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를 하십니까?"란 질문을 받으면(보통은 "술담배, 안 하시죠?"라고 물어오지만), "거의 안 합니다"라고 답하는 축에 속하지만, 술담배를 다룬 책까지 마다하지는 않는다. 담배의 문화사를 다룬 에릭 번스의 <신들의 연기, 담배>(책세상, 2015) 덕분에 로드 필립스의 <알코올의 역사>(연암서가, 2015)까지 상기돼 두 권의 책을 같이 묶는다. 술담배를 같이 이어서 부르는 것처럼.

 

 

<알코올의 역사>의 저자 로드 필립스는 대학의 역사학 교수이면서 와인 전문가다. <와인의 역사>(시공사, 2002)가 국내에 먼저 소개된 바 있다. 568쪽이니까 적당한 분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알코올의 역사>는 어떤 책인가.

로드 필립스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9천 년에 걸친 알코올의 문화사와 경제사를 조사하여 사람들이 술에 대해 갖는 태도와 술의 소비에 관해 다룬다. 늘 식단에 오를 정도로 건강에 유익한 주식(主食)으로서 알코올성 음료와, 사회.문화.종교적 불안감의 대상으로서 알코올성 음료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파헤친다. 저자는 이렇게 강력한 음료에 깃든 변화무쌍한 문화적 의미들을 좇으면서 놀랍게도 일부 우리 사회가 '포스트 알코올' 시대에 진입했다는 색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글로벌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알코올성 음료인 술이 초래하는 의미와 결과를 심도 있게 짚어가며 분석 설명한 책이다.

교양 있는 애주가라면 소장은 물론 일독해봄직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한 참고한 책들의 목록도 관심거리다. 자료가 없으면 쓸 수 없는 게 역사서니까.

 

 

<신들의 연기, 담배>의 저자 에릭 번스는 미국의 베테랑 언론인이자 저명한 저술가다. '언론계 역사분야의 최고 저술가'로 꼽힌다고. 다수의 책이 있는데, 그 가운데 <메인호를 기억하라>(책보세, 2010)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신들의 연기>가 두번째 책인 셈.

학계 밖 저술로는 최초로 전미도서관협회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신들의 연기, 담배>. <메인 호를 기억하라>로 이미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된 적 있는 미국 저널리스트 에릭 번스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증류주, 책, 언론의 허위 보도 등 다양한 키워드로 미국 현대사의 이면에 묻힌 이야기들을 끄집어내고 숨겨져 있던 진실들을 파헤쳐온 에릭 번스가 이번에는 담배가 지나온 파란만장한 여정을 추적한다. 고대부터 현대를 망라하여 담배와 관련한 모든 역사를 다루었다. 그 속에는 오랜 세월 인류와 동고동락했던 담배의 문화적.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소개에도 언급되지만 증류주를 다룬 <미국의 증류주: 알코올의 사회사>가 <신들의 연기>의 짝이 되는 책이다(필시 저자가 술담배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시대사 책으로 <1920년>과 1950년대 텔레비전의 미국 정복을 다룬 <정신 강탈자들의 침공> 같은 책들도 소개됨직하다.

 

 

짐작할 수 있지만 담배의 문화사 쪽으로는 몇 권 더 읽어볼 만한 책이 있다. 샌더 길먼과 저우 쉰의 <흡연의 문화사>(이마고, 2006)는 원제가 '흡연의 세계사'로서 "전 세계 각 문화권에서 행해져 온 모든 형태의 흡연과 그 역사를 집대성했다." 이언 게이틀리의 <담배와 문명>(몸과마음, 2003), 조던 굿맨의 <역사 속의 담배>(다해, 2010)도 같은 분야의 책.   

 

 

국내서로 눈길을 돌리면 강준만의 <담배의 사회문화사>(인물과사상사, 2011)가 "대한민국 담배·흡연의 역사와 사회상을 담아낸 책"이고, 안대회 <담바고 문화사>(문학동네, 2015)는 조선조부터 구한말까지의 담바고(담배) 문화사를 살폈다. 안 교수가 옮긴 이옥의 <연경, 담배의 모든 것>(휴머니스트, 2008)이 관심의 도화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18세기 조선의 흡연 문화사'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 아무려나 술과 담배에 대한 사랑도 이 정도 책들은 쓰고 읽어줘야 지극한 사랑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15.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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