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권력, 착취의 문제를 다룬 책 두 권을 같이 묶는다.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명태, 2015)와 라미아 카림의 <가난을 팝니다>(오월의봄, 2015)다.

 

 

먼저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의 부제는 '합법적 권력은 가난을 어떻게 지배하는가?'다. 원제를 직역하면, '가난과 권력: 구조적 불평등 문제'다.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가난에 대한 집요하고 철저한 연구서"라는 소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불평등의 가장 큰 이유는 오직 하나, 우리가 불평등에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게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갖다 바쳤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가난과 경제 제도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배포하며, 불평등과 가난이라는 문제를 모두 경제라는 테두리 안에 가둔다. 결론은 간단하다. 가난은 자본의 문제이기 이전에 권력의 문제이며, 자본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된 권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을 몰아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현실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자본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된 권력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와 닿는다. "가난에 대한 책을 딱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이 책을 고르겠다. 가난의 원인과 현실 그리고 대책에 관해 이 책이 다루지 않는 부분은 없다."는 한 정치학 교수의 추천사도 참고하시길. 원저의 초판은 2008년에 나왔고, 올해 2판이 출간되었다.

 

 

<가난을 팝니다>는 부제가 '가난한 여성들을 착취하는 착한 자본주의의 맨얼굴이다. 원제는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과 그 불만'. 저자는 방글라데시 태생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 신화의 실상을 인류학적으로 파헤친 박사논문으로 주목받았으며, 현재 오리건대학교 인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이크로파이앤스의 신화가 겨냥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로 알려진 방글라데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2006년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는 혁신적인 마이크로파이낸스 활동에 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마이크로파이낸스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인 것처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라민은행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에서도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착한 자본주의 등이 인기를 끌었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저자 라미아 카림은 그라민은행을 대표로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은 빈민을 상대로 자본주의의 이윤을 확대할 뿐이며 자본주의의 대안은커녕 빈곤의 악순환을 더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단언한다. 마이크로파이낸스,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분홍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저자는 소액대출을 받은 빈민 여성들이 겪는 현실을 불편한 시각으로 시의적절하고 적확하게 보여준다.

'착한 자본주의'가 어떻게 가난을 팔고 있는지 실상을 보여준다고 하니까 내용이 궁금하다. 막연히 자본주의의 한 대안으로 생각한 소액대출 은행 문제를 재고해보게 만든다는 점만으로도 일독의 가치가 있겠다...

 

1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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