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고대사에 관한 책 두 종을 같이 묶는다. 고전학자 제임스 롬의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눈물>(섬섬, 2015)과 콜린 맥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 <풀잎관(전3권)>(교유서가, 2015)이다.

 

 

<알렉산드로스>가 다루는 건 알렉산드로스의 사후10-20년이다.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가 불과 32살에 갑작스레 죽었다. 공식적인 후계자가 없는 상태에서 그가 남긴 말은 "가장 강한 자에게" 한마디였다고. 가장 강한 자가 그가 남긴 제국의 왕관을 쓰라는 것이다. 이후엔 물론 예측가능한 일이 벌어진다. "제2의 알렉산드로스가 되려는 자들이 벌이는 죽음의 후계자 시합. 무덤 속 비밀로 봉인되었던 제국의 야망과 전쟁과 몰락. 역사상 가장 뜨겁고 잔혹했던 알렉산드로스 사후 10년이 펼쳐진다."


시황제의 진제국과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로스의 제국도 그의 사후 그냥 흐지부지하다 몰락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자세한 내막이 펼쳐진다니까 흥미를 갖게 된다. 저자 롬 교수에 대해서 "존경스런 학자인 동시에 타고난 스토리텔러"라고 한 평판도 기대치를 높여준다. 저자는 로마시대를 다룬 책도 갖고 있는데, <네로의 법정에 선 세네카> 같은 책이다. 세네카 이야기도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만큼이나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여름에 나온 1부 <로마의 일인자>에 이어서 겨울을 문턱에 두고 2부 <풀잎관>이 나왔다. 전자가 여름휴가용이었다면 후자는 겨울나기용이라고 할까(7부작 대작의 이제 2부이므로 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제목의 '풀잎관'은 로마 최고의 군사 훈장이라 한다.

1부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그리스어도 못하는 이탈리아 촌놈으로 재력을 가진 군인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카이사르 가문과 정략결혼을 함으로써 출신의 콤플렉스를 보완하고 양극화가 절정에 달한 시대의 틈을 활용해 특유의 정치력과 수완으로 로마 최고의 권력자로 자리잡는 모습을 그렸다면, 2부 <풀잎관>에서는 주인공이 술라다. 술라가 본격적으로 야망을 드러내며, 전성기를 지나 노쇠한 마리우스의 그늘을 벗어나 그와 겨루면서 목숨 건 투쟁을 펼친다.한 <풀잎관>의 주요 줄기인 로마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불만과 폰토스의 왕 미트리다테스 6세의 야욕으로 인한 로마와의 참혹한 전쟁, 나아가 이로 인해 복잡하게 얽히는 로마 내부의 정세와 인물들 간의 갈등 장면에서 역사와 스토리를 엮는 저자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로마의 일인자>에서도 그랬지만 말 그대로 로마의 목욕탕 속에 푹 잠기게끔 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다시 한번 기대해봐도 좋겠다...

 

15. 11. 21.

 

 

P.S. 컬린 맥컬로판 '로마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읽을 거리이지만, 로마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길잡이가 될 만한 가이드북들과 같이 읽는다면 금상첨화겠다. <처음 읽는 로마사>(교유서가, 2015)를 출발점 삼아서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천할 만하다. 하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으니 정해진 경로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