 전통 마르크스주의의 심층적인 한계를 깨닫게 되었으며, 이러한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는 서양 정치 및 정치학의 시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불평등의 원리'에 기반을 둔 것임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 불평등의 원리는 곧 '몫 없는 이들의 몫'에 대한 문제의식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그의 정치철학의 핵심적 사유 체계를 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소개된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나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등과 함께 읽어봄직하다. 책은 예상보다 얇은 편인데, 번역본은 원고지 350매 분량의 '용어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한다. 이 책뿐 아니라 랑시에르의 다른 책들을 읽기 위한 가이드로 삼아도 좋겠다.

 

 

<19-20세기 정치적인 것에 대한 시론>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르포르의 저작이다.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는 르포르의 저작이면서, 그의 저작 중에서도 '정치적인 것'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가장 엄밀하게 보여 주는 책이기도 하다. 르포르는 자유주의, 정치적인 것, 인간의 권리를 새롭게 규정하고, 또한 그것들을 프랑스의 역사와 연결시킨다. 칼 슈미트나 한나 아렌트와는 다른 시점에서 '정치적인 것'에 대해 천착했고, 민주주의를 제도가 아니라 '빈 장소로서의 권력'이라 사유했던 르포르 사유의 가장 빛나는 통찰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아마도 지젝의 책에서 르포르가 인용된 걸로 처음 접해본 듯하다. 영역된 르포르의 책을 찾았던 것 같은데, 오래 전 일이라 책을 구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려나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 대해서 다시금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줄 듯싶다. 같이 공부해볼 만한 책은 칼 슈미트의 <정치적인 것의 개념>(살림, 2012), 샹탈 무페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후마니타스, 2007) 등이다. 한데 모아서 정치적인 것에 대한 개념을 궁구해볼 수도 있겠다. 번역어로 흔하게 쓰게는 됐지만 '정치적인 것'이란 말이 여전히 썩 와닿는 개념은 아니로군...

 

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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